아빠를 위하여 - 암, 호스피스, 웰다잉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1년의 기록
석동연 지음, 김선영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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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하여

 

 

첫 번째.

아빠를 위하여, 라는 제목의 책은 저자의 아버지 즉 아빠의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을 차분한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는 카툰형식의 책이다. 암과 호스피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웰다잉을 목표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환자 특히 암환자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인상도 좋고 재주도 많아 그림도 잘 그리고 한자도 잘 쓰시던, 손주 사랑도 남다른 사랑 많은 한 아버지의 투병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던 다양한 정보를 설명하고 있었다. 정보차원에서 본다면 암이란 무엇인가, 암세포의 특징, 암의 종류(악성과 양성의 차이점), 암의 병기를 구분하는 법, 암의 진단과 검사를 포함해 다양한 치료법까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조금 더 몰입해서 볼 때, 책은 환자를 위한 세부적인 정보와 간병하는 가족을 위한 정보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전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번 책은 비슷한 어려움과 마주한 이들에게 지식적인 정보와 함께 정서적인 안정과 위안을 제공하고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책의 화자는 딸이다. 책은 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안타까움으로 아버지의 곁을 지켰던 속 깊은 어느 착한 딸의 모습이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 주제나 소재만을 봤을 때 카툰형식이 아니었다면 사뭇 무겁고 암울했을지도 모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저자는 그림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걸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슬프고 무거우며 그 색채가 어두웠다면, 역시 마음이 무거워 보는 이들까지도 기분이 가라앉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다행스럽게도 꿋꿋하고 밝은 모습으로 담담하게 자신과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점이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두고 여러 가지 경험하게 되는 낯선 순간들을 어떻게 잘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은 그 순간과 대면하게 된다면 망설이고 주저하며 혼란스러워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로 위로의 말과 더불어 따뜻한 배려를 더해 한권의 책을 만들었던가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죽음에 대한 반응정도는 다 같을 수는 없지만 거의 대부분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류가 있는가하면, 또 그렇지 않는 부류로 갈라지는 듯한 분위기다. 어쨌든 개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안이다. 사실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있어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어보인다. 오늘은 이렇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막상 그 순간이 다가왔을 때 인간의 불안한 심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꼭 한가지만은 고집스럽게 생각하는 중이다. 오늘 지하철을 타고가면서 아들에게 했던 말처럼 세상에 모든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마지막에는 모두 대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 바로 죽음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는 생각이라는 것까지 조용히 이야기한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이해했을까. 열다섯 살 사춘기 아이는 알 듯 모를 듯 복잡한 표정을 보인다.

 

사람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어느정도 예감하고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 말은 내 어머니에게서 또 그 어머니에게서 전해 전해 들은 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는 것도 서글픈 일이란다. 그래서 그 누군가 잘 떠날 수 있도록 그만의 시간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금 이 순간을 두려움과 주저함으로 힘들어하는 동시에 거룩하게 또 신실하게 살아내기 위해 버티게 하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책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처럼... 웃으며 편안하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마주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모를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아기자기한면서도 진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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