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BTS 앨범의 콘셉트 소설 그리고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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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횡설수설...솔직한 책 이야기)

어렸을 때 알던 데미안은 늘 아주 멀리 있는 낯선 존재였다. 그 기억은 오늘 이즈음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렇게 데미안이라는 책을 완독하기 전까지 한결같이 낯설었다. 아주 오래되고 낡은 책은 누우런 빛의 종이 가득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지금까지 기다려줬던가.

실은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 어린 시절에 보던 조그마한 글씨들을 읽어내기가 조금은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억 속에 데미안은 잊혀졌다가 다시 큰 활자가 박힌 새 책으로 다가왔다.

고백하건데 단 한번도 완독을 해보지 못했다. 이 책 데미안을 말이다. 그저 혼자의 생각으로는 싱클레어를 정신적으로 도와주는 어떤 우주적이며 신적이고 완전한 존재인 데미안의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그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왔던가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뭐랄까 생각이 뒤죽박죽 사방으로 어지럽게 뻗어나가고 있다.

 

부족함 없는 집에서 태어나 부유함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상위 계층만이 선택할 수 있는 라틴어 학교에 다니던 주인공 싱클레어는 두 개의 세계에서 갈등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두 개의 세계를 두고 작가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로 나누고 있다. 흰 것과 어두운 것. 이를테면 정의로운 것과 정의롭지 않은 것. 또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과 같은 구분일 수도 있다. 소년은 양극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세계에서 갈등한다. 낯에는 정의롭고 종교적인 동시에 희곤 밝은 세계에서 착한 아들, 착한 남동생의 모습으로 살면서도, 밤이 되면 음습하고 어두우며 비열함과 치졸함이 공존하는 그런 위험한 세계를 동경한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그 까만 어둠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 싱클레어가 느끼는 두 가지 상반된 세계는 이어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사건에 그대로 다시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싱클레어를 힘들게 괴롭히는 인물로 등장하는 크로머와 데미안의 등장이 그렇다. 프란츠 크로머가 주인공에게 악의적인 인물이라면 데미안은 반대로 그 악에서 싱클레어를 건져내주는 구세주와 같은 선의 역할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책 데미안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서로 이어주고 있는 이야기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둘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사실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이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작가는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대화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 피스토리우스를 통해 ‘카인과 아벨’의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은 다른 해석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이를테면 기존의 상식, 평범한 종교와 일반적인 정의에 수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이야기일 수 있다.

 

 

우리는 소설 데미안을 이야기 할 때마다 그 유명한 ‘새’ 이야기에 집착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문구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또 하나의 세계다.’ 라 했던 그 이야기는, 데미안을 다 완독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을 법한 문구가 아니었던가.

 

세상에는 많은 세계가 존재한다. 물론 그 세계를 정의내리는 건 신이 아닌 인간이다. 책 속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우린 신을 창조하고 그 신과 싸우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해야 우리는 신의 축복을 받을 수가 있어”p230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 아브락사스는 인간의 내면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것을 상징화한다고 생각했다. 선과 악 사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부단히 자신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을 통해 성숙해가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성숙한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간다고 느꼈던 것 같다.

 

신을 창조하되 굴복하지 않고 당당해질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찰과 성숙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홀로 성장한다는 것.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 결국은 신이 멀리서 우리에게 허락한 길이 아닌가. 인간은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는 틀을 깨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존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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