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 박민형 소설집
박민형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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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작가 박민형은 1996년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책날개에 소개된 그의 이력에 잠시 시선이 머문다. 어쩌면 그가 비단 소설 창작뿐만 아니라 희곡과 드라마, 악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문학성을 포함해 작가로서의 작품성과 그 안에 존재하는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도 독자에게는 중요한 순간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작품집 안에는 모두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렸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오래전 창작한 작품도 수정하지 않았다, 라는 고백을 한다. 처음 가졌던 신념 내지는 처음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뜨거운 그 어떤 것. 뭐라고 할까. 아마도 쓰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열정을 다시한번 스스로 느껴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작품은 90년대부터 2000년대의 모습을 담아낸다. 마지막 작품 ‘별똥별’의 소재가 2014년 세월호 사건임을 기억하면, 박민형의 이야기는 근 이십여년 동안 시간이라는 이름 안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적이고 낡은 개인의 기억을 소환하자면 이런 류의 소설을 정의할 때 리얼리즘 소설이라고 배웠던 것 같다. 사실 최근 2000년대 이후의 소설류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까닭에 아는 게 별로 없지만, 대략의 흐름이란 것이 장르의 다양화 즉 인터넷 소설의 유형에서 오는 소설 장르의 파괴? 등과 같은 빠른 변화가 있어왔음은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 기준을 2000년대로 삼아서 유감이다. 왜 하필이면 딱 그 즈음인가. 여하간 그 애매모호한 기준의 언저리부터 따져보았을 때, 나는 최근 출간되는 소설보다는 예전에 출간된 소설의 작품성을 더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이마져도 꼰대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민형의 작품집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걸쳐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와 표현에서 작품성과 동시에 시대성을 적절하게 담고 있다는 사견을 말해두고 싶다.

 

사실 현실비판과 사회문제를 반영하는 리얼리즘 문학장르에서 각각의 작품이 어느정도의 깊이감으로 들어가 곳곳에 잠식되어 있었던 가려운 부분내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문제들을 얼마나 잘 건드려줄 수 있는가, 라는 판단은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 부분이 작가의 역량이라는 생각은 예전이나 현재나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딴은 그렇다. 너무 깊이 들어가다보며 현실 비판을 넘어, 현실 문제에 침수되어 허우적거리는 블안한 작품을 접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어쨌든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인식도 표현도 그리고 유행도 돌고 돈다고는 하지만 변하기는 하더라. 그러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나름 수정을 해야하지 않을까. 더 이상 이렇게 고집을 부리면서 책을 분석하다보면 진정한 꼰대라는 별명을 얻게 되지 않을는지 슬몃 걱정이 되곤 한다.

소설이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가장 보편적인 장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희노애락. 모든 복잡하고 부조리한 사회적 모순과 그 안에서 인간이라는 나약하고 소심한 인간존재가 어떻게 버텨나가는지. 인물을 통해 어떠한 성찰과 깨달음과 나름의 변화를 가져오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박민형의 소설집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부조리함 앞에서 갈등하는(서 있는 사람들) 혹은 적당히 타협점을 찾아가는 인간(황달수 연구 주임)의 모습, 고된 삶의 한 가운데에서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화해, 성주 가는 길, 젓가락 등등) 상처받은 이웃과 그 곁을 지켜내는 또 다른 상처받은 보통의 존재인 ‘나’(참을 수 없는 웃음, 금색 종)와의 다양한 관계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정치적 이슈,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이야기를 소재(뒤꿈치 들기, 별똥별)로 삼은 글들도 등장한다. 작가만이 지니는 예리한 시선에 의한 작가적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을 작가적 시선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각설하고 안정감 있는 이야기. 중단편 위주의 글들이지만 비교적 탄탄한 구조와 감각 있는 대화, 희곡의 느낌이 나는 구성과 같이 책은 재미와 함께 깊이 있게 생각할 거리를 부족하지 않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이 갖는 문학적 또는 사회적 역할을 맛깔스럽게 해내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둔다.

 

서평을 쓸 때 그저 솔직하게 써야겠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토로하듯이 역시나 좋은 서평에 대한 기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곤 한다.

어찌어찌 쓰다보면 이게 서평인지, 독후 감상인지, 어쭙지도 않은 비평인지 나 역시 뒤죽박죽 곤죽이 되어버리는 글을 보면서 이게 개인의 한계라면 한계인 것이라, 라며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선택을 하든지 한사람 또 한사람.. 그렇게 많은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이들의 생각을 교류하고, 분석하고 비교하면서 작가와 독자를 포함한 우리 각자가 다시금 새롭게 배워간다는 사실이라는 점일 것이다.

 

일갈하고 말이 너무 많았다. 다음부터는 좀 줄여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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