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탄생
마일즈 웅거 지음, 박수철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탄생

-인간 마키아벨리.

 

군주는 모름지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우리가 기대하는 군주의 모습은 강력한 군주의 모습인가. 아니면 인간적인 본성을 갖춘 선량한 군주의 모습인가.

난세에 인간은 새로운 영웅을 기다린다고 했던가. 바꿔말하자면 평화로운 시기에는 영웅을 찾지 않는다는 말이 되는 것인가. 그런데 말이다. 기다려도 영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은 어수선한 시대를 다시 이끌고 나아갈 사람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함께 하는 열망과 욕망으로, 누구나 바라는 그런 영웅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목적이 생겨나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마키아벨리는 어떤 영웅을 기다리던 사람이었을까. 강력한 권한으로 어지러운 나라를 일으켜 세워 굳건하게 지켜나갈 그런 위인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시기에는 그 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진정한 영웅으로 믿고 생각했던 인물 ‘발렌티노’는 교황이었던 부친의 조력으로 강력한 힘과 거짓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웠던 인물로 소개된다. 마키아벨리는 발렌티노의 강력하면서도 절대적인 군주의 모습에 시종 그를 흠모하지만 이 두 사람의 끝은 이를테면 당연한 귀결로 씁쓸하게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 마일즈 j 웅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발렌티노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사상적 열애는 끝까지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탄생은 군주론의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마키아벨리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파노라마형식으로 구성해 쓴 전기 같은 느낌이다. 책은 먼저 실각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렌체 공화국의 붕괴로 인해 그는 권력에서 내쳐지고 감옥에 수감되게 된다. 어쩌면 개인의 삶은 그가 살아가는 국가의 정치적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듯하다. 특히나 그 어떤 개인이 정치에 몸을 담고 있다면 삶의 기복이 더 심하게 적용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빈한한 가문 출신, 이라는 표현으로 니콜로의 출생과 가정사를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다하더라도 그의 신분이 최하층민을 상징하는 미천한 신분은 결코 아니었다. 실권을 잡고 있지는 않지만, 명예로움으로 직함을 유지하는 형식적인 명분의 신분계급과 같은 부류라고 볼 수 있다. 그의 가문은 썩 지혜롭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했다는 저자의 지적이 있었다.

그는 2서기관으로서 외교관의 일을 담당하며 주변국들과 조국인 피렌체의 관계를 조정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힘이 없는 나라가 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그는 나약한 나라보다 강한 나라를 갈구하게 된다.

 

책은 군주론을 설명하기보다는 마키아벨리 개인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의 불안하고 복잡한 정치, 경제, 사회의 혼란을 설명한다. 이러한 혼란의 극대화가 군주론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로 작용했음은 분명한 이치가 아닐까. 책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단순히 군주론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군주론이 탄생하게 되기까지, 군주론을 써야만 했던, 또 스스로 쓰기를 원했던 그의 의지와 사상, 철학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피렌체의 용병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군을 만들고, 애정을 쏟았으며 실제 책상 위가 아닌 전쟁터에 머물기를 더 좋아했던 마키아벨리.

책은 당대 쟁점이 되었던 중요 사건들과 분열된 이탈리아의 어려웠던 정치적 상황 안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냉혹한 군주의 이미지로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이번 책은 그의 그런 무겁고 암울한 이미지를 다소나마 바꿔줄만한 책인 듯하다.

 

-사실 정치철학서 가운데 군주론 보다 진실한 책은 드물다. 마키아벨리가 제시하는 분석과 처방은 독자의 취향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무르익은 것이었다.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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