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智)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지혜와 삶

 

통섭이란 말이 있다. 어디에선가 보았을까. 완웨이강의 책을 읽다보니 통섭이라는 표현이 자꾸만 꿈틀거린다. 오랜만에 네이버의 힘을 살짝 빌려보자. 통섭이란 ‘큰 줄기(통)를 잡다(섭), 즉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일컫는다‘ -네이버

 

인문과 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연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완웨이강은 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중국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사실 이번 완웨이강의 책을 읽는동안 저자가 미국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사실이 왜 중요한 걸까.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보다 쉽게 아니 보다 편한 마음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갔을지도 모른다.

 

책의 저자 완웨이강은 이런 말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기지 못한다. 복잡성을 갖춘 사람만이 복잡함을 상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얻으려면 죽도록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P23-

 

인용한 문장은 이 책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금 딱딱하고 딴은 위협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기는 하지만, 이 문장은 독자가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읽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이자 힌트가 되는 표현이다. 게임으로 치자면 안내 설명서인 동시에 게임의 전체적인 성격을 설명하고 있는 듯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열쇠와 같은 의미로 생각했을 때 바로 제목에서도 등장하고 있는 지(智)를 라는 단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왜 저자는 단순히 하나의 정보를 알고 아는 차원이 아닌 지혜로움을 꿈꾸며 그 이상의 수준을 이야기하고 있는 智를 논하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죽도록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표현은 잠시 잊어버려도 좋겠다. 사람을 너무 지치게 하는 표현이니 말이다.

 

한권의 책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완웨이강. 그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해볼 수 있을까.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조금은 더 현명해지기를 바라는 듯했다. 더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듯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지혜는 무엇일까. 인문학에서 보는 지혜는 이공계 과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런 질문이 생긴다. 그러나 그런 문제와 의구심들을 차치하고 저자의 이야기는 모든 학문을 총괄한 폭넓은 시선으로 한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저자는 복잡함을 상대하기 위해 지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지혜를 알고 내 것으로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지혜가 우리곁에 안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테지만, 사실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를테면 많은 지식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많이 생각하고, 무조건적 수용이 아닌 비판하며 오류를 찾는 과정을 통해 그 과정과 결과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그게 저자가 말하는 지혜로움과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싶은거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얼마나 독자들의 의식과 심리상태를 흔들어줄 수 있을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와 학자로서의 분위기는 그에 대한 신뢰감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힘을 보여주는 게 분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 완웨이강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자뭇 다양하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완웨이강의 책이 결코 딱딱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야할 듯하다. 그가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라고 해서 글의 표현이 딱딱하겠거니 생각한다면 조금은 일찍 내린 성급한 오류일 수도 있다. 물론 그의 글은 매우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다. 많은 자료를 인용하고, 통계자료를 모아 자신의 논거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의 논문과 자료, 저널리즘을 포함해 의미 있는 이론들을 상당히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순간순간 그는 물리학자인 동시에 인문학자가 되고, 인문학자로서 경제를 생각하는 동시에, 인간 심리와 진화론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정치와 사회, 교육을 걱정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강대국이 아직까지 믿고 끌어가고 있는 힘의 원리와 그 안에 숨겨진 모순과 다양한 문제를 비판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동양인의 시선에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동시에 학자의 객관적, 혹은 이지적인 시선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소개된 비슷한 성향의 책들이 서양인의 주된 시선에서 소개되었다면, 완웨이강의 책은 조금은 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읽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그 부분에서 독자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에 서서 바라보는가는 내가 서 있는 중심이 어디인지, 나의 주된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것과 같다. 같은 의미에서 볼 때 이러한 광범위한 인문사회를 논하는 책들은, 말 그대로 다양한 시선과 관점에서 쓰인 책들을 많이 접해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치우친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태어난 과학자이다. 그렇지만 그가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다양한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그의 의식과 사고는 매우 유동적인 동시에 유연하다. 현재 그가 자유주의(자유의지론자) 안에서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 비판과 반증의 자유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중국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책을 냈다면, 책은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를 띄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완웨이강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과거 사회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현재사회의 다양한 현안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의 미래사회를 예측한다. 그렇게 이야기의 큰 맥을 잡아간다. 중간중간 그의 사상은 독자들에게 뚜렷한 무언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때문에 책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잘 잡고 있어야한다. 지혜가 인간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어 돌아가게 되는지를 깨닫게 되기까지. 마지막에 함께 웃으며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혜와 삶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가치의 유무’를 묻는 한마디 말에서 경제학자의 지혜가 빛난다. 제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면 그것은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원하는 것의 가치가 더 크다면 우리는 대가를 치르려 할 것이다.-P65

 

세계간의 각성 편에 등장하는 ‘공정한 세상이라는 가설’에 등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도 살펴보자.

-어떻게 해서든 다른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고 등쳐먹을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성공할 리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사심도 없이 그저 남을 위해 봉사만 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궁극적으로 좀 더 쉽게 성공하려면 겉으로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면서도 속으로는 지극히 이기적인 계산을 하고 필요에 따라 남을 속일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P108

 

-우리는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심리학자는 이러한 착각을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 또는 Just- World Fallac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공정은 소설이나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환상일 뿐이며, 악당은 모두 패하고 영웅은 승리한다는 시나리오는 그저 우리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을 따름이다.-p109

 

책 내용 중 일부분이다.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는 말자. 그렇지만 그의 글은 충분히 현실적이면서도 냉철하고 또 한편으로는 차갑게 유머러스하다. 그의 글은 전체적으로 진지하고 비판적이며 분석적인 이며 경험 많은 학자로서 지식의 견고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를테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보편적인 인식에 수정을 요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와 권력 그리고 유권자의 이야기. 교육에 대한 이야기에서 섬세한 이기주의자와 아이비리그의 순한 양을 소개하며 앞으로의 교육을 걱정하는 컨베이어 벨트 시대의 영웅. 특히 ‘차터 스쿨’에 대한 소개와 계층별로 달라져야 하는 교육의 현실은 있는 그대로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성현의 길. 미래사회가 개인에게 가져다줄 위협과 타협에 관한 저자의 시선. 계급과 계층을 무너트린 신개념의 사회를 보여주는 듯한 ‘홀라크라시’. 자유 시장의 선택과 혁신의 이야기까지. 저자 완웨이강이 이야기하는 지혜는 전범위적이면서도 깊이감이 있다. 그가 말하는 지혜는 인간답게, 지혜롭게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서이자 에너지원인 듯하다.

 

-브룩스가 말하는 성현이 되는 길의 출발점은 오만함이 아니라 겸손함이다. 겸손하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사고에 편견이 존재하며 성격에도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220-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무엇도 만들 수 없다”즉 자신의 결함을 받아들이고 겸손한 태도를 취할 때 비로서 약점을 극복하는 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품격을 닦을 수 있다.p221-

 

-이들은 뭘 하고 싶은지 자신에게 묻지 않고,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세상에 물어다. 뭔가를 해냄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성을 쉼 없이 단련하기 위해서 뭔가를 해내는 데 집중했다. -p224

 

-컴퓨터의 결함을 상쇄하고 컴퓨터의 장점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일, 바로 여기서 미래에 인간이 설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앞으로 인간의 특성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기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물아일체’가 되어 작업을 수행하고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할 것이다.p431-

 

흑백논리에 빠질 수밖에 없는 순간마다 위트 있게 적절한 유연함으로 잘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완웨이강. 그는 스스로 그런 말을 남긴다. 나는 정치인이 아닌 지식인이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