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 -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외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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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관계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여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한빛비즈에서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 시즌2 첫 번째는 ‘관계’편이다. 책의 프롤로그에 실린 인문학의 정의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 그 어느 하나의 생각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를 내리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인문학은 근본적으로 ‘성찰의 학문’이다. 삶의 의미와 목표를 잃고 헤매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사회의 관계’를 되짚어보게 된다. p7-

 

삶의 의미와 목표를 똑바로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든, 어제 길을 잃어 낭패감에 빠진 그 누군가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된 하루는 저마다 쉴 곳을 찾아 자기만의 공간으로 찾아들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일은 꽤나 진지한 과정이다. 그 진지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을 바로 바라보는 일련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의 주된 관점이 ‘자존감’이라고 했던가. 따라서 책의 시선은 각각의 인간 개체와 그 내부 즉 자아에게 맞추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파트 1의 시선은 스스로에게 다가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가하면 파트 2와 3에서는 개인과 사회, 소확행 이라는 각각의 타이틀 아래 나라는 존재와 타인의 존재가 함께 공유하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세계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한다. 각자가 자아를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이 방대한 사유의 여정은, 혼자만의 공간과 함께 하는 공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성과 철학이 그리고 사상과 감성이,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신화의 이야기와 인간 생존의 기본인 노동의 이야기까지. 책은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시선에서 나와 타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냥 이야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어떤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은 그러나 오묘하게도 하나의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바라고, 자신만의 길을 찾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것은 일종의 독자를 위한 배려가 아닐까.

파트별로 네 명의 저자들은 자신의 전공을 빌려와 사람에 대해,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것들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나의 존재감을 바로 인지하는 일에서부터 우리가 말하는 깊은 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자존감’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자신에 대해 어떤 제재나 혹은 어떤 비굴함과 구속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한발 더 나아가 함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다. 사회 속에서 관계와 관계 사이를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떳떳한 의지를 확인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을 만나게 될 거라 믿는다. 개인과 사회의 소통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을 기록으로 남겨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보고 친해지기 위한 방책으로 저자 전미경이 소개하는 무수리 씨와 나잘난 씨의 이야기는 솔직한 사람들 즉 우리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1인 가구 보고서의 이야기로 풀어낸 김광석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개인이 성장하는 최초의 집단인 가족에 대한 권수영의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부모와 학부모를 비교하며 물음을 던지는 문구는, 개인과 사회의 소통을 단절하고 병들게 하는 부정의 패러다임인 경쟁을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여행 이야기를 하는 박일호의 이야기는 여행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여행으로 성숙해가는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일호의 글 속에는 글을 읽는 이에게 여행을 선물하고 싶은 저자의 애정이 가득 차 있다.

 

-몸이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마음이 그만큼 편해지는 공감과 소통의 여행이 필요하다. 그게 유통기한을 늘리는 인문여행 정신의 본질이다.p406-

그가 공감과 소통이라 했다. 사실 이번 퇴근길 인문학 수업- ‘관계’에서 주제를 정한다면, 박일호의 표현대로 공감과 소통 그리고 책의 전반에서 소개되고 있는 자존감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자신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억지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보면 커다란 맥락 안에 이 이야기가 적당한가, 라는 사소한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힘으로 응축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뭐랄까. 무언가를 꽤나 잘 알게 되었다는 착각 아닌 이상하게 묘한 기분에 빠져든다. 갑자기 졸렬하게 찌그러들었던 내 안의 내면을 담은 풍선이, 팡팡하게 부풀어 막 날아오를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날아오르고 싶어졌던가보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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