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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주 -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이야기, 2018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18년 9월
평점 :
안녕, 우주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이야기
작품 ‘안녕, 우주’ 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신비로운 우주의 섭리에 따라 운명과 같은 인연이 만들어진다는 모티브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소심하고 외소한 주인공 버질은 필리핀에서 이주한 아시아계 소년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쌍둥이 형들과는 달리 스스로의 세계에서 들어가 나오지 않으려는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소년이다.
-‘거북’은 가족들이 버질을 부르는 별명이었다. 버질이 좀처럼 ‘껍데기’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별명을 들을 때마다 버질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
나약하고 쉽게 상처받는 소년 버질을 도와주는 자매가 카오리와 여동생 겔이다. 특히 카오리는 우주의 신비로움을 믿으며 자칭 점성술사 역할을 하는데, ‘인연은 절대 그냥 생겨나는 게 아니다’ 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새로운 고객을 환영하는 명함을 만들면서 어른은 사절한다는 문구는 이 작품에서, 아이들만의 독특함과 재치가 돋보이도록 끌고가는 작가의 위트가 유쾌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점성술사 관련한 명함을 보고 카오리 자매 앞에 나타난 소녀는 청각장애로 보청기를 끼고 이는 발렌시아였다. 사실 버질은 발렌시아를 좋아했지만 소심한 성격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퍼즐이 맞춰지듯 버질이 우물이 빠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아이들은 한 곳에서 만나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 우연처럼 아니 정해진 인연처럼. 우주의 신비함이 만들어낸 만남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감초 역할의 쳇은 늘 버질 곁에서 버질을 괴롭히는 나쁜 악당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소설 속에서 약자를 놀리기 좋아하는 이 소년 역시 11살이라는 나이에 맞게 순수하고 두려움과 자존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의 평범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명의 인물 즉 버질과 발렌시아는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부분 공감대를 형성해왔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작가는 두 인물이 처음부터 인연으로 이어져 있었음을 알려주기 위해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힌트를 곳곳에 배치하고 있었다.
버질이 할머니에게 전해들은 많은 전설 같은 이야기는 신화처럼, 단순한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다가오지만, 결국 주인공 버질이 한 단계 성숙해가는 과정에 깊이 관계하며 결정적인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작품은 각각의 장마다 시점이 3인칭에서 1인칭으로, 혹은 각각의 주인공의 시선으로 다양하게 바뀌는 시점을 구성으로 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서 지루하지 않게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알아, 알아. 세상엔 우연이란 없어.
아이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빛나는 밤하늘의 신비로움과 고즈넉함처럼 때론 그렇게도 낭만적인가보다. 소설은 사춘기 아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우정, 그 나이에 맞는 풋풋한 이성에 대한 감정, 그리고 자아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때가 되면 우주가 말해줄 거야.
라고, 말하는 이 아이들은 또 얼마나 철학적인가.
아들이 중학교 입학을 위한 서류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아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듯 싶은 책...안녕, 우주. ∼∼∼∼
우주야.. 정말 안녕한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