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최후의 19일 2
김탁환 지음 / 푸른숲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허균, 최후의 19일 2

 

-허균, 반역의 자리에서 지다.

 

김탁환의 소설 허균, 최후의 19일 1, 2권을 완독했다. 작가 김탁환을 통해 허균을 새롭게 다시 만나면서 교산 허균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 나를 발견하게 된다.

허균은 진정한 개혁을 꿈꾸었던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방종 속에서 살다간 인물이었을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싸움에서 승자는 표면적으로 허균과 각을 세웠던 인물인 이이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광해군일기와 같은 기록을 보면 광해군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허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적잖은 애련함을 찾아볼 수가 있다. 결국 당시 역사의 기록에서도 오롯하게 이이첨이 승자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

 

1부의 마지막장의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2부 이야기를 해보자. 1부 마지막장에서 광해군은 허균을 찾아가 밀서를 건네며 미래를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허균의 딸 해경을 세자의 후궁으로 들이는 소원의 자리에 올릴 것을 약속하며 굳은 신임을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광해군은 허균을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소설의 흐름은 2부에서부터 빠르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2부의 시작은 옥에 갇힌 허균의 모습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허균을 따르는 무리들이 허균을 찾아와 탈출을 감행하자 했지만, 허균은 광해의 약속을 믿었고 끝내 도주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소설 속 인간 허균은 내적 갈등과 불안감에 휘둘리며 흔들리게 된다. 먼저 세상을 등진 큰형 허성, 둘째형 허봉, 누이 허난설헌이 꿈인 듯 환영인 듯 나타나 그에게 진정한 이상향과 꿈이 무엇이냐, 다시 시로 돌아올 수는 없겠는가, 물어보며 질책하게 되는데, 이 대목에서 소설은 주인공 허균이 꿈꾸었던 본연의 것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2부의 분위기는 법정에 선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최후진술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허균이 반역을 원했던 진정한 목적에 대해서, 임금이 없는 나라(용상이 없는 정치!)를 꿈꾸게 된 이유에 대해서, 차별이 없는 모두가 잘 사는 평등한 나라를 꿈꾸었던 인물 허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다시한번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반이라야지만 된다는 명분도 사라지는 것이다. 임금이 임금답고 양반이 양반답고 백성이 백성다운가를 따지기 전에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P270

 

-그렇다면 구태여 이런 일을 벌일 필요가 있었어? 이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네가 시로 되돌아오는 것을 마찬가지인 것을 ……반역의 자리에서 너는 행복하니? -P273

 

감옥에 갇힌 허균과 그를 따랐던 인물들(우경방, 현응민, 하인준, 김윤황)은 결국 이이첨의 계획에 따라 능지처참을 당한다. 사실 이이첨의 지략도 지략이었지만 허균의 죽음에 결정적 원인제공을 한 것은 함께 반역을 꿈꾸었던 이재영이라는 인물의 고변 때문이었다. 이재영의 선택은 나름의 진지한 동기를 떠나 결과적으로 허균을 죽음으로 떠밀어넣었다. 그리고 많은 죽음을 야기시켰다.

 

소설 속 허균의 말처럼 이재영이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배신을 했을 거라는 대목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반역의 끝에는 또다른 반역이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굳이 그 까닭을 묻는다면 처음부터 불안한 반역의 기틀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에서는 허균을 따르는 무리가 허균의 죽음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허균의 아들 허굉은 반역을 함께 도모했던 허균의 지인 박치의를 따라 길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 되고 있다.

 

역사가 기록하고 역사가 기억하는 교산 허균, 그는 어떤 인물인가. 아니 어떤 인물이어야 했던 것일까.

그를 믿었고, 다시 그를 의심했고, 그를 의심해서 슬퍼하던 조선 광해의 역사는 여전히 많은 의혹을 건네지만 늘 그렇듯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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