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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저녁 - 서양철학 50 ㅣ 철학이 있는 저녁
리샤오둥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래타임즈 / 2018년 9월
평점 :
철학이 있는 저녁
-이성과 신앙, 자연과 지식에 대한 인간의 질문들
처음에도 그랬고,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철학이 어렵다고 실토를 한다. 또한 이 철학이란 학문은 때때로 아주 모호하다. 경계가 분명한듯 하면서도 분명하지 않은 그 어떤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철학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나는 그저 철학은 자기 자신이 지켜내야 하는 하나의 생각 혹은 관념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을 지녀야 한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은 누구나 철학자의 면모를 지닌 것이 아닌가? 꼭 내가 무슨 스토아학파 내지는, 에피쿠로스학파의 거창한 명함을 내걸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의 선대를 쫒아 주어진 삶을 철학적으로 살아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은 어쩌면 모두 철학자들이다, 라는 명제를 만들어볼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책에 대한 첫 번째 느낌은 어쩌면 이 책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장점과 단점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철학책이라고 한다면 오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한 잔의 에스프레소처럼 달콤 쌉싸름한 지혜의 보석 상자’라는 비유는 꽤 감성적이면서도 자극적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커피를 단 한번도 마셔보지 못한 사람이기에 가히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문화적 이탈행위라고 해도 어쩔 수는 노릇이긴 하지만, 이쯤에서 나만의 철학적 멘트 하나정도는 남겨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문화적 소외나 이탈이 아닌, 그것은 지극히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말이다.
커피 자체가 갖는 맛의 오묘함을 알지 못하니, 커피가 갖는 달콤 삽싸름한 그 맛과 지혜의 보석으로 표현하는 이 철학책이 지니는 알 수 없는 미묘한 맛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대략 난감하다.
본론으로 들어가 다시 책에 대한 두 번째 느낌을 적어보자. 이것이 어쩌면 이 책에 대한 핵심이자 총체적인 정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구성을 살펴보면 책은 시대와 연대별로? 혹은 학파와 계열별로 나누어지며 이어지는 철학자들의 소개와 그들의 철학개념과 소소한 일상의 몇 장면들이 함께 실려 있다. 또한 한 사람의 철학자에 대한 소개와 그 혹은 그들이 평생 주장하고 일궈낸 철학 관념이 소개된 후에는 짤막하게 ‘철학적 사색거리’하는 코너가 등장한다. 독자로 하여금 개개인의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부분인 동시에, 이 부분이야말로 눈으로 읽으며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철학의 진한 향기에 매혹되기 좋은 순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 이야기가 남았다. 이 부분은 다소 불만 아닌 불만이 담겨져 있음을 미리 밝혀두기로 한다. 철학책뿐만 아니라 모든 책들을 읽을 때 첫장부터 끝까지 제목과 부제목까지 다 읽어보는 습관이 잡혀있는 까닭에, 이 책 역시 그렇게 읽어나가는데 제목과 부제목 그리고 내용의 조화가 다소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었다.
물론 주제와 내용에 들어맞게 잘 맞춰진 제목과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다소 모호하고 동문서답식의 두루뭉술한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혹자는 중세를 상징하며 말하기를 문화의 암흑기라고도 하더라. 철학사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었을까. 중세는 들어서면서 정치 경제 예술 등 생과 사를 포함한, 인간이 접하는 모든 문화의 일면이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중세가 아닌 그 보다 더 이른 시기에서부터도 철학사조에서는 이성과 신앙이라는 거대한 두 화두로 고민하고, 번민하는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은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어느 학파의 어느 학자는 신앙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또 다른 학파의 학자는 신앙이 아닌 이성이 우위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연이나 인간의 지식을 그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었다. 다양한 생각들과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신만의 혹은 선대의 이론으로 무장하여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관철시킨다. 사실 ‘철학이 있는 저녁’은 이러한 철학자들의 삶과 이론을 소개하는 짧은 개념서의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을 법하다.
깊이 알고자 한다면 다른 철학책을 더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을 법하거니와, 그저 이러저러한 철학자들과 개념들이 있는데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우리 삶에 어떻게 가져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까, (이 책의 출간 의도쯤 될 수도 있겠다)를 생각한다면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가락이 부러지니 아프다, 라는 말은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이 알려주신 힌트?였다. 손가락은 소크라테스, 아프다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의미한다. 그 시절에는 어째서 그런 순서를 외워야 했는지 서글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열두어살 무렵 어른을 따라 갔던 교회에서 들었던 설교말씀도 기억난다.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자가 진정 믿음이 큰 자입니다.’
그렇다고 내 자신이 신앙이 이성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나 이성이나 신앙을 포함한 많은 철학적 문제 앞에 서본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일절하고 책 속에는 기억하고 싶은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 중 일부를 인용하며 철학을 향한 짧은 구애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식과 지혜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을 부자가 되어도 좋지만 가난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알고자 하는 본성을 지켜가며 지식을 쌓아가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의미가 있고 지식은 그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07. 지식에 대한 갈망을 어떻게 채울까?, 일부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