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시간 - 한국의 야생화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색연필을 들고 하얀 면을 채워 나간다. 선을 따라 꽃의 에너지가 살아나고 새로운 꽃으로

 

변신한다. 그림이 끝나기전까지는 어떤 꽃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색이 더해질때마다

 

꽃은 그만큼 되살아난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인간의 신체가 반응하는 방식이 무척 경이롭

 

다는 것을 느낀다. 그림을 상상하고 그리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 되어 화가의 감성을

 

풍요롭게 한다.

 

 

화폭의 대상과 화가는 대화를 한다. 그 대화속에 즐거운 이야기가 이어지고 하얀색은 자기

 

만의 색을 찾아간다. 책을 통해서 그림을 그리는 기회를 처음 가져보니 처음은 낯설었으나

 

간단하면서도 짧은 순간 몰입하여 그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진다.

 

색의 밀도가 더해갈수록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서 그림이 완성될 즈음에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분신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알것이다.

 

 

순간을 충실하게 산다는 것은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여 그 대상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만큼의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완성의 측면에서 그림을 보니까 보통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대량생산과 컴퓨터, 복사, 인쇄 이러한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 한가롭게 색연필로 하나 하나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것은 사치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이런 의문을

 

갖게 한다. 그렇게 속도를 추구하며 만들어낸 그 많은 물질의 결과물들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만족스럽고 가치있게 하였고 그로인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물질의 소유와 넘쳐남으로 인해 사람은 인간마저도 물질의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자본의 논리로 소유의 기준으로 자신보다 얼마나 더 가졌는가 아닌가로 인해서 사회적

 

지위와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정해진다. 내면에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의 시각과

 

판단기준에 의해서.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간에 적은 돈으로 쉽게 이보다 더 멋진

 

그림을 살 수 있고 프린터로 당장 출력할 수도 있다.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품성과 내면의 의식의 성장을 들여다본다면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이 그림

 

한장이 때로 오직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을 갖게 하고 그로인해 감성의

 

풍요로움과 내면의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지게 한다.

 

그것은 산을 입구에서부터 자신의 발로 한발자국 한발자국 걸어서 힘들어도 산의 정상

 

까지 가는것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왔을때의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동의

 

질적인 차이일 것이다.

 

 

디지털의 시대에 살고 있는 도시에서 아날로그적으로 산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와 실천력이

 

요구된다. 때로 적절하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내면과 의식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삶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들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대부분 아름다은 것들은 쉬 사라져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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