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서 배우는 술술한자 :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 - 초등 6학년용
박두수 지음 / 중앙에듀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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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에 신문배달이 오면 제목에 있는 한자를 읽으려고 아빠 곁에서 맴돌던 기억이 난다. 취학 전 엄마는 한가한 낮 시간이 되면 한자 책을 펴놓고 공부하고 계셔서 나는 한자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었다. 그리 낯설거나 어렵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에도 한자시간이 기다려질 만큼 참 좋았는데 고등학교 때는 한문 선생님이 참 좋으셨음에도 불구하고 한자공부에 심취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고등학교 때는 입시 때문에 한문이라는 과목이 소외시 된 것도 있으리라고 본다. 대학을 졸업할 때 쯤 한자 붐이 한창 일어났다. 나이어린 초등학생들까지 한자능력 시험을 친다는 말에 놀란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참 똑똑하구나 싶지만, 일부는 한자 공부를 목적에 두는게 아니라 자격증 획득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아쉽기도 하다.

한자능력 검정시험 4급은 초등6학년용이다. 과거에 나는 한자능력 검정시험 3급을 준비한 적이 있다. 한자를 좋아했단 이유로 무모하게 책 한권을 사서 덤볐다가 1800자가 넘는 한자에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엔 부끄럽지만 6학년용을 선택했는데, 내용을 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정말로 6학년들이 치르는 시험내용인가 싶을 정도로 어려운 한자도 제법 있었다. 나는 굳이 이것을 6학년용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중급'이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모든 초등6학년생들이 이 정도를 모르면 좌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괜히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살짝 들기도 한다. 나의 엄한 걱정일까?

 

이 책은 쓰게, 암기 위주의 한자 학습에서 탈피하여 만들어진 유래를 설명해놓았기에 상당히 재미있게 여겨진다. 초급의 어른들이 보기에도 적당한 듯싶다. 한자의 부수는 한자의 뜻을 나타내는데 중대한 의미를 가지므로 중요한 것이다. 이 책에는 부수를 설명함에 있어 암기위주보다 뜻을 풀이해 조합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대부분의 한자를 자원으로 풀어놓았기 때문에 다른 책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이해가 된다.
예를 들면,

무리 군(群): 임금(君) 주변에 백성들이 양(羊)떼처럼 무리지어 있으니
용감할, 감히 감(敢): 장인(工)이 감히 적의 귀(耳)를 자르고 치니 용감하다



자원으로 한자를 알게 되니 다른 한자도 기억하기 쉬워 연결성이 좋다. 하나의 문장으로 기억하면서 즐겁게 한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한자공부에 자신감을 불어넣기에 딱 좋다. 많은 양에 살짝 의욕이 꺾일 뻔 했지만, 오기로 버텨보아야겠다. 올해 4급 시험을 쳐서 나 자신에 대한 도전도 해보고 가까운 미래에 내 자녀를 직접 친절하게 가르쳐 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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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
원철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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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호기심이 끌려 읽게 된 책. 정말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나는 초보신자라서 그런지 부처님이 주지를 하셨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았다. 늘 자리를 정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니시면서 포교를 하셨던 걸로 아는데, 주지라니. 알고 보니 부처님은 최초의 주지가 되셨으며 최초의 사찰은 기원정사라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스님들이 늦봄에서 여름까지 세속에 내려오지 않고 산속에서 수행하는 하안거(夏安居)에 들은 기억이 난다. 하안거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는 그 시기에 모든 생명이 싹트고 자라나는 시기라 길에 개미 한마리라도 밟아 죽일까 싶어서 길을 다니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도 우기에 그런 결정을 하셨다고 하니 하안거의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 책은 원철 스님께서 쓰신 주지학 개론이다. 왠지 개론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단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주제로 나누어 2~3페이지에 걸쳐 주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자세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과거 유명한 선사(禪師)의 일화나 최근 종교계의 이야기도 적어놓고 있다. 그런데 책 내용 곳곳에는 내가 알기엔 조금 어려운 단어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몇몇을 적어보자면,

 

납자(衲子): 중. 승려가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선사(禪師): 선정(禪定)에 통달한 승려.
시봉하다: -를 모시어 받들다.

 

아마 다른 사람에겐 익숙한 용어일지 모르겠지만, 초보자인 내게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주지라고 하면 수행공부도 하지만 절의 온갖 살림살이도 도맡아 해야 하는 것이라 책임이 막중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수행공부보다 살림살이에 비중을 두는 의미라고 하니 이분적인 주지론이 잘 화합이 되면 좋겠다. 주지도 절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복(福)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다섯 가지 인연으로 설명할 수 있다. 


관공서에서 사찰을 잘 도와주고(외호인연), 신도들이 모여들고(단월인연), 그 산에 머무르는데 장애가 없고(토지인연), 알맞은 수의 대중이 늘 머물고(납자인연), 그리하여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도량이 되어야 한다(공부인연).


불교라고 하면 왠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살아야 하는 듯 보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사찰부지나 기타 관련된 것들이 있다 보니 과거보다 외호인연이 더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에 주지스님께서는 사찰의 터를 넓히는 과정에서 관공서와 마찰이 있었고 결국 스님께선 불법행위로 전과자가 되기까지 했었다. 주지가 되려면 참으로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간접경험 한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절에 가서 둘러보면 절에서 풍기는 느낌이란 것이 있다. 깔끔하다던지, 온화하고 평온하다든지, 지저분하다든지 등의 전체적인 느낌을 알 수가 있는데 이 책을 봄으로써 깨끗하게 느꼈던 사찰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세삼 수고와 감사를 느낀다. 작년에 남편과 함께 전라북도의 금당사라는 절을 찾은 적이 있다. 우연히 간 곳이었는데 그곳에 주지스님께서는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면서 절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고 사소한 궁금증에도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설명을 잘해주셨다. 그곳엔 한창 외벽에 그림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네팔에서 온 전문가들이 외벽에 탱화를 그리고 있었다. 짧게 인사도 나누었는데 다시 한 번 그곳을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이처럼 주지는 세간들의 대중들을 관리할 줄도 알아야 하고 통솔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적절하게 관리하게 되었을 때 불자들은 감화를 받고 발심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책을 통해서 작은 절이지만 절을 잘 관리하고 덕목도 있는 주지스님을 만나 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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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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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끊임없이 발견된다.


프롤로그는 28장의 사진으로 깔끔하게 시작하는데 느낌이 참 좋다. 놀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놀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집에서 놉니다.'라 말하는 것은 나는 무능력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그것은 놀이를 잘못 이해한 것에 불과하다. 놀이는 비생산적이고 일은 생산적이다. 둘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 둘은 함께 하면 오히려 생산성을 자극하고 향상시킨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고 지낸다. 직장에서 놀아가면서 일한다고 하면 나 자신 말고는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는 마음가짐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놀이의 반대말은 일이 아니라 우울함이라고 한다. 놀이를 하지 못하면 일(생산성)에 지장이 있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파괴하기도 하는 것이다.

 


 

  놀이의 정의는 특별하게 없다.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직접 경험할 때 크게 느껴지면서 놀이는 목적이 없어 보이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놀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부정적인 면을 뉴스에서 접하기도 한다. 길 가던 어린아이나 노약자를 때리고는 도망가는 동영상을 찍고는 좋아하는 10대들을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그것을 장난친 것뿐이다(놀이)라고 말하는데, 실제 그런 것은 놀이가 될 수 없다. 약자를 괴롭히거나 독점적이고 공격, 폭력적인 것들은 놀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놀이라고 하면 왠지 어린 아이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0세 아이는 대부분을 놀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 시기에 뇌가 많이 발달을 하게 된다. 유년시절에 놀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년시절 놀이가 결핍되면 반사회적 성향이 생기기도 하며 실제로 살인자들의 경우가 그랬다고 한다.)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하면 너는 아빠하고, 나는 엄마할께 하면서 각자 역할을 부여하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놀이를 통해서 나름의 성정체성도 배워가지 않았던가. 형제나 또래아이들과 다투면서 사회성도 형성되었다. 
 

동물의 경우는 놀이가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기 강아지나, 곰, 사자 등이 어미에게 덤비거나 장난을 거는 경우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놀이를 통해서 사냥도 익히고 발달을 하게 되며 생존전략을 배우기도 하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필수 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놀이는 유년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세기 들어서는 노년기에 놀이라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있었기에 놀이는 인간에게 평생 필요한 것이다.
 



 

학습능력을 향상시켜 주고 사랑, 화해, 관계개선에도 놀이는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잘 노는 사람인데, 놀이에 대해서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놀이는 현대인의 우울증을 동적인 행위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으며 바꾸어 말하면 행복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놀이에 대한 몰랐던 새로운 시각을 갖고서 진정하게 우리의 삶을 즐겨보아야 할 것이다.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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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은 왜 거꾸로 있을까? - 우주 저편에 대한 148가지 질문
프레드 왓슨 지음, 김소정 옮김, 김웅태 감수 / 사람과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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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말만 들어도 왠지 환성적인 직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 과목을 참 좋아했는데(물론 선생님이 좋아서 ^^) 유독 천체부분에 계산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취약했다. 관심은 정말 많았지만 점수 면에서 따라주질 않으니 천문학자의 길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때 당시 이런 책들을 읽었더라면 나는 천문학자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천왕성은 왜 거꾸로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우주에 관한 미스터리를 해결해 줄 것만 같은 이 책은 저자 프레드 왓슨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청취자의 궁금증을 해결한 내용을 편집하여서 발간한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 정도는 이해하리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궁금했지만 누군가 딱히 대답해줄 수 없는 궁금증들이 집대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구름 낀 날에 천문학자들은 무엇을 할까?
왠지 아무것도 못하고 놀기만 할 것 같아 부러운 직업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들은 오히려 흐린 날 해야 할 업무가 더 많다고 하니 그들의 생활을 알게 되어 흥미롭다.


달에서 만리장성이 보일까?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별빛이 깜빡거리는 이유는?
인공위성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우주에 머물 수 있는 이유는?
낮에는 달이 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위의 질문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게 물어본다면 딱히 설명하기 까다로운 것들이다. 프레드 왓슨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재치 있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직접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을까?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 태양계와 똑같은 항성계가 있을까?
고등 생물체가 살고 있는 곳이 지구 외에 또 있을까?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을까?
결국 우주는 어떻게 될까?
핵폐기물을 태양에 버릴 수 있을까?
엉뚱한 생각들도 있고, 정말 궁금한 내용이지만 전문적으로 설명해 줄 사람이 옆에 없을 때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저자의 친절한 설명으로 나를 감탄케 한다. 나는 화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서 20년 전 화성에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해서 모아두었는데 언제부턴가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수집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아마 수집을 계속 했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먼 미래에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발견한다면 과연 영화 아마겟돈처럼 우주라 날아가 행성을 파괴하고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우주의 미래이지만, 우리는 우주의 일원이 아니던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여겨진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보현산 천문대가 있어서 가끔 그곳을 가보게 된다. 별자리를 구경하러 가는 것보다는 경치구경이나 데이트 장소로 그곳을 애용했다. (특히, 겨울에는 진풍경이다.) 그렇지만 한 번도 별자리 구경을 해본 적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다. 이번 기회에 민간인 개방이 되는 건지 실제로 망원경을 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직접 참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호주 위주의 천문대와 망원경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실제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천문학 도서에 관심을 가져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5년 전쯤 천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관련 카페에 가입을 하고 활동한 적이 있다. 지금은 왕성한 활동을 하지 못하지만 미련이 남아 그곳에서 천문력(달력)을 구매해서 별자리나 행성, 성운을 사진으로 감상하고 있다. 이번 책을 통해서 천문학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되어서 나로서는 참 기쁘다. 조만간 하늘의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천체판을 구입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밤하늘의 별자리는 남녀의 데이트를 위한 낭만적인 요소도 있지만, 미미한 인간이 광활한 우주에 온힘을 쏟아 별처럼 빛을 발하고픈 열정은 아닐까 여겨본다. 간만에 읽어 본 과학 도서였기에 다시 과학에 대한 나의 관심이 폭발을 일으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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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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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애절하게 사랑하거나 미워하면 타인보다 우선 자기의 심신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우린 ‘마음에서 놓아주기‘를 통해서 치유를 하려고 한다.


새로운 신경과학 연구를 하며 뼈아픈 과거의 고통을 잊지 못하는 커너 맥코이.
명성 높은 신경외과 의사였으나 노숙자가 되어버린 36살의 마크 해서웨이.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마크의 아내인 니콜 해서웨이.
엄마의 죽음에 복수를 하고자 자신을 버리려고 하는 15살의 에비 하퍼.
억만장자의 상속녀지만 행복한 것이 하나 없는 26살의 앨리슨 해리슨.


이 다섯 명이 등장하여 이끌어가는 소설은 딱히 누가 주인공이라고 할 것이 없어 보인다. 모두가 주인공인 옴니버스영화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하나로 엮여진 운명의 굴레였던 것이다. 외국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적인 느낌을 항상 풍기는 그의 소설이 이번에는 ‘법의 바퀴’ 문양을 사용했다. 여기서 말하는 법(法)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의 바퀴가 구르면서 중생세계의 미혹(迷惑: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정신이 헷갈리어 갈팡질팡 헤맴)을 깨드리는 것을 의미한다.

 

 

 

 



 


내 고통은 나 자신에 대한 복수이다. - 알베르 코헨

마크는 5년 전 잃어버린 딸 라일라를 잊지 못해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노숙자 생활을 자처한다. 아내 니콜 또한 딸을 잃어버린 슬픔과 남편까지 놓쳐버린 괴로움에 일에만 더욱 몰두하면 지내게 되는데, 그로부터 5년 후 딸이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 마크는 괴로움을 잊고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지만 딸을 만났다는 기쁨에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고, 타인을 이해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커너는 유년시절의 고통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만 평생 잊혀지지 않는 괴로움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저서 ‘살아남기’는 제목 그대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순서로는 오래된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신간을 먼저보고 늦게 이 책을 접했다. 발간된 지 시간이 흐른 터라 내용이 시시하면 어쩌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대를 저버리진 않는 책이다. 책의 후반부로 넘어가도 결말이 보일 것 같지 않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를 보듯 완벽한 반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던 복선을 찾아서 추리를 하는 동안에는 명탐정 못지않게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4번째 읽어보는 기욤 뮈소의 책인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그 후에’에서 나온  제프리 윅슬러 변호사가 깜짝 등장하여서 책 읽는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이 책이 먼저 나왔기 때문에 작가는 여기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엮은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심리묘사가 탁월했기에 더욱 푹 빠질 수 있는 책이었다. 강약은 다르지만 누구나 잊을 수 없는 괴로움 또는 고통으로 힘겨워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특정 대상을 향한 복수심이나 자신을 고통스럽게 질책하는 행동, 마음들이 치유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제목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사.랑.하.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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