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
원철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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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호기심이 끌려 읽게 된 책. 정말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나는 초보신자라서 그런지 부처님이 주지를 하셨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았다. 늘 자리를 정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니시면서 포교를 하셨던 걸로 아는데, 주지라니. 알고 보니 부처님은 최초의 주지가 되셨으며 최초의 사찰은 기원정사라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스님들이 늦봄에서 여름까지 세속에 내려오지 않고 산속에서 수행하는 하안거(夏安居)에 들은 기억이 난다. 하안거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는 그 시기에 모든 생명이 싹트고 자라나는 시기라 길에 개미 한마리라도 밟아 죽일까 싶어서 길을 다니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도 우기에 그런 결정을 하셨다고 하니 하안거의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 책은 원철 스님께서 쓰신 주지학 개론이다. 왠지 개론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단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주제로 나누어 2~3페이지에 걸쳐 주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자세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과거 유명한 선사(禪師)의 일화나 최근 종교계의 이야기도 적어놓고 있다. 그런데 책 내용 곳곳에는 내가 알기엔 조금 어려운 단어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몇몇을 적어보자면,

 

납자(衲子): 중. 승려가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선사(禪師): 선정(禪定)에 통달한 승려.
시봉하다: -를 모시어 받들다.

 

아마 다른 사람에겐 익숙한 용어일지 모르겠지만, 초보자인 내게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주지라고 하면 수행공부도 하지만 절의 온갖 살림살이도 도맡아 해야 하는 것이라 책임이 막중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수행공부보다 살림살이에 비중을 두는 의미라고 하니 이분적인 주지론이 잘 화합이 되면 좋겠다. 주지도 절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복(福)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다섯 가지 인연으로 설명할 수 있다. 


관공서에서 사찰을 잘 도와주고(외호인연), 신도들이 모여들고(단월인연), 그 산에 머무르는데 장애가 없고(토지인연), 알맞은 수의 대중이 늘 머물고(납자인연), 그리하여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도량이 되어야 한다(공부인연).


불교라고 하면 왠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살아야 하는 듯 보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사찰부지나 기타 관련된 것들이 있다 보니 과거보다 외호인연이 더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에 주지스님께서는 사찰의 터를 넓히는 과정에서 관공서와 마찰이 있었고 결국 스님께선 불법행위로 전과자가 되기까지 했었다. 주지가 되려면 참으로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간접경험 한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절에 가서 둘러보면 절에서 풍기는 느낌이란 것이 있다. 깔끔하다던지, 온화하고 평온하다든지, 지저분하다든지 등의 전체적인 느낌을 알 수가 있는데 이 책을 봄으로써 깨끗하게 느꼈던 사찰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세삼 수고와 감사를 느낀다. 작년에 남편과 함께 전라북도의 금당사라는 절을 찾은 적이 있다. 우연히 간 곳이었는데 그곳에 주지스님께서는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면서 절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고 사소한 궁금증에도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설명을 잘해주셨다. 그곳엔 한창 외벽에 그림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네팔에서 온 전문가들이 외벽에 탱화를 그리고 있었다. 짧게 인사도 나누었는데 다시 한 번 그곳을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이처럼 주지는 세간들의 대중들을 관리할 줄도 알아야 하고 통솔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적절하게 관리하게 되었을 때 불자들은 감화를 받고 발심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책을 통해서 작은 절이지만 절을 잘 관리하고 덕목도 있는 주지스님을 만나 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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