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경험주의 - 그 시작과 발전 과정
J.요르겐센 / 서광사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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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실증주의 혹은 논리경험주의에 대한 아주 유용한 책이다. 역사적 서술방식과 내용적 서술방식을 적절히 혼합하여 논리경험주의의 발전과정과 논제들을 간략하고 평이하면서도 실속 있게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소박한 편견을 물리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논리실증주의에 대해 검증주의 의미론만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논리실증주의자들이 과학과 철학 내지는 학문 전반에 대해 도모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폭넓게 알게 됨으로써, 검증주의 의미론은 논리실증주의에서 매우 부수적이고 제한된 관심사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빈 서클의 논리실증주의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타 지역에서 활동한 여러 학파들 역시 논리경험주의 경향의 발전과정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게 된 철학사적 지식이었다. 본문 120쪽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지만, 초기 분석철학에 관한 책들을 읽을 때마가 들춰보게 된바, 아주 유용한 책이 되었다. 

 다만 입문서로서는 그다지 추천할 만하지 않다. 다양한 논제와 이론들이 개괄적으로 논의되다보니, 그에 대한 선지식이 일정 정도 있어야만 읽는 소득이 있을 듯하다. 입문서로서 활용하고자 한다면, 해당 주제가 좀 더 폭넒고 상세하게 소개되는 여타 서적과 병행하여 읽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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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철학이란 무엇인가?
한스요한 글로크 지음, 한상기 옮김 / 서광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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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철학사 혹은 철학적 이론, 논증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런 명칭이 가능하다면, 철학사론 혹은 철학사조론을 전개하는 메타적 성격의 저술로서, '분석철학'에 대한 명확한 기준 내지 정의특성이라 간주되어오던 개념들이 합당한지가 폭넓게 탐구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결실 있게 읽기 위해서는 분석철학사 자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분석철학과 대비되는 각종 현대철학 사조들이 대략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역시 조금이나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 이전의 근대철학사에 대해 일정 정도 알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은 채 읽는다면 저자가 무엇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언급된 사항들에 관한 지식을 갖춘 채로, 분석철학 사조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만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식이 짧아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못했다.)

 추가적으로, 2장에 서술된 분석철학 전반에 대한 역사적 개관이, 분석철학사를 일별하고 정리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듯하다. 분석철학적 씨앗이 발아되는 근대에서 시작하여,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까지의 분석철학을 역사순으로 매우 압축적이게 개관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분석철학에 다소 익숙한 사람에게나 유용하다. 분석철학적인 내용을 산발적으로만 알고 있다면, 60쪽 남짓 되는 이 개관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아는 바를 일관된 흐름으로 꿰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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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확실성 사이언스 클래식 7
모리스 클라인 지음, 심재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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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히면서도 내실을 갖춘 책이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마치 방대한 '학문적 소설' 작품 하나를 읽은 듯한 기분이다. 수학과 자연과학이 더불어 발전하면서 수학의 확실성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온 과정, 수학 내에서 다양한 체계들이 발전하면서 그러한 확실성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과정, 수학의 발전 과정이 비논리적이었음을 자각하는 과정 및 그러한 반성 하에 수학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자 했던 각종 수학 기초론 학파들이 대두된 과정, 수학의 확실성을 담보하고자 경주된 모든 노력에 최종 타격을 가한 엄청난 사건, 그 사건 이후 작금의 수학계 실정 및 그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관점 등ㅡ이러한 내용들이 마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를 갖는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진다. 

 이렇듯 의도적인 구성과 서술방식을 지니고 있다 보니, 수학사에 관한 교양서로서 읽기에도 여타 일반적이고 단조로운 수학사 책보다 재미있게 읽히는 듯하며, 수학 기초론에 관한 입문서로서 읽기에도 여타 전문적인 수학철학 책보다 평이하게 읽힌다. 순수 수학적 내용이나 수식 등이 최소한으로 등장하면서도, 그러한 내용이 논의될 때에는 이 사례가 현재 논의 맥락에서 시사하는바가 무언인지 마지막에 반드시 첨언, 정리되어 있어서, 학창시절 배운 수학지식을 다 까먹은 나 같은 일반 독자층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수학적 훈련과 거리가 먼 대중 독자층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서술 측면에서의 좋은 접근성, 평이성이라는 장점 외에도,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장점도 개인적으로는 무척 컸다. 수학은 확실하고 필연적인 지식체계라는 막연하고 소박한 직관에 의심을 던져보기에 충분할 만큼, 일관된 논지와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사례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논의된다. 치밀한 논증이나 번뜩이는 통찰력에서 오는 센세이셔널한 독서경험을 가져다주진 않았지만, 저자가 목표하는바 수학이라는 학문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설득되는 데에는 충분하였다. 수학에 대한 교양 수준의 지식을 많이 습득하게 되었다는 것도 부수적인 장점이었다. 

 요컨대 교양서적으로서 평이하고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피상적인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충분히 실속 있는 내용들을 전달해주고 있는 만족스러운 책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및 책의 부피가 주는 부담감만 이겨낸다면, 누구든 재미있게 읽고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 수학에 관한 교양서적을 추천해달라 하면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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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철학 - 논리주의ㆍ형식주의ㆍ직관주의의 이해와 비판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73
스테판 쾨르너 지음, 최원배 옮김 / 나남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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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자는 수학철학 입문서를 의도하고 저술하였다고 공표하지만, 워낙에 추상적인 두 학문이 결합된 분야에 대한 저서이니만큼, 입문서임에도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끈기를 갖고 찬찬히 읽어나가면 논의되는 세 가지 수학철학 입장들의 핵심적인 논지와 기획을 어렴풋하게나마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형식주의와 직관주의에 대한 공부가 미비하다는 역자의 고백이 증거하듯, 논리주의에 비해 형식주의 및 직관주의가 다뤄지는 부분이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분야에 대한 저술 자체가 희소하기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또한 서술된 내용들이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수학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어떠한 것인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체험을, 원저자의 개인적 관점이 개진된 8장에서 겪었다),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번역된 문체나 스타일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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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의 역사 2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87
윌리엄 닐 외 지음, 박우석 외 옮김 / 한길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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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과 마찬가지로, 꽤나 전문적이고 테크니컬한 내용들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다만 1권에 비헤 더욱 전문적인 논의들이 펼처지기에, 논리학 내지 수학철학분야에 웬만큼 훈련이 되어있어야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한 처지에 있지 않다면, 마치 고등학생 시절 수학의 정석을 혼자 공부할 때처럼, 세세한 내용을 차근차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읽어야 조금이나마 읽는 소득이 있을 것이다 형식논리학, 논리철학, 수학철학, 언어철학, 메타이론 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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