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확실성 사이언스 클래식 7
모리스 클라인 지음, 심재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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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히면서도 내실을 갖춘 책이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마치 방대한 '학문적 소설' 작품 하나를 읽은 듯한 기분이다. 수학과 자연과학이 더불어 발전하면서 수학의 확실성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온 과정, 수학 내에서 다양한 체계들이 발전하면서 그러한 확실성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과정, 수학의 발전 과정이 비논리적이었음을 자각하는 과정 및 그러한 반성 하에 수학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자 했던 각종 수학 기초론 학파들이 대두된 과정, 수학의 확실성을 담보하고자 경주된 모든 노력에 최종 타격을 가한 엄청난 사건, 그 사건 이후 작금의 수학계 실정 및 그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관점 등ㅡ이러한 내용들이 마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를 갖는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진다. 

 이렇듯 의도적인 구성과 서술방식을 지니고 있다 보니, 수학사에 관한 교양서로서 읽기에도 여타 일반적이고 단조로운 수학사 책보다 재미있게 읽히는 듯하며, 수학 기초론에 관한 입문서로서 읽기에도 여타 전문적인 수학철학 책보다 평이하게 읽힌다. 순수 수학적 내용이나 수식 등이 최소한으로 등장하면서도, 그러한 내용이 논의될 때에는 이 사례가 현재 논의 맥락에서 시사하는바가 무언인지 마지막에 반드시 첨언, 정리되어 있어서, 학창시절 배운 수학지식을 다 까먹은 나 같은 일반 독자층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수학적 훈련과 거리가 먼 대중 독자층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서술 측면에서의 좋은 접근성, 평이성이라는 장점 외에도,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장점도 개인적으로는 무척 컸다. 수학은 확실하고 필연적인 지식체계라는 막연하고 소박한 직관에 의심을 던져보기에 충분할 만큼, 일관된 논지와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사례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논의된다. 치밀한 논증이나 번뜩이는 통찰력에서 오는 센세이셔널한 독서경험을 가져다주진 않았지만, 저자가 목표하는바 수학이라는 학문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설득되는 데에는 충분하였다. 수학에 대한 교양 수준의 지식을 많이 습득하게 되었다는 것도 부수적인 장점이었다. 

 요컨대 교양서적으로서 평이하고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피상적인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충분히 실속 있는 내용들을 전달해주고 있는 만족스러운 책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및 책의 부피가 주는 부담감만 이겨낸다면, 누구든 재미있게 읽고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 수학에 관한 교양서적을 추천해달라 하면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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