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험주의와 분석철학
볼프강 스테그뮐러 / 고려대학교출판부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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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하고 전문적으로 서술된 어려운 책이다 역자가 소개하듯이 현대 경험주의에 대한 가볍고 개괄적인 정보만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읽기도 버겁고 소득도 적을 것이다 분석철학 초기의 역사 및 논리실증주의에 관련된 지식을 적당량 숙지한 채 끈기있게 읽어나간다면, 경험주의라는 사조에 대해 막연하고 소박하게만 알고 있던 것들이 다소 교정되고, 특히나 현대철학의 분석적 전통에서의 경험주의가 "모든 지식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대강의 조악한 전통적 경험주의의 기조를 세련화하고 정밀화하기 위해 분투했던 치열하고 정치한 노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카르납의 철학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철학에 대한 일반독자층의 관심이 전통철학이나 현대 대륙철학에만 집중되어 분석철학에 관한 저작이나 번역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 출판계에서, 가뜩이나 어렵고 복잡한 카르납의 철학을 (개괄적으로든 심층적으로든)제대로 다룬 책은 개인적으로 여직껏 한 권도 보질 못하였다 그나마 번역된 그의 저서도 "구조" "통사론" 등의 주저가 아니라 과학철학에 대한 입문격의 저서 하나 뿐이다 이런 사정에서 카르납의 철학을 폭넓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이해하긴 어려워도 번역, 출판되었다는 존재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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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
박병철 지음 / 필로소픽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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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비트겐슈타인 입문서이다 나로서는 생소한 전환기 사유가 소개된 3장이 꽤 흥미로웠고, 전기 사유와 다른 의미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후기 철학이 특히나 잘 정리되어 있다고 느꼈다 딱딱한 학술적 느낌을 피하면서도, 대중적 철학서적이 지니는 피상성이나 조야함도 피했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높은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단점을 지적하자면, 쪽수와 활자크기에 비해 가격이 살짝 높은 것 같다 (알라딘 중고서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값에 산 나는 운이 좋다 혹여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굴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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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 그의 철학적 주제들 헤겔총서 1
프레더릭 바이저 지음, 이신철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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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헤겔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나름 이해하고 느끼는 바가 있어 더 상세히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 싶은 지적 욕구에서 자극된 관심이었다 헤겔도 분명 사람이었으니, 초등학교 교장도 지내보고 말은 좀 툭툭 끊겨도 강의가 인기 있는 대학 교수였던 지식인이었으니, 그의 철학을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도대체 무슨 의미에서 '세계는 절대정신의 자기인식이다' 하는 따위의 말들을 하였는지 이해해보고 싶었다 카르납은 헤겔의 책을 읽고 낙담한 학생들은 자신의 무지를 탓할 것이 아니라 헤겔의 헛소리를 탓하라고 했지만, 나는 그를 탓하더라도 그의 말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이해해본 뒤 탓하고 싶었다

그런 관심에서 헤겔을 읽어보아도, 소득이 하나도 없었다 이전에 읽은 헤겔 관련 책은 그의 "역사철학강의"와 "정신현상학", 니콜라이 하르트만의 "독일 관념론 철학", 프레드릭 코플스톤의 "18, 19세기 독일철학" 등 네 권과, 각종 철학사 윤리학사 종교철학 예술철학 관련 책들에서 헤겔에 관해 서술된 단편적인 내용들이었다 거짓말 안 하고, 그것들을 통해 내가 헤겔에 대해 이해하게 된 바는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읽고 나서 뭘 읽었는지 기억 나질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리뷰가 호평인 것을 보고 구입한 이 책은 달랐다 난해하거나 모호하지 않은 명료한 문체로 쓰여서 일단 읽기가 수월하였고, 헤겔 고유의 전문용어들을 간략하게 해설한 뒤 그 용어들이 사용되는 맥락을 염두에 둔 채 그와 관련되어 진행되는 논의가 헤겔 철학을 대강이나마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헤겔 철학에 쏟아지는 교조적인 동의와 비판 사이에서 균형잡힌 해석을 제공하려는 저자의 노력도 특기할 만한 장점이다 헤겔이 무엇을 문제삼아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 나름대로 조금은 이해하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서 언급한 네 권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외려 과제가 생겼다 뭔갈 배운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다만 "헤겔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저술되었다"는 저자의 말에는 감히 동의하지 못하겠다 여느 학문 분야의 여느 학자 혹은 학파든, 그 개별 이론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학문적 흐름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진부한 말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헤겔에 입문하는 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한 듯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근대 계몽주의, 칸트, 독일 낭만주의, 피히테와 셸링의 관념론 등에 대한 일차적인 지식이 없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헤겔의 1차서적을 읽는 것 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요컨대 철학에 교양 수준의 관심은 있지만 헤겔 철학 자체와 그 전후 맥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버거운 책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저자가 말하는 '헤겔을 처음 접하는 독자'층이 문자 그대로 이런 사람을 가리키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각 장마다 헤겔의 문제의식이 싹튼 철학사적 맥락이 간략하고 평이하게 설명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유기체 관념이 무엇인지, 스피노자의 신 즉 자연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칸트가 구분한바 자연과 자유에 대응하는 현상계와 예지계가 무엇인지, 독일 낭만주의자들과 관념론자들이 칸트철학에서 발견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저자의 간략한 맥락 설명마저도 읽기 싫어지는 부담스런 내용으로밖엔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철학사 한 권 및 칸트 철학 전반에 대한 평이한 해설서 한 권, 이렇게 두 권 정도는 읽어놔야, 이 책을 읽는 재미와 소득이 더 커질 듯하다 '탈레스는 물을, 아낙시만드로스는 무한정자를,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만물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는 지식을 안다고 해서 고대 자연철학을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듯이, '헤겔은 칸트가 이성의 인식론적 권리와 형이상학적 권리에 대해 규정한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였다' 하는 등의 지식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헤겔의 철학을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소박한 의미에서라도 나는 '모든 앎 즉 학문은 체계를 통해서만 온전한 앎 즉 학문이 된다'는 헤겔의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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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철학 - 그 전통과 쟁점들
마이클 코라도 지음, 곽강제 옮김 / 서광사 / 198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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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분석철학계에서 제기된 논의들을, 역사순으로가 아니라 철학의 하위 분야별로 개관하고 있다 1부에서는 러셀의 언어철학을 통해 분석철학이 태동하게 된 전통적 시초의 면모가 어떠했는지에 관해 서술하며, 2부에서는 인식론, 심리철학, 윤리학, 논리학 등의 4개 분야에서 분석철학적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간략하게 개관한다 분석철학 전통에서 또다른 줄기인 형이상학과 과학철학이 다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긴 하지만, 제시된 분야들에 관해서라도 분석적 흐름의 갈피를 일목요연하고 압축적으로 개관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의의는 높이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고 번역도 깔끔하여, 분석철학에 가볍게 입문하기 위한 저서로서 추천한다 추가적으로, 각 장 말미에 붙은 더 읽을거리에 제시된 저서들 목록이 매우 유익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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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의 이해
제임스 래디먼 지음, 박영태 옮김 / 이학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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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적이고 고전적인 과학철학서라는 느낌이 든다 역사에 따른 서술과 주제나 문제에 따른 서술 중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맥락과 필요에 따라 논의의 초점을 과학철학사와 개별 과학철학 논제들에 적절히 배분하여 집중시키는 서술 스타일이, 견실한 교과서적 저술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다만 2부의 실재론-반실재론 논의가 꽤 난이도가 있다보니, 2부 한정으로 과학철학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추천할 만하지 않다 과학철학에서의 실재론과 관련된 인식론적 기본 지식이 없는 독자들은 2부를 읽어도 남는 게 별로 없을 듯하며, 실제로도 내가 그러했다 하지만 여타 과학철학 관련 책들을 많이 읽은 뒤 다시 도전해보고 싶게 만들 만큼 잘 쓰인 책이라는 점에서, 소장 가치는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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