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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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에게는 결코 추천할 만하지 않은 책이다 소개되는 철학자들의 범위가 상당히 넓고 다양하다보니, 각 철학자들의 사상이 전문적인 용어들로 매우 압축적이게 서술된다 이를 테면 각 단락의 핵심 문장에 밑줄을 쳐가며 공부하는 사람이 읽을 경우 한 단락의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어야 할 만큼, 농밀하게 서술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적인 철학서들마냥 철학자들의 사상을 요약정리식으로 피상적이게 나열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논점들을 전문적이고 심도있게 개진하고 있으니, 결코 형편없는 책은 아니다
다만 어쨌든 이런 점들로 인해 초심자가 읽기엔 매우 버거우며, 철학책을 다소 읽어본 독자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는 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물러앉아 한 권을 통째로 읽어나가려는 요량으로 이 책을 읽으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지루하게만 여겨질 것이며, 여유 있는 호흡으로 천천히 읽어나간다 해도 철학에 대한 내공이 없으면 역시 어렵고 지겹게만 느껴져 마찬가지로 얻을 게 많지 않을 것이다 여타 철학책을 읽어나가다가 한 철학자의 이론 내지 부분적인 철학사적 지식이 필요할 때에, 그에 대한 핵심적인 조망점이나 개관을 얻기 위해 부분적으로 선별하여 읽는 식으로 활용하는 편이 더욱 도움이 되는 독서전략일 듯하다 (실제로 나의 경우, 처음 읽을 때 지겨워도 꾸역꾸역 다 읽었으나 머리에 남은 게 없어 실망하였지만, 다른 책들을 읽으며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활용하였더니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번역의 경우 딱히 유려하고 매끄러운 번역이라고 평할 수는 없지만, 읽어도 뭔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엉망이지도 않다 찬찬히 곱씹으며 읽으면 충분히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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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분석은 어떻게 하는가?
존 호스퍼스 지음, 이재훈 옮김 / 서광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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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입문자에게도, 철학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픈 수작이다 쉽고 명료하게 쓰인 데다가 번역도 깔끔하니 초심자에게는 접근성이 좋으며, 철학에서 핵심적인 논의주제들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수준으로 서술되니 철학적 배경지식이 다소 있는 사람에게는 이미 알던 것들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데에 아주 유용하다 각 장별로 언어철학, 인식론, 과학철학, 형이상학(심리철학), 종교철학, 윤리학의 기초적인 내용과 논증들을 다루고 있어, 철학의 하위 개별 분야를 조망하는 데에도 선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낡고 고루한 철학사 책 속에서 미어터지는 이론과 지식들을 머리에 욱여넣느라 지친 독자라든가, 암만 읽어도 뭔소린지 종잡을 수 없겠는 원서 내지는 전문 연구서들만을 접하다 보니 철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피로감만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철학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능숙한 교수의 철학 강의에 참석하여 활발한 생각들을 고취시키는 질문들을 받는 듯한 생생한 철학적 경험을 가져다준다 책의 부피가 주는 양적인 압박감만 견뎌낸다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만족스런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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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 강의 - 31가지 테마로 본 현대 영미철학의 흐름과 쟁점
로저 스크루턴 지음, 주대중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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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할만하지 않은 책이다 다루는 주제들이 방대하다보니, 개별 주제와 연관된 이론이나 논증들이 산발적이고 파편적으로 서술된다 철학에 입문한 독자라면 갈피를 못잡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 얻을 것이 많지 않고, 철학에 다소 내공이 쌓인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간략하게 개관될 뿐이라 여길 것이니 역시 얻을 것이 많지 않다 개별 주제에 대한 압축적인 서문격의 글로서 활용하기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서술이 쉽고 번역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 방대하고 부분적으로는 너무 개략적이라는 데에서 모든 단점이 기인한다 철학의 다양한 분야에 숙달해 있는 독자만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향유할 수 있는ㅡ다르게 말하면 철학을 공부하거나 철학적 사유를 하게끔 도와주지는 않는ㅡ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러한 독자의 외연에 속하지 않기에,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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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란 무엇인가 - 의미론 지침서
폴 엘번 지음, 권연진.임동휘 옮김 / 한국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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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만족스러운 의미론 입문서이다 의미 내지 언어에 대해 언어철학, 언어학, 심리학 측면에서 균형있게 접근하고 있으며, 제반 학문분야의 전문용어와 핵심 논점들을 명료하면서도 알차게 해설하되, 이 모든 것들을 의미론에 관한 여하한 배경지식이 일절 없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한 말로 전달하고 있다 요컨대 형식과 내용과 접근성의 세 측면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입문서이다 역자들의 서문을 보면 학술서적에 대한 소개글 치고는 꽤나 인상적이고 다채로운 어조로 이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다 읽고 나니 역자들이 왜 그런 식으로 서문을 썼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멋진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철학용어들에 대한 번역이 아쉽다는 사소한 단점이 있다 원저자는 언어학-철학 학제연구 프로그램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직도 철학과에서 교수중이라고 소개된바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훈련된 학자인 데 반해, 역자 두 명은 모두 순수하게 언어학 내에서만 연구를 한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플라톤의 eidos 개념을 가리키는 'form'을 보통 철학서에서 역어로 선택되는 '형상'이 아니라 '형태'로 새긴다든지 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의미를 알아먹을 수 없게 만드는 정도의 오역이라곤 할 수 없지만, 자신이 종사한 바와 다른 학문분야의 전문용어에 대한 번역 용례를 폭넓게 고심해서 참조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탁월한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언급된 번역상의 단점은 단지 개별 단어에 대한 지엽적인 문제일 뿐, 문장 전체의 층위나 서술 맥락의 층위 에서는 아주 잘 읽히도록 번역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매우 훌륭한 책을 읽게 되어서 참 만족스럽다 언어학이든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어떤 방향에서든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학술적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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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논리학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이윤일 옮김 / 북코리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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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형식 면에서 희소성 있는 문헌이라는 점이 큰 장점인 듯하다 논리철학 내지는 다소 느슨하게 보자면 언어철학을 다루는 국내 문헌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주제를 형식 면에서 철학사별 혹은 철학자의 이론별로 다루지 않고 주제별로 다루는 문헌도 거의 없는 실정에서, 이 책은 그 주제에 배타적인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요긴하다

하지만 주제 자체의 어려움 및 원저자의 서술 방식의 개략성이 이해를 어렵게 만들며, 가뜩이나 그 어려움을 수준 이하의 번역이 가중시킨다는 점은 명백한 단점이다 서문에서 원저자는 이 책이 입문자들의 방향을 잡아주기 위한 도구라고 공언하지만, 다뤄지는 주제가 워낙 폭넓다 보니 한 이론 내지는 논제가 꽤나 약식으로 서술되고, 그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점 역시 핵심적이고 압축적으로 서술된다 전자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도 후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며, 전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후자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 결국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결실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서술방식 자체가 이러한 어려움을 지닐진대, 번역의 난삽함은 이 책을 더욱 읽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고있다 나는 이 책의 주제에 대해서도, 번역작업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아니기에 번역의 '전문성'에 관해 자신있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국어 문장으로는 매끄럽게 읽히지 않게끔 번역되어있다는 것만은 지적할 수 있겠다 주술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비문도 몇몇 있고, 어절의 순서를 굳이 왜 이런 식으로 두어 번역했을까 싶은 문장들이 매우 많다

그래서 이 책은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 한정으로,논리철학, 언어철학, 형이상학에서 이뤄진 논의들을 주제별로 개관하거나 필요에 따라 한 주제를 간략히 정리해보는 데에 읽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고싶다 지적되었듯이 서술은 압축적이지만, 다뤄지고 있는 주제별 항목들 자체는 매우 세세하기에, 원저자의 말대로 개별 주제들에 대한 서문격의 글로서 활용한다면, 이 분야에 대해 알던 지식을 조금 더 다듬는 데에는 분명 일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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