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캡틴 선더볼트 1 캡틴 선더볼트 1
아베 가즈시게.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유머를 잊지 않는 작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사카 고타로의 느낌이다(박민규 작가와 조금 닮았으려나?).
심각하고 무거울 것같은 주제를 녹여넣으면서도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의 작풍은,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영화도 볼만하다!) 이후로 그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읽게 하는 원동력이다.
밀도가 높은 책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성향을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고 있는 몇 안 되는 일본 작가랄까.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한 인터뷰 - 
그런 그가 이번에는 '히어로물'을 들고 왔다고 하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어 읽기 시작한 것이 이 '캡틴 선더볼트'.
대히트했던 '골든 슬럼버'를 떠오르게 하는 볼륨(그의 책 중에 2권으로 분권된 책이 있었던가?), 아쿠카타와 상 수상에 빛나는 순문학 작가 아베 가즈시게와의 합작, 급성 전염병에 의한 전세계적인 테러를 막는 일반인 두 영웅의 이야기 등 소재부터 매력적이었고,
실제 한 호흡에 다 읽어버렸다. 마침 휴가날이어서이기도 했지만, 2권을 한 번에 읽어버린 것은 참 간만이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고 공감이 가는 느낌.

본격 스릴러라기보다는 활극
히어로물이라고 하면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으로 착각할 수 있으니 '특촬물'이라고 해보자. 그런 특촬물은 또 히어로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이 책은 히어로물 보다는 특촬물, 혹은 활극에 가깝다.
전염병을 퍼뜨려 전세계를 정화하려는 국제적 테러집단이라는 소재가 뭔가 굉장히 규모가 크고 치밀한 미스터리를 그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하지만,
실제는 두 일반인이 핑크나 레드나 옐로우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열정으로 세상을 지킬 수 있는 특촬물의 세계'다(초능력이나 초과학 따위는 없다).
글로벌 테러집단은 나오지만, 그들의 엄청난 두뇌싸움이나 대규모 군대, 혹은 엄청난 힘이나 음모 따위는 없다.
매회마다 같은 적이 등장해서 세상을 위협하고, 그 적만 물리치면 즐겁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신들의 아지트로 돌아가는 특촬물의 그 느낌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깔리는 복선이나 화두가 하나하나 뒤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거나, 스쳐갔던 인물들이 중요 인물로 밝혀진다든가 하는 등, 스릴러적인 재미나 읽는 재미는 충분히 있다.
그리고 '골든 슬럼버'를 연상케하는 아슬아슬한 추격전의 재미도 살아있고.


열정과 찌질함, 그리고 현실적인, 어른이라는 공감대
솔직히 고백하면,
성인을 넘어 아저씨라 불릴 나이가 된 지금도, 나는 나 자신이 어리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였을 때 좋아했던 것들을 지금도 좋아하며, 그 때 먹었던 것을 지금도 좋아한다.
그리고 가끔씩은 어른이라면 절대 하지 않아야 할 실수나 잘못도 하기 일쑤다.
그런데 과연 나만 그런가? 우리 모두가 이런 아이같음을 모두 간직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의 주인공, '아이바 도키유키'와 '이노하라 유'도 그런 어른이다. 그 덕분에 대부분의 결정 기준은 '돈과 현실'이며, 열정도 찌질함도 모두 이 안에서 발현한다.
그 가운데 유년 시절의 경험을 어른 이후와 의도적으로 엮어내는 뻔뻔할 정도의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녹아있다. 이것이 공감대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이사카 고타로X아베 가즈시게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즐거운 책이다.
아베 가즈시게의 작품은 '그랜드 피날레'라는 개인적으로는 그리 공감가지 않는 작품 한 편(친딸의 누드 사진을 찍다가 이혼당한 남자라니, 그런데 무려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이라니...)을 읽었을 뿐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기 부족하긴 하지만, 분명 이 책, '캡틴 썬더볼트'는 이사카 고타로의 기존 작품들과 조금 느낌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 덕분에 아베 가즈시게의 작품도 몇 개 더 읽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본격 하드보일드라거나, 음울하고 멋진 탐정물, 빡빡하게 밀도가 높아 자꾸 앞페이지를 뒤져보게 만드는 책들(이거 다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만 읽고 있었다면, 한 번쯤 추천한다.
이사카 고타로의 유쾌한 매력과 아베 가즈시게의 유려한 문장이 내달리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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