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일언 -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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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책이 있다.
    - 성공한 사람이 자신은 이렇게 성공했다며 독자를 ‘훈계’하는 글로 가득한 책.
    -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만 실천하지 못한, 그래서 인정하지만 다들 아는 이야기, ‘좋은 말’로 가득한 책.
    - 짤막짤막한 신문 기고용의 글을 모아놓은 듯한 형식의 책(짧은 글일수록 논거가 약하니까).


음, 청개구리스러운 사고 아니냐거나, 세상을 왜 그렇게 삐딱하게 보냐느냐 하고 힐난해도 좋다.

하지만, 싫.은.건 싫.은.거.다.


어쩌면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 책, ‘일심일언’은 위에 열거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형태의 삼박자를 다 갖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의 3대 기업가로 손꼽히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기업인. 

하물며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는 놀랍도록 거대한 이름도 붙어있는 사람의 책.
그리고 짤막짤막한 글들로 일과 인생, 그리고 사람을 모두 아우르는, 주제 역시 거대한 책이다.


이 작은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목차 등등을 살펴봤을 때 난감했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였다. 그냥 읽지 말까…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짧은데 뭘… 이라고 읽기 시작한 이 책, 아이구야, 내 뒷통수를 치고 말았다.


짧은 글에도 시처럼 농축된 글이 있고, 시시껄렁한 잡문도 있기 마련이다. 

짧은 글에 담긴 그의 이야기들은 굉장히 농축되어있으며, 굉장히 명쾌하다. 

무엇보다 연륜이 묻어나는 자신만의 정의가 있다는 것. 

창조에 대한 정의, 경영에 대한 정의 등등. 이런 정의들은 다른데서 쉽게 봤던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경험 속에서 얻은 그런 느낌이라서 더더욱 현실감이 있다.

또한 뭐랄까, 안일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에게 한없이 명쾌한 채찍질을 하는 느낌이랄까(앞서 언급했던 뒤통수는 그냥 표현이 아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가지.

첫번째. 흔히 사람들은 일과 가정 두 가지 어느쪽에 몰두하느냐에 대한 딜레마를 갖고 있다. 뛰어난 경영인들조차 ‘대신 가정에 소홀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는 답변을 쉽게 하지 못 하거나 혹은 인정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아예 ‘기업 내 수많은 직원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커다란 사랑’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을 사명으로 느낀다며 확실한 못을 박고 있다. 아예 '사명'으로서 보다 큰 것에 대한 집념이 보인달까. 물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진 않는다고 했지만. 아예 이렇게 못을 박아버리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두번째. 세금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당당하게 낸다거나, 증자시 언제나 자기 자본 비율이나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신주배당을 한다거나, 혹은 절대 족벌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등 극히 청렴하고 바른 경영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모습이 ‘경제적인 이익보다는 직원과 나 사이의 진정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

사실 절세나 자신의 이익에 대한 유혹, 경영자로서 참 넘기 힘든 것. 그것들을 ‘신뢰’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 것 참 깐깐한 기업인이라는 생각과 온통 족벌경영과 절세를 넘은 탈세, 자신들의 이익만이 최고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부럽기 그지 없다. 



읽으면 찔릴 분들 좀 많을듯.



물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교세라 창업후 3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3년전에 쓰여진 책이고 그런만큼, 현 세대의 경영 트렌드와는 좀 멀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저자도 인정했듯 일본식 경영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한 그의 이야기들을 모두 받아들이기는 좀 애매한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건 좀 시대에 뒤떨어진다든가, 이건 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는 부분이 있기도 했고.

물론 어떤 책이든 독자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자기 몫이긴 하지만.


하지만 달인의 언행에는 보편적인 울림이 있다고 했던가. 극히 일본적인, 그리고 벌써 수십년이나 지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도 곱씹어보고 따라야 할 듯한 그런 인상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피터 드러커를 읽었을 때보다 더 많은 울림이 있었다. 

곁에 두고 가끔씩 꺼내 읽을 수 있는 그런 ‘경영의 고전’ 한 권을 만난 것 같아 반갑다.

물론 경영에 관심있는 사람들만 읽을 그런 책은 아니고, 자기 자신이 왜 일을 하고, 왜 세상을 살아가느냐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사실상 모든 사람?) 한 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부담없이 읽을만한 분량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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