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로 살아보기 -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오프라인으로 지낸 40일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김정민 옮김 / 율리시즈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아날로그로 살아보자! 라는 운동이 최근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도 얼마 전, IPTV를 뒤적이다가,  달콤한 로그아웃, 아날로그 날다 라는 SBS의 방송을 관심 있게 본 적 있습니다. 너무도 깊숙하게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버린 인터넷. 특히 최근 엄청난 속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그 혁명적인 편리함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이지만, 그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몇몇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를 실험하는 그런 방송인데요, 구미가 당기는 분들은 한 번쯤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운동은 비단 국내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는 멀리, 독일에서 유력 일간지와 잡지사 등에 인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토프 코흐 라는 작가가 쓴 또 한 번의 '아날로그로 살아보기' 실험에 대한 체험기인 셈입니다. 
그것도 꽤 잘 쓴.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아날로그'로 돌아가보려는 실험을 자꾸 하는 것일까요?
사실 앞서 언급했던 SBS의 다큐나 이 책의 소재가 된 이 '아날로그'에 대한 실험은 그리 독특한 주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빈번히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도 최근의 기술 혁신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또 잘 활용하고 있구요.
무언가 알고 싶을 때, 그저 스마트폰의 '검색'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사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볍게 통화 버튼이나 SNS 혹은 카카오톡같은 메시지 어플로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그런 편리함 말입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그런 기술 혁신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만끽하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동전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에게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처럼 느끼지만, 절약을 해주는 시간만큼을 다시 빼앗아간다'라고 충고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참 맞는 말입니다. 
1~2분의 통화로 해결될 문제를 수십번의 메시지로 해결한다거나, '송파구 맛집'을 찾으러 들어갔다가 관심조차 없었던 한 연예인의 결혼 소식까지 보고 나오는 경우, 원치 않게 쌓여가는 엄청난 스팸 메일을 정리하느라 보내는 시간....  생각해보면 끝이 없습니다.

저자는 이사를 하면서 끊어진 인터넷 서비스의 이전이 예상치 않게 늦어지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디지털'에 대한 욕구(라고 쓰고 중독이라고 읽던가요?)'에 놀라며, 40일간의 아날로그 라이프를 꿈꿔봅니다. 그리고 과감히 여자친구에게 선언하고 시작하게 되지요. 스마트폰에 인터넷까지.

그렇게 시작된 체험기는 처절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보낸 메일은 물론이고 스마트폰까지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연락이나 일에 큰 고통을 겪게 되지요. 당연히도 그럴 것이, 이미 메일과 스마트폰이 사회적인 도구로 일반화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로 인한 불편함을 이해해주기란 쉽지 않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좌충우돌, 참 힘들게 아날로그의 삶을 지켜나가면서 과거에 갖고 있던, 하지만 잊어버리고 살던 것들을 새삼스럽게 얻게 됩니다. 연락 없이 찾아간 친구의 집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라든지 또는 '마음까지 편안한 주말의 휴식' 같은 것 말입니다.

에필로그 부분에 담겨있는 저자의 체험이 담긴 '조언'.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의 삶 속에서 한 번 생각해볼 거리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40일간의 아날로그 라이프를 '견뎌낸 뒤' 다시 저자는 '디지털' 삶 속으로 복귀합니다. 분명 40일간의 아날로그 속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겠지만, 사실상 그렇게만 산다면 '고립'일 테니까요(물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아미시 사람들 같은 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선택의 문제겠지요).
그리고 다시 '컴백'을 하긴 했지만, 아날로그를 겪었기에 달라진 자신만의 몇 가지 원칙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저금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반적인 책은 꽤 재미있습니다. 황당한 도전답게 여러 문제들도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기자답게 마크 주커버그나 클레이 셔키와 같은 IT 관련 지성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해서 책 전반에 이런 디지털 인터넷 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채워나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흠, 과연 나라면 이런 '아날로그 체험'을 하고 싶을까... 라고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우선 사회적 합의라는 부분에서 이미 아날로그로 살아가기에는 '업무'나 '사회'라는 면에서 너무 큰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니까요. 특히 국내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디지털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은 심플합니다.
'휘둘리느냐' '활용하느냐'의 사이지요.
과연 나는 저 둘 중 어느 쪽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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