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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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셋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보살펴줄 것으로 믿고, 논 팔고 소 팔아 장남을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장남은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며 부모 형제를 외면한다."

위와 같은 이야기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맏아들을 욕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맏아들을 옹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 '가난한 집 맏아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실질적인 도덕 법칙과 경제학에 의거하여 맏아들이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분배해야할 적정한 수준의 금액을 산정합니다.

'아니,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 걸 갖고 책을 내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 or 재벌'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맏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학과 정의론으로 알아본 이 책 속의 '맏아들'이 '당연히' 분배해야 할 몫은 굉장히 많다는 것에 생각보다 많이 놀랐습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비용은 "맏아들이 받았던 대학등록금보다는 훨씬 많고 동생들이 입은 암묵적 손해의 합계보다는 적은 수준"입니다. 즉 이 내용을 국가와 재벌에 적용시켜본다면 "직접적으로 대한민국에 지원받은 금액보다는 훨씬 많고, 재벌들의 발전에 의해 전 국민들이 입은 암묵적 손해의 합계보다는 적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기업들이 이와 같이 많은 금액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할 것이며, 사회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이 보상해야 하는 금액은 일정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금액 이상만 된다면 기업들은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잃지 않습니다. 예컨데 1조 원의 수익을 올린 기업이 2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다 해도, 여기서부터 추가적으로 버는 비용들은 모두 기업의 몫이 되는 것이니까요.

당시 돈으로 가볍게 3억 2천만원의 이득, 그리고 이것이 당시 대기업 예비회사(?)들에게 주어진 특혜의 일부일 뿐이었다는 것.그 당시 "이런 특혜를 주는 대신 앞으로 30년간 수익의 30%를 국가에 낸다면 특혜를 주겠네"라는 조건만 걸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더 달라졌을까요?황당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파격적인 특혜를 생각하면 그래도 누구나 달려들만한 매력적인 조건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굉장히 무심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려웠던 대한민국이 지금의 상황까지 발전한 데에는 물론 뛰어난 대기업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엄청난 국가의 특혜가 따랐던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특혜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가난한 집 맏아들"이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어울릴 만큼이나 전폭적인 지지를 대한민국 정부는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혜택을 받지 못 한 동생들, 즉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입은 암묵적인 손해도 그만큼이나 엄청난 것이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피와 땀을 통해 대기업 못지 않은 노력들을 해왔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분배의 정의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내용도 분명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를 바라기 전에 기본적인 분배의 정의를 말하고 있구요.




최근 특히 정말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재벌'이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를 논하고 있습니다.
나는 꼽사리다, 저공비행, 희뉴스 등의 진보 팟캐스트들 뿐만 아니라, MBC의 100분 토론, KBS의 취재파일 4321 등의 보수적 성향을 띄고 있는 공중파 방송사에까지도 떠들썩할 정도니까요.

앞으로 가난한 집에서는 첫째 아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전 '사전 계약서'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상의 특혜를 일정 기업들에게 엄청나게 지원해준 대한민국, 하지만 그들이 성공하고 전례 없는 이익을 이끌어낸 2011년의 국내 경제, 특히 서민 경제는 특히 찬바람이 불 뿐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역풍으로(물론 올해 있을 총선과 내년의 대선 때문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만) 이런 재벌의 개혁을 논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역풍이 부는 이유는 '분배의 정의'보다 먼저 그간 재벌이 행해온 탈법, 절세라는 이름의 탈세, 순환 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과 총수 일가의 지배력 상승 등이 이유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 대한민국의 '분배의 정의'는 꽤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어제 KBS의 취재파일 4321의 재벌 관련 내용들을 보면서 새삼 놀랐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내수 시장에 30대 대기업들이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 그리고 그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들. 그리고 그 안에서 죽어가는 중소기업과 상인들. 대한민국의 전체 파이를 거의 독식하려 하는 대기업들의 확장이 국가의 전체 시장을 죽여가고 있는 모습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게 생각하면 '열심히 가장 일 잘 하는 사람들이 돈 버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그 사람들만 독점하는 사회'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어 재화를 소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나라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독과점이 너무나 당연시되어가는 현 대한민국을 자신의 하루에 대기업의 물건과 대기업의 먹거리, 대기업의 재화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면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래서 변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최근의 경제학을 보면 "분배가 잘 되는 나라가 더 큰 생산성을 갖는다"라는 경향까지 발견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성실함'만을 강요받아온 대한민국의 국민들, 그래서 대기업에 대해, '우리 아들도 저기서 일했으면', '저 회사들을 제한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해가 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분배의 정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 MBC에서 방송된 재벌 관련 100분 토론에서 3:1이 되어가면서까지 재벌의 입장을 대변해준 모 논설위원이 몸담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이 왠지 재미있습니다. 뭐, 같은 회사라 하여 다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그렇지만 왠지 저는 재미있네요.


MBC 100분 토론 2012년 2월 7일분 왜, 재벌 개혁인가 - http://goo.gl/YfI9C
KBS 취재파일 4321 2012년 2월 26일분 재벌 - http://goo.gl/krESF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 5편 재벌 마피아편 - http://soundcloud.com/lowflying/5-1
나는 꼽사리다 12회 - 대한민국 재벌개혁을 논하다! - http://goo.gl/wGiyL
이정희의 희소식 11화 재벌해체, 맞춤식 재벌개혁 로드맵으로! - http://soundcloud.com/heenews/heenew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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