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뇌를 훔친 소설가 -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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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문학작품을 읽었을 때 느끼는 감동. 
그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왠지 성역을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랑, 행복, 그리고 감동 등을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좀 껄끄럽달까요? 

하지만, '뇌를 훔친 소설가'는 굉장히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책입니다. 
보통 위와 같은 시도를 한다고 한다면, 신경과학자의 도전일 법한데, 이 책의 경우는 문학박사의 도전쪽이니까요. 러시아 문학의 전문가인 석영중 교수가 펴낸 이 책은 그래서 구미가 당겼습니다.
특히 문학박사이기에, 딱딱한 과학적 지식의 나열이 아닌 감성적이고 좀 더 이해하기 쉬운 과학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작용했구요. 예전에 읽고 참 좋았던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은행나무)'처럼 말입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흉내, 몰입, 기억, 변화.
 네 개의 두뇌 활동의 핵심적인 코드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 '문학적인 예시'를 가득 들어줍니다.
특히 저자의 전공이 '노어노문'이기 때문인지, 주요 작품들은 러시아 작품들이구요.
물론 러시아 작품이라고 해서 생소한 것은 아니고, 톨스토이, 체호프, 푸쉬킨 등 대부분 정말 유명한 '문호'들의 작품들을 통해 그 예시들은 이루어집니다.


새삼스럽게 놀라웠던 것은, 과학적인 증명이 이루어지기 훨씬 전부터 그들의 문학작품 속에는 '증명되진 않았지만' 광장히 적확한 두뇌활동의 구조가 서술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시로 골라낸 텍스트들은 참 간만에 읽는 고전(!)들이라 그런지 좀 눈에 안 들어오는 경향이 있었지만, 분명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과의 일맥상통함이 놀라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저자가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문학은 주로 '사람'의 이야기고,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생각 패턴, 그리고 경험을 투영하는 것이니까, 대문호들인만큼, 그리고 그만큼의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서 그려냈기에 최근 더더욱 각광을 받는 '인문학적' 고찰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 더 멀고먼 길을 가야 하는 뇌과학이라는 분야에서 문학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참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겠구요.

개인적으로도 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뇌과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보다 쉽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책 전반에서 느껴졌고(오히려 고전 작품들이 더 어려울 때가 있었다는...), 그런 가운데 뇌의 작용에 대한 내용을 흥미롭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의 또 다른 접근, 이런 식의 컨버전스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솔깃했던 구절. 죽을 때까지도 전혀 노화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 톨스토이의 뇌!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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