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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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즐기다보면, "저 안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시기가 특히 자기자신의 정체성이 의심되거나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면 더더욱 강하게 드는 생각이다.
"일탈'에의 유혹이랄까.
저 안에서의 나는 멋지고 탄탄한 육체, 엄청난 권력과 금력,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 함이 가져오는 괴리감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3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고.

이 책, 유령의 주인공은 탈북자다.
평생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사람들도 살기 힘든 '경쟁 사회'속에, 경쟁해본 적 없는 북한의 '인민'이 적응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것인가 보다. 뭐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런 당황 속에서 빠져드는 리니지. 그리고 그 안에서 '쿠사나기'라는 이름의 군주가 되면서 더더욱 그 괴리감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벌어지는 기묘한 살인사건(눈알을 뽑아 제사를 지내는 등의 엽기적인..)이 벌어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이 '유령'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바츠 해방전쟁'이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2에서 벌어졌던, 가상 공간 내에서의 '사회적 혁명'이라 할 수 있는(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거의 실제 역사적 사건 수준의 묵직함을 갖고 있다 http://blog.naver.com/cryu9/120016579157 ) 사건으로, 게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바로 그 사건을 그대로 인용하고, 변형하여 소설에 집어 넣었다.

현실을 살아가지만, 섞이지 못 하고, 마치 없는 사람인 듯 유령처럼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모습, 그런 탈북자들이 약한 힘이지만 초강자들에게 굳건히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리니지라는 게임 안이었다는 쓸쓸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소설이다.

다만, 그런 그들의 삶, 현실인지 게임 속인지, 북한인지 한국인지, 나인지 혹은 다른 자아인지 알지 못 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그려내려고 한 의도는 잘 알겠으나, 너무 산만한 느낌이 같이 온다는 것은 읽는 이의 호불호가 꽤 많이 갈릴 듯 하며, 
게임이 주요 테마인 것은 잘 알겠으나, 게임에 부여한 의미, 특히 나쁜 쪽의 의미가 너무 크고 좀 넘어섰다는 점 역시 그런 호불호의 이유가 될 것 같다(이 책만 보고 있으면 게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되지만, 탈북자, 게임 중독, 마약, 섹스, 핸플방 등의 엄청나게 자극적인 소재들로 버무려져 좀 과대평가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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