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국내 포털 네이버에서 즐겨보는 코너 중, '지식인의 서재' 라는 코너가 있다. 책을 참 좋아하는 지식인(유명한!)들을 골라 그들의 삶 속에서 책이 어떤 역할과 도움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를 말하는 그런 코너다. 그와 함께 애장서들의 소개도 하고. 이 코너를 보고 있으면, 성공한 사람, 혹은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책을 많이 읽는구나.. 라는 새삼스런 깨달음과 동시에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또 부쩍 늘어나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행성:B잎새에서 동명의 책이 나왔을 때, 즐거움과 우려가 동시에 다가왔다. 아, 좀 더 찬찬히, 그리고 좀 더 정리된 지식인의 서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즐거움, 그리고 어차피 웹으로 볼 수 있는 컨텐츠를 책으로 냈을 때의 위험성 때문에 우려. 뭐 그렇다는 거다. 그런 우려를 가지고 책장을 열었다.

그런데, 이 책,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가 아니었다.




유명 지식인들의 이야기와 인터뷰, 그리고 추천 서적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점에서는 사실 동일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성 자체가 달랐달까.

우선 인터뷰 방식이 다르다. 네이버의 경우 사실상 인터뷰어가 없다. 그저 인터뷰이의 이야기만 정리하는 수준에서 끝나기 때문에, 인터뷰라기보단 그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이 책의 경우는 인터뷰어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까.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를 잘 정리한 한정원이라는 분, 굉장히 뛰어난 인터뷰어가 아닌가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터뷰의 느낌이 다르고, 그의 색깔에 맞추려고 노력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리고 그 덕분에(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지만),  네이버의 인터뷰보다 훨씬 열정이 느껴지고 또 크게 와닿는다.
인터뷰이들의 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왔는지에 대한 '성공 스토리'가 훨씬 와닿는 느낌이다. 물론 멋지게 구성된 종이책의 효과도 크겠지만.



최근 추세에 맞게 각 인터뷰이의 실제 인터뷰 동영상을 QR 코드로 간편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인터뷰이의 성격(?)도 다르다. 인터뷰가 강화된 컨셉인만큼, 드라마가 더 필요했기 때문일까? 네이버가 좀 더 인기있는 '유명인'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의 경우는 인지도보다는 더 '지식인' 쪽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뭐랄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터뷰이가 오롯한 자신의 분야에서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박하고 또 그 장서의 수나 읽은 책의 양 등이 정말 놀라운 수준인 사람들, 진정 존경할만한 지식인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강화된 인터뷰의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그 덕분에 처음 이 책의 인터뷰이 리스트를 봤을 때는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읽어봤을 때의 그 무게감은 훨씬 강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이유로,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오히려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를 옮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한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날 때마다 남는 책에 대한 강한 열정과 그와 동화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인터뷰를 읽을 때마다 그의 추천 서적 중 읽고 싶은 책들이 부쩍부쩍 늘어나는 경험은 상당히 유쾌하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조금씩 읽어가길 권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에게 감화되었다면, 그의 추천서도 함께 읽으면서 자신의 독서를 확장시켜가는 것.
그러기에 충분한 책이다.



나도 언젠가, 나의 서재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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