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 죽어라 - 얼마를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라
마크 레빈 외 지음, 노혜숙 옮김 / 해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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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1년 반 전, 모종의 이유로 흔히 말하는 재테크, 혹은 자산 관리 준비를 위해 4권의 책을 읽었었다. 그리고 나름 열심히 골랐던 책 중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바로 이 '다 쓰고 죽어라'다.
처음 읽었을 때, 명쾌하면서도 간결한 저자의 철학에 놀랐고, 또 큰 흡인력을 느꼈었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얼마 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1년 반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도 똑같이 숨쉬고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재테크 관련 책들이 있고, 사실 1, 2년만 지나도 그 생명력을 잃는 책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다 쓰고 죽어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놀랍고 또 좋다. 사실 이 책 자체가 1998년 10월에 처음 발간된 책(14년이라니!, 국내에서도 2000년에 이미 발매되었었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 놀랍다. 그야말로 '고전'이 갖고 있어야 할 필수요소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 책 속에 담긴 기본 개념은 아주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1. 지금 당장 사표를 써라.
2. 현금을 사용하라.
3. 은퇴하지 마라.
4. 다 쓰고 죽어라.



 워낙 문장들이 과격하기에(당장 사표를 쓰라니?!)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참 부정하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1. 지금 당장 사표를 써라.
더 이상 세상은 녹록하지 않고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는 사회이므로, 평생직장이라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말라는 것. 지금 당장 지금까지의 자신의 회사 생활에 사표를 쓰고, 자기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자기 자신만이 갖고 있는 차별성을 키우라는 말) 자세로 돌아가라. 그리고 실제 자기 자신의 꿈과 차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지속적으로 찾고 미련없이 옮기라는 의미.

2. 현금을 사용하라.
신용카드나 현금카드의 사용을 없애고, 무조건 현금만 써라. 물론 많이 불편하겠지만 그렇게 불편한만큼 자기 자신이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를 더욱 확연하게 알 수 있고, 필요 없는 낭비가 줄어들게 되며 빚을 지지 않게 된다는 것.
분명 맞는 이야기지만 네 가지 목록 중에서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가장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고리대금이나 다름없는(솔직히 그렇지 않나?)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는 광서방도 절대 쓰지 않지만, 이미 신용카드의 사회가 되어버린 전세계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제도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유를 할 때 현금을 쓰게 되면 리터당 100원 이상을 손해보게 되는데(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카드 수수료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과 연결해보면 정말 화가 나는 일이다), 그게 과연 현명한 것일까... 라는 것.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고, 솔직히 이런 사회적인 현상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까 말이다(솔직히 국가적으로 현금을 쓰면 할인을 해준다거나 하는 제도들을 만들어야 한다. 탈세를 위해 몇몇 개인사업자들이 해주는 할인들 말고). 그래서 이 부분은 자기가 쓰는 돈을 확실히 알고 사용하며, 무이자 할부 이외에는 할부 같은 것은 쓰지 말고, 현금서비스 같은 것은 절대 받지 말자... 라는 식으로 변형해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개인적 의견이지만.

3. 은퇴하지 마라.
어쩌면 참 슬프지만 참 와닿는 이야기다. 저자는 사실상 은퇴란 우리 역사 가운데, 우리 전 세대가 유일하게 썼던, 하지만 그 때문에 현 세대의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절대 우리 세대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일침을 놓는다. 은퇴라는 달콤한 꿈을 꾸고 있기에 우리의 평균 수명은 너무 길어졌고,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엔 젊어서 벌어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그리고 그런 부담을 지기 위해서 젊어서 무조건 절약하고 힘들게만 살아가기에 젊은 날의 삶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은퇴하는 것이 행복한 삶으로 연결되느냐 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 '행복하다'라는 것은 사실 육체적 노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닐까. 평균 수명을 80세로 생각했을 때, 사회생활로 인한 정신적 교감이나 사회적 교류, 세상에 기여하는 것에 의한 만족감 등이 결여된 20년은 편안함으로만 대신하기에 너무나 길지 않은가 한다.
물론 젊었을 때 하던 일을 계속 할 필요는 없다. 파트 타임도 좋고, 전혀 다른 일도 좋다. 자신의 삶의 질과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는 직업이라면 말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자신의 일의 선택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보험이나 연금을 최대한 고려하는 것은 꼭 행해져야 한다. 젊지 않은 나이에 무조건적인 생계형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점은 이 포스팅을 하고 있는 바로 오늘 아침에 비슷한 경제신문의 기사를 읽었다는 것.


4. 다 쓰고 죽어라.
그리고 다 쓰고 죽어라.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이 한 마디의 철학은, 결코 유산을 물려주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을 보다 '현명'하게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나이를 먹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벌이가 적게 되어 생기는 생계적 문제, 그리고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원하는 삶의 질을 영위하지 못 하는 문제, 또 유산의 분배 문제로 생겨나는 가족간의 분쟁 등을 모두 해결해낼 수 있는 명쾌한 철학이다.
연금 보험과 역모기지(갖고 있는 집 등의 부동산 자산을 은행에 맡기고 돈을 빌려 쓰고, 죽은 후에 집으로 갚는 형태의 대출방식)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노후를 설계하고, 노후의 삶의 질을 높여 더 행복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자. 라는 그런 이야기.
어쩌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참 현명한 생각이 아닐까로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에 좀 더 많은 돈을 사용하고, 돈을 남겨서 유산으로 남겨주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자손들에게 혹은 사회에 배풀며 산다는 것이 오히려 사회에 더 큰 이익이 아닐까.

그리고 네 가지 철학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진행 방안들로 연결된다.



개인적으로 항상 나의 재정 상황을 꿈꾸는 것은-누구나 꿈꾸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바로 '완전한 경제적 독립'이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부만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을 영위하면서 충분히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물론 평생동안 흥청망청 쓰면서 살아도 남을 만큼의 부를 갖고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당신이나 나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물질 그 자체가 아닌 그 물질을 다스리는 방법을 물려주는 것.
이런 것이 어쩌면 바로 이 '다 쓰고 죽어라' 철학이 아닐까.
읽으면 읽을수록 참 현명한 철학이 아닐까 한다. 미래, 혹은 노후 설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씩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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