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관계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닐까.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관계가 있는가 하면, 스치키도 싫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차이는 만든 사람의 몫이며, 책임이다. 
누군가가 행복하거나 혹은 불행하다는 것은 자신이 만들어간 관계의 얽힘의 소산이며,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업'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











사실 처음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좀 고개가 갸웃했었다. 첫번째로 읽은 책이, 이제 한국에도 유명해진, 살인자들의 섬(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이었고, 충분히 흡족한 하드보일드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받는 찬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뭐랄까... 이 정도 소설은 꽤 많지 않나? 라는 느낌인데, 왜 이렇게 떠들어댈까... 하는 그런 의구심? 게다가 개인적으로 친한 모 출판사 편집장님도 읽기 전부터 한참을 칭찬했었고.
그런데 이제 그의 책을 한 5권 정도 읽어가다보니, 얼핏 알 것 같다. 왜 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작가가 되어가는지를 말이다. 


이 책, '신성한 관계'는 그의 데뷔작이자, 흥행작인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 5부작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왔다는 것. 그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시리즈를 다 읽었다는 분들이 꽤 많다. 사실 중반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순서대로 읽기 위해서 계속 기다리다가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기다리길 잘 했어!).



굴지의 기업들을 소유한 재력가가 켄지와 제나로에게 사라진 외동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온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죽기 전에 딸을 만나고 싶다는 이유였다. 부정에 대한 연민과 거액의 수임료 때문에 승낙한 켄지와 제나로는 놀랍게도 자신들 이전에 같은 사건을 맡았던 탐정의 존재를 알고 경악한다. 게다가 그는 바로 켄지의 스승이자 최고의 탐정으로 명성이 높은 제이 베커였다. 그러나 제이 베커는 결정적인 사건의 단서를 잡은 상황에서 실종된 상태.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시작하던 켄지와 제나로는 재벌가에 숨겨진 경악스런 진실과 맞닥뜨린다.


이번 편을 읽으며 참 당연한 이치를 새삼 깨닫는다. 사실 세상 대부분의 범죄, 아니 삶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사이코패스의 범죄들 약간을 제외한다면). 폭력도 결국은 관계의 극단적인 산물이며, 불타는 사랑 역시 그 반대쯤에 존재하는 관계의 산물이다. 이 편을 통해 저자는 그런 당연한 관계의 양 극단을 두 집단을 통해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켄지와 제나로가 만들어가는 관계가 그렇고, 엄청난 금전적, 정치적 파워를 가진 재력가가 만들어가는 관계가 그렇다.
스포일러가 될까 조심스러워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편들과는 달리 노골적인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며, 그들이 세상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은 언제나 일관적이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그 일그러짐을 파헤치고 또 바로잡으려는 두 탐정의 노력이 더 돋보이고, 또 처절하다. 


주위 몇몇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평가는 이 '신성한 관계'가 세 권 중 가장 떨어진다는 쪽이 많았는데(하지만 물론 충분히 재미있고 읽을 가치는 있다),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전쟁 전 한 잔(1편) > 신성한 관계(3편) >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2편) 순으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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