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점점 몸값이 올라가는 작가 데니스 루헤인.
  그의 대표작,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인 이 책,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이야기를 먼저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근 국내에도 개봉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를 생각해도 그렇고(국내 원작 제목은 살인자들의 섬), 이 책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 '전쟁 전 한 잔'을 생각해도 그렇다. 그리고 영화화 되고 있는 여러 작품들을 봐도 그렇고.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 말마따나, 그는 연달아 걸작을 낼 수 있는 보기 드문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 그의 작품을 몇 작품 읽어보지 못 했지만, 한 작품 한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또 다시 그의 책을 잡게 하는 특유의 매력은 이미 헐리우드를 비롯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고, 점점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작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 한 번 개인적으로 체험한 책이 바로 이,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였다.


전쟁 전 한잔 - 데니스 루헤인식 하드 보일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살인자들의 섬' - 당신은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 셔터 아일랜드 원작
네이버 오늘의 책 - 살인자들의 섬 
셔터아일랜드 원작소설, Shutter Island Tie-In





폭력, 그 심연적 추악함에 대하여.

연이어 발생한 엽기적인 살인사건. 경찰은 물론 FBI까지 사건에 관여하지만 살인의 동기나 범인에 관한 실마리를 잡지 못 한다. 그 와중에 감옥에 갇혀 있는 사이코 살인마가 사립탐정 켄지를 면담하겠다는 요청을 한다. 그는 이 연쇄 살인의 배후 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알렉 하디만. 알렉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켄지는 수십 년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거대한 악의 실체와 맞닥뜨리게 된다.

전작, '전쟁 전 한 잔'이 인종차별과 갱, 그리고 학대 등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는 폭력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크고 작은 폭력들, 악은 대부분 폭력이다. 그것이 작던 크던, 정신적이던 육체적이던, 어떤 형태를 갖든 말이다. 그런 폭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누구든 심연에 존재하고 있는 본성적인 폭력을 다스리지 못 함에 의한 추악함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폭력 때문에, 그 가운데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탐정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켄지와 제나로는 이번 편에서 피할 수 없는 그 폭력이 주는 고통을 극심하게 맛본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자신의 뇌를, 심장을, 창자를 훓어내리는 폭력의 아픔을 말이다.
우리들은 그 동안 그런 폭력을 구별해왔다. 악당의 폭력은 나쁜 것이고 혐오스럽지만, 그를 응징하는 정의의 폭력은 왠지 짜릿하다. 나 자신도 그런 짜릿함을 즐겨왔고 그래서 '찔끔'했다.

그런 본연적인, 인간의 심연에 담긴 폭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그의 책이 대부분 암울한 느낌을 주지만 왠지 이번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암울한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빨리 읽힌다. 그만큼 몰입성이 강하고 또 재미있다는 이야기. 전작인 '전쟁 전 한 잔'이 357p였던 반면 이번 책은 530p인데도 읽는 속도는 오히려 이번 책이 더 빠른 느낌이다. 전작이 그의 뛰어난 문장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은 거침없는 속도와 빠른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는 느낌이랄까.







시리즈물이 갖는 재미.
사립탐정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만큼 시리즈적인 재미도 굉장히 높다(아, 1권부터 읽길 잘했어!). 이번 작의 소재라 할 수 있는 '폭력'. 자신 안에 내제된 폭력에 대한 이야기에도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가져갈 뿐 아니라, 주인공 켄지와 제나로의 매력들, 그리고 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전작과 잘 어울려서 훨씬 큰 재미를 준다(읽으실 분들은 꼭 1편부터!). 그리고 그런 연결고리 역시 참 잘 엮었다고 칭찬할 만 하다. 또 다음 '신성한 관계'에서는 어떤 연결고리를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될 정도니까 말이다.




뛰어난 하드보일드 시리즈의 표본같은 느낌.
사실,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지는 몇 년 되지 않는다. 처음 영화로 '미스틱 리버'를 접했을 때, '볼 만 하네'라는 느낌이었고, 그게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이라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그런데 몇 권의 책만에 이렇게 팬이 될 수 있고,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가는 작가 중의 한 명이 된 것은, 역시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를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장르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명문가'라고 칭해질 만큼 읽는 맛도 있거니와, 벌써 여러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을만큼 영화적인 연출력도 뛰어나며, 읽고 난 후의 여운도 묵직하다. 정말 이 정도 하드보일드라면 100권도 내리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작품을 영화로만 접한 사람들이나, '하드보일드'라는 단어에 뭔가 움찔하고 반응하는 사람이라면 꼭 그의 작품을 읽어보길 권한다. 꼭 이 책이 아니어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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