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혼 - 도전하는 영혼을 위하여
추성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추성훈. 그만큼이나 찬반 양론이 갈리는 격투가도 없을 듯 하다.
재일 교포 4세라는 그의 꼬리표는 어쩌면 그의 뛰어난 실력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었을 테고, 그 덕분에 태극기를 달고도, 일장기를 달고도 올림픽 대표로 나갈 수 없었던 아픔은, 유도가 아닌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후에도 이어졌다. 모종의 사건으로 일본 격투기계의 공적인 양 취급되는 모습들, '마왕'이라고 불리면서 받아온 수많은 악의적인 반응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환영은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논쟁이 드셀 정도로 반대파도 꽤 있는 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좌절도 많았을 법 하건만 그의 행보를 보면 참 놀랍다. 끊임없는 정진으로 유도선수로의 능력을 발굴하고 일본, 한국 다시 일본을 오가며 최고의 기량을 뽐내왔던 것도 그렇지만 종합격투가로서의 전향 이후에도 여러 좌절스러운 상황들을 모두 딛고 일어서 지금까지도 최고의 승률을 보이고 있는 그. 그를 처음 보게 된 K1 히어로즈 이후(묘하게도 그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제롬 르 밴너전을 처음으로 봤다), 과연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라는 것이 궁금했었다. 그러고보면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든 격투가도 처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Heel or Hero. 참 의미심장한 부제다.


그런 궁금증을 몇년째 갖고 있던 중, 드디어 '그의 입'으로 들을 수 있는 책이 발매되었다. 
제목은 '두 개의 혼'. 한국과 일본 두 개의 혼을 가진 그. 
영웅 혹은 악역, 정 반대의 두 개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그. 
이런 독특한 인생을 살고 있는 그의 생각과 인생을 진솔한 목소리로 토로한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것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기에 이기도 했지만 워낙 매스컴을 통해 많은 소식들이 전해졌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직접 그의 생각을 듣는다는 것은 굉장히 남달랐다. 


일본에서 '악역'이 되어버렸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유도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또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그렇게나 한국을 사랑하는지 등, 그간 상황만을 알고 이유를 몰랐던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속사정들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이 책 최고의 재미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전반의 키워드는 역시 '도전'. 여러 좌절들 속에서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국적적 특이성으로 인한 좌절 속에서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배신(난 한국에서 그 정도 활동을 했다면 꽤 많은 돈을 벌었을 줄 알았는데...)의 아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가 놀라울 정도로 그는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그리고 그 도전을 이끌어내는 마인드 자체가 놀랍다. 아, 이런 생각이니까 이렇게 끝없이 도전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뿐.


그리고 그 도전은 결국 UFC로 이어졌다. 격투기계의 최고라 할 수 있는 UFC. 격투가로서는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UFC 진출에까지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 결과는 '승리'. 아쉽게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논란이 꽤 있었던 판정승이긴 했지만(추성훈이 한국 팬들에게 보내는 글 을 읽어보시길),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수상할 만큼이나 인정받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변'이 옳은지를 다음 경기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


추성훈, 혹은 아키야마 요시히로. 그의 독특한 입지와 그로 인한 여러 갈등, 그로 인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의문들을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풀어낸 듯 하다. 그리고 그 결론은 그의 '불굴'의 투지. 참 많은 좌절 속에서도, 실제로는 '단 한 번도' 좌절한 적 없는 그에게 '멋지다'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 자신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도전, 그리고 의지는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그의 존재.
그의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또 어떤 위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기꺼이 받아낼 것이다. 
영웅 혹은 악역. 두 가지를 모두 기꺼이 받아온 그이기에,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그를 만들어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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