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 - 공상과학 현실화 프로젝트 02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지음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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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의 만화영화(애니메이션이 아니다)들은 왠지 지금것들보다 훨씬 훌륭했었다고 자기 혼자 만족할 때가 있다. 시대와 트랜드의 변화, 이미 '아저씨'라 불릴 수 있는 내 나이는 나몰라라 하고 이렇게 바보같은 소리를 내뱉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걸.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리고 '은하철도 999'는 그런 내 헛된 믿음 속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메텔같은 여자와 결혼할 거라고 마음 속 깊이 했던 맹세(웃지 마시라. 잘 생각해보면 당신도?), '메텔은 로봇이야!'라고 소리치던 친구 녀석과 한 바탕 싸움을 벌였던 기억, 지금까지도 개인적인 멘토 중의 하나인 '캡틴 하록'과의 첫 만남 등, 유년 시절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쳤던 작품이었다.






일본에서는 한 공항에 메텔 로봇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키타큐슈 공항의 이 메텔 로봇은 최신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 준다고(!!) / 출처:위키피디






일본 굴지의 건설회사 마에다 건설, 그들이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한국이나 일본이나 건설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비슷한가보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설립한 '판타지 영업부'. 그들이 이 '은하철도 999'를 선택한 것은 그런 이 작품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나같은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그리고 실제 "과거에, 미래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던 애니메이션 속의 무언가를 지금의 기술력이라면 만들 수 있을까?"라는 컨셉 자체가 매우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것도 실제 건설 회사에서 일하는 베테랑들의 손으로 말이다.




애니메이션의 장면장면이 전반적인 책 내용에 녹아있다. 이 철저한 사전 지식들이 전반적인 책의 흥미도를 굉장히 높여준다.




그래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이 '은하철도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가 되겠다. 원작 은하철도 999에서 우주 열차인 999호가 발차하는 데 사용되었던 우주 레일. 실제로 그것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프로젝트의 발단. 재미있는 것은 '철저히 애니메이션에 입각해서'라는 그들의 방법론. TV판과 극장판을 넘나들며 애니메이션의 각 에피소드들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서 우주레일의 각 부분들을 기획해나가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철저한 고증'이라기엔 원작 자체가 그리 과학적이라 하긴 힘든(죄송합니다. 마츠모토 레이지 선생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좀 우습긴 하지만, 이런 노선을 택했기 때문에 더 그 기획 자체가 재미있고 또 원작의 팬들에게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세 편의 극장판을 다시 한 번 봤다(그래야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 그리고 실제로 그랬고.






현대 기술에 기획을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다.


그리고 그런 기획에 따라 '현대의 기술로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하나씩 타진해 간다. 실제 건설의 전문 기술, 그리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하나하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몇 번의 좌절과 위기 속에서 결국 그럴듯한 결론을 내어 나가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특히 건축, 토목 분야에 몸담고 있지 않으면 전혀 모를만한 기술적인 요소들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나가는 과정들, 그리고 '아, 지금의 건축 기술이라면 이런 것이 가능하구나'하고 새삼 놀라게 하는 부분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마에다 건설'이라는 곳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헉!'하고 놀라기도 했고.




500억이면 만들 수 있답니다. 정말 누군가 만들어주시지 않겠어요?(아... 우주 기차가 문제겠군요...)


그리고 결국 그렇게 만들어져 은하철도 주식회사에 보내질 한 장의 견적서. 지금의 기술로서 실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굉장히 색다른 느낌을 준다. 머릿 속에서만 존재하던 무언가가 실제로 현실화되었다는 느낌이 갖는 성취감과 이미 보내버린 유년시절의 가닥을 어렴풋이 잡은 듯한 아찔함이 합해져 기묘한 여운으로 남는다. 




판타지 영업부의 첫번째 기획이었던 마징가 Z 지하기지. 이 때는 모형까지 만들었다고... 조만간 읽을 예정.


사실 이 책의 기획은 처음이 아니다. 같은 컨셉으로 '마징가 Z'라는 또 하나의 명작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지하기지'(라기보단 오수처리장으로 위장된 격납고)를 실제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같은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를 통해 이루어졌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의 홈페이지(http://www.maeda.co.jp/fantasy/)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재되고 있고. 어쩌면 '건설회사는 일반인들과 거의 접점이 없다'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 이 책. 국내의 건설회사에게 시사하는 바도 꽤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어... 가 아니라 그럼 어떻게 할까? 에서 시작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실제 일반인들과의 관계 개선에 대성공한 마에다 건설. 그런 그들의 앞으로의 프로젝트들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결정적으로 그런 발상의 전환이 참 재미있는 경험을 줬으니까.


은하철도 999로 소년 시절을 보냈던 광서방같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며, 그렇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쉽고 즐겁게 최신 건설 기술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로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상상과 현실이 만나는 곳, 그리고 시간은 참 짜릿한 법이니까.








다음 프로젝트는 무려 '그란투리스모 4'(!). 게임에까지 접목할 정도로 게임이 일반화되어있다는 사실에 게이머로서 새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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