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해리 포터가 재미있던 시절, '머글 세상에 마법사가 나와서 맘껏 마법을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며 혼자서 한참을 상상하던 때가 있었다. 제 2회 창비청소년문학상(1회 수상작은 그 완득이였고)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어쩌면 바로 그런 나의 상상을 소설로 옮긴 듯한 느낌의 책이었다. 그것도 한 갑자쯤 득시글대는 머글들에게 다양한 마법을 선사(?)하다가 이런저런 고충도 겪고, 뼈저린 실망도 겪으면서 이제는 그저 '물질계와 비물질계 사이의 균형'이라는 사명감과 약간의 애정이 남았을 뿐, 더 이상 머글들에 대한 신뢰나 기대는 많이 날아가버린, 산전수전 다 겪은 해리포터 정도의 노장 마법사랄까.




이름만으로 먹고 싶은 빵들... 하지만 그 효용은 더 매력적이다.

그런 그가 머글들에게 선사하는 마법의 수단은 다름아닌 빵. 그만의 레시피로 만든 빵과 과자류 안에 절묘한 마법을 담는다. 그리고 그 빵을 물론 빵집에서도 팔지만, 무려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한다. 마법사와 쇼핑몰이라... 참 재미있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런 마법사의 소굴인 베이커리에 한 소년이 찾아온다. 여섯살에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며칠을 노숙해야 했던, 지금의 새어머니가 있는 집은 '돌아가 현관문을 연다는 건,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12p)'  공간이 되어버린 아픈 녀석. 그리고 의붓여동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으로 그런 집에도 갈 수 없는 열여섯살짜리 소년. 원치않았던 그들의 동거를 통해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달래고 자신들만의 치유를 통해 성장해나간다.... 라면 아주 일반적인 청소년식 성장드라마겠지. 하지만 이 책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마치 우리들에게 세상을 만만히 보고 살아왔던 것을 단죄하듯, 마법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차갑고 날카로우며, 위저드 베이커리의 따뜻한 오븐은 막다른 골목의 주인공을 감싸줄 장소라기보단 그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피난처일 뿐이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문제는 바로 자기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또 그 선택의 결과 역시 자기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뼈아픈, 하지만 당연한 결론을 책 전반에서 내려준다. 즉 그간 많은 성장소설에서 그들을 이끌어주던 어른(혹은 멘토)라는 존재를 제거해버렸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성장의 책임을 청소년에게 던진다. 그 결론은 물론 나몰라라.
그리고 이런 '착하지 않은' 성장소설로서의 요소는 독자들이 갖고 있는 일말의 기대들을 하나씩 둘씩 박살내고 바로 그 부분에서 우리들은 그간의 현실과의 괴리가 아닌 현실감이 부여된 성장소설로서의 독특함이 완성된다. 어쩌면 이런 '불완전성'이야말로 청소년기의 가장 큰 특징이기에 더 어울리는 것일지도.
사실 과거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던 '구덩이'와 꽤 흡사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쩌면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장르 문학을 좋아하는 만큼, 사실상 소재만 따 왔을 뿐,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쉽긴 하다.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아'라는 말을 쉽사리 들을 수 있는 우리 사회. 하지만 막상 대부분의 선택을 할때 우리는 쉽게 기대거나 또 기대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괴리감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하지만 잘못된 선택 후 누군가를 원망해봐야, 지금의 상황이 현실일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런 현실에 기반한 현실적인 성장소설, 그렇기에 이 '위저드 베이커리'는 재미있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전개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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