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 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위기의 한국 경제 대전망과 생존법
방현철.강용운 지음 / 비아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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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며칠전,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우리경제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0%로 결정했다. 4개월만에 무려 3.25%나 낮춘 것은 사실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경기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소비 투자 고용 수출 등 각종 경기지표들은 예상을 뛰어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최근 우후죽순 이런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처에 대한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일 테고. 그야말로 '서바이벌'을 걱정해야 할 때일 테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번 국제 경제 사태가 워낙 글로벌한 문제이고, 또 미국발이었기 때문에 미국에 많은 의존을 해온 한국 경제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식으로 호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명 그것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국 경제에 의존해온 부분이나 달러가 기축통화라서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도 크지만, 작년 3월 무지막지한 개입으로 환율을 인위적으로 일거에 100원 가까이 끌어올려, 태산엘시디나 UDH, 우수씨엔에스 등과 같은 우량한 수출 중소기업들을 키코의 수렁으로 빠뜨려버리고, 그 후 환율을 잡겠다며 피같은 외환 보유고를 수백억 달러나 탕진해버린 정부의 무능함이나, 자신들의 실적과 영화를 위해 해외의 금융 파생 상품들을 그저 팔아버리는 데에만 열을 올리다, 막상 문제가 생기자 정부에 손을 내밀기만 하고 있는 은행들의 추악함 등은 이런 심각함을 그대로 증명하는 부분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일본,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2007년 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이 국가 부도 사태가 난 아이슬랜드 바로 다음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일테다(아이슬랜드 경제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사실상 세계 1위 아닌가...). 그야말로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이 책, '토털 쇼크 - 위기의 한국 경제 대전망과 생존전략'은 그런 현 대한민국의 심각한 경제 상황의 원인과 분석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발생부터 시작해 그에 이은 금융 파생 상품이 낳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통해 하나하나 진행하고, 이런 상황이 국내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었으며, 그에 대한 국내 정부나 은행의 대처들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실질적인 주체인 가계, 혹은 개인들이 어떻게 생존해 나가야 할지를 밝히고 있다.



금융 파생 상품의 함정에 그대로 노출된 국내 중소 기업들의 상황들을 보며 새삼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더욱.


솔직히 그간 터져나오는 심각한 경제 문제들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일종의 일그러진 주택 대출 상품이 왜 그렇게나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이유와,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카지노 자본주의' 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금융자본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고 하지만, KIKO, ABCP, CDO나 CDS같은 금융 파생 상품이라는 것들이 이렇게나 우리의 경제계에 문제의 소지가 컸으며 또 그래서 작금의 사태가 더 심각성을 띠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수렁 그 자체라는 느낌이다.



IMF... 그 위기를 겪었던 것이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때를 이미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따른 국내의 경제 위기는 그래서 더욱 절망적이다. 1997년 그야말로 '치욕'으로 치부되었던, 하지만 열심히 극복해냈던 IMF 사태때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서 그런 절망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우리는 그 때 그 치욕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때에는 지금과 같은 금융 파생상품들이 없었고, 가계보다는 기업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지금같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달러에 대한 신뢰 상실이나,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수출에 대한 위기 등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있다.



사실 그렇다. 똥은 치우는 게 더 괴로운 법.

사실,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IMF 시절과의 이런 비교는 바로 와닿는다. 가계나 개인도 함께 그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더 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일 것이고, 당시에도 그랬듯 위기에 닥친 해보다 그 다음 해가 더 힘들었고, 또 1,2년만에 끝날 위기가 아니라는 문제에는 더욱 한숨이 나올 뿐이다.
 



직장인들에게 그야말로 와닿는 말 아닌가?

그리고 그런 위기라면 도대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에 대한 생존 전략으로 크게 투자전략, 생계전략, 소비전략으로 나누어 소개되는 전반적인 내용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시기가 어려운만큼, 모든 것을 아끼고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 여유로운 삶을 '여윳돈'으로 만들고, 또 경제 전문가, 정부, 은행 등의 '정보 선점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절대로 믿지 말고, 자신들이 최대한 정보를 얻고, 그에 따라 '자신의 책임' 하에서 행동하라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어쩌면 이런 이론에는 '소비를 둔화시켜 전반적인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이나 나부터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될 그야말로 '서바이벌'의 시기라는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시작이 '주가지수 500, 환율 1700원 토털 쇼크의 시대가 온다'는 그야말로 믿고 싶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예측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



얼마전 본 영화 '작전'에도 이를 비꼬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도대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왜 이렇게 튼튼하기만 한지 모르겠다.

심각함과 분통.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또 느꼈던 두 가지 감정이다.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원인과 진행, 그리고 문제점과 우리에게 미칠 여파 등을 더 잘 느낄 수 있었고, 또 우리에게 미칠 영향들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은행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야말로 터지는 분통을 누를 수가 없었고.
우리 정부 그리고 은행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지만, 이 책을 읽노라면 그나마 그런 신뢰도가 있다는 것조차 놀라울 지경이다. 그만큼이나 이 책, '토털 쇼크'는 이후의 여파(여러 의미에서)를 생각해서 경제인들이 쉽게 하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밝히면서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우리의 위기가 몇 년을 갈지, 그리고 그런 위기의 순간에 대한민국이 어떤 선택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심각함을 알고, 또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대한 대처는 점점 더 현명해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를 반등의 그 기회를 위해서도. IMF 때 성공했던 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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