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존슨.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아틀라스
휴 존슨.잰시스 로빈슨 지음, 세종서적 편집부.인트랜스 번역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Size does Matter

와인의 매력은 참 오묘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와인의 가장 큰 오묘함은 그 다양성에 있다. 품종, 지역,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같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매해, 매 병마다 미묘한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고, 또 같은 병이라 해도 마시는 시간에 따라 또 맛과 향이 다르다. 좋은 와인 한 병을 따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면, 나누는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와인의 맛과 향도 함께 깊어지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와인이 좋다.



와인의 마력은 다양성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국보급 와인 평론가인 휴 존슨도 역시 와인의 이런 '다양성'을 축복한다. "수많은 문화와 맛 가운데 무엇을 택할 것인가" 와인이란 게 바로 그런 것이다. 와인에 플롯이 있어야만 한다면, 오로지 다양성이 필요할 뿐이다"라는 말은, 그런 와인의 특성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와인 아틀라스'는 그런 와인의 특성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연구가 가득 담긴, 일종의 '와인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971년 초판 발행 이후, 1977년, 1985년, 1994년, 2001년에 이어 6판째로,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하니, 그 영향력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엄청나게 두툼하고 묵직한 크기와 사이즈, 그리고 브리태니커를 보는 듯한 구성을 갖고 있다.



책의 초반은,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일종의 '상식'. 와인의 품종부터, 와인 제작 과정, 역사, 전세계적인 분포부터, 와인을 시음하고 마시는 방법까지 전반적인 와인에 대해 궁금할만한 부분들을 그림과 함께 잘 설명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역시 '떼루아르', 즉 와인이 만들어지는 각 지역들의 역사와 소개, 그리고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특성들이나, 가장 유명한 와인들의 소개 등이다. 앞서 말했던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책 구성에서부터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지역들, 그 지역들에서 생산되는 각각의 와인은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내고, 그렇기 때문에 선호도에 따라 당연히 가격도 다르다. 그런 '떼루아르'의 차이를 눈으로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그 수많은 와인 레이블을 보며 반가움과 즐거움이 교차한다. 내가 마셔본 와인에서는 반가움이, 그리고 앞으로 마셔볼 와인들이 이만큼이나 남았다는 즐거움이.

그리고 각 지역의 페이지에는 그 지역의 가장 유명한 와인의 레이블들이 포함되어 있어, 내가 지금까지 마셔본 와인들의 맛과 향, 그리고 그 지역의 특징적인 부분들을 함께 즐기는 재미가 별미다. 이전, '와인 & 와이너리' 를 읽었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 와인은  자랄 수 있는 품종조차 그 땅과 기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덕분에, 이 두꺼운 그야말로 '사전'을 참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마신 와인들의 맛과 비교해가며 말이다.




땅과 기후의 허락을 받은 지역들이기 때문일까? 와인이 자라는 지역은 참 아름답기도 하다.





와인 생산 면적 31위에 들어있는 한국. 아쉽게도 따로 페이지는 없다(일본은 있다). 다음 판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와인이 나와서 페이지가 할애되기를...

 와인 아틀라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 한 권 갖고 있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와인이 갖고 있는 다양성, 그 다양성의 미학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이 참 좋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음에 마실 와인 몇 병의 리스트를 뽑기도 하고, 내가 마신 와인의 맛을 좀 더 풍부하게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와인을 마실 때마다 한 번씩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가격이 좀 되는 편이고(물론 돈 값은 충분히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참 사랑하는 지역인 칠레가 겨우 네 페이지로 되어 있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호주도 스무 페이지이고, 아르헨티나도 네 페이지인데...). 그 이외의 부분이라면 참 잘 만들어진, 그야말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와인의 백과사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