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 진회숙이 들려주는 명화와 명곡, 두 세계의 앙상블
진회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문화는 교차한다.
참 많이 듣는 말이지만, 참 느끼기 힘든 일이다. 뭐, 나 자신의 문화적 소견을 탓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솔직히 그렇다. 나름 미술관 가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훌륭한 음악을 듣거나 그림, 사진을 보면 왠지 즐겁긴 하지만, 그것들에 대한 인문학적인 소양을 얼마나 갖고 있냐고 묻는다면, 문자 그대로, '글쎄올시다' 수준.
그런 나이기에 더욱 이런 책들은 참 반갑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라... '그림 읽는 CEO'도 그런 의미에서 참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이 미술 & 통찰이라면 이번에 읽은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의 경우는 미술 & 음악이다. 작가는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씨.

음악에 정통한 사람이 어떻게 미술에 대한 지식도 이렇게 깊을까. 그야말로 '문외한'에 가까운 나로서야 그 깊이를 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겠지만, 그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저자의 음악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나같은 사람에게도 왠지 '문화적 사조'에 따른 미술 작품과 음악과의 연관관계가 짚이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말로만 듣던 미니멀리즘이, 미술계에는 어떻게 적용이 되었고 또 음악계에는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가 하면, 오페라 속의 팜므 파탈을 들으면서 그를 표현한 그림을 읽거나, 항상 텍스트로만 읽던 그리스 로마 신화속의 이야기를 음악과 미술 작품으로 만나는 등의 재미가 참 좋다.
어쩌면 참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특성들이지만, 그것을 음악과 미술을 통해서 함께 접하니 훨씬 쉽게 느껴지는 듯 하다. 그리고 저자의 꼼꼼한 서술도 큰 역할을 하는 듯 하고.

특히, 본문의 내용 속에서 만나는 음악들 중, 꼭 들어야 할만한 곡들을 담은 CD는, 이 책의 구성상 없었더라면 정말 맛이 떨어질 뻔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큰 역할을 한다. 그림이야 친절한 텍스트와 함께 감상하면서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되지만, 음악의 경우는 아무리 잘 설명해도 책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법.
텍스트를 읽으며 그림을 읽고, 그 두 가지가 배경 지식이 되어 들리는 음악은, 평소 몰랐던 소리를 듣게 해 주는 큰 재미로 다가온다.
곧 갈 예정인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에의 배경지식도 '약간'이나마 얻었다. 더 즐겁게 볼 수 있을듯.
음악과 미술. 떼어놓고 볼 때와 함께 볼 때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적 감수성은 뗄 수 없는 고리이고, 그에 따른 문화적 사조가 다양한 문화를 통해 발현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왜일까. 지금까지 음악과 미술을 단 한 번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것은. 그런 가운데서, 그 둘의 어우러짐을 발견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새로움은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인문학적 지식은 덤인 셈 치고.
문화는, 아니 세상 모든 것은 교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