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이상엽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사진 '찍히기를' 어려서부터 참 싫어했던 내가(물론 사진 찍는 것도 그다지), 수도 없는 자신을 찍는(찍히는 것은 지금도 싫어한다. 찍힌 사진 속의 내 어색한 얼굴과 몸짓이란...) 지금의 나 자신으로 변화된 것은 생각해보면 딱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나는 직업, 그리고 또 하나는 책과 블로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화되어 지금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가방 속에 디카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워낙 휴대성을 중시하는 편이라 언제나 아주 슬림한 '똑딱이'라는 것이 조금 흠이지만서도(누가 똑딱이만한 DSLR 하나 '값싸게' 안 만들어주나 몰라).

그런 가운데, 그리고 점점 DSLR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생기는 아마추어 시장의 폭증으로 점점 국내에도 사진을 찍고, 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점점 늘어간다. 그런 덕분에 그리고 관심이 없던 나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비롯한 거장들의 사진전을 감상하거나, 나는 사진이다나, 잘 찍은 사진 한 장 같은 사진 관련책들도 읽을 기회를 갖게 됐고, 이 책, '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역시 그렇게 자연스럽게 잡게 된 책이다.

사진가 이상엽, 저자 이상엽


사진 좀 '찍으신다' 하시는 지인에게 보여줬더니 바로 이 사진을 한참이나 보더라. 참 느낌 좋은 사진이라면서, 개인적으로도 동감이다. 책을 똑딱이로 찍은 통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 함이 참 아쉽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보시라.

사진을 잘 모르는 나로서, 국내의 사진 작가에 대한 정보도 그다지 없고, 관심 역시 없던 터라, 그의 이름 역시 알리 없었다. 그래서 우선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보았다.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참 놀랐다. 사진 실력 뿐 아니라 글 실력도 상당한데다,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라니.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겨나는 궁금증.

이 책, 단지 사진집이 아니라 그의 에세이집, 그것도 상당히 두툼하고 텍스트의 분량이 꽤 많다. 그는 작가일까 혹은 사진가일까. 과거 윤광준이 사진가인지 전혀 모르고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을 읽었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사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사진가의 삶, 사진의 역사, 또 직접 다녀온 촬영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참 다양한 이야기가 멋진 사진들과 함께 펼쳐진다.





특히 개인적으로 '사진과 여행' 부분이 참 좋았다. 어쩌면 사진과 여행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콤비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그 중에서도 '쿠바'를 좋아하는 나에게, '아시아의 쿠바'라는, 말레이시아의 말라카는 조만간 꼭 가보고 싶은 1순위가 되어버렸다. 그의 사진을, 그의 글을 읽으면서 말이다.




사진가 이상엽의 그림 솜씨를 볼 수 있었던 '기계 단상' 부분도 좋았다.


네이버 포토라...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포털 사이트라 할 수 있는 네이버. 정말 모든 정보를 안으로 갈무리하는 네이버의 특성,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네이버 '오늘의 포토'를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이 책의 백미였다. 다양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작품들, 그 중에서도 '오늘의 포토'에 당선된 작품들은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한참을 눈을 끄는 그런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심사위원인 이상엽의 책이기에, 진솔한 그의 심사평을 읽으며 좀 더 사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기도 했고(사진의 심사 원칙 첫번째가 정보성이라니. 사진을 보는 나의 시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국, 내외 뛰어난 사진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사진가 이상엽이 사랑한 총 8명의 사진가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진 애호가가 아닌 '사진가'가 사랑한 '사진가'라는 부분에서 좀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영화 감독에게 영화 감독 이야기를 듣는 그런 느낌이랄까.
너무나 유명한 해외 사진가, 로버트 카파부터 내가 몰랐던 국내의 훌륭한 사진작가들 한 명 한 명의 사진, 그리고 왜 그들을 사랑하는지를, 각각의 사진가의 유명한 사진들과 함께, 이상엽 자신의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이런 구성은 각각의 사진가를 알게 되는 그런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그 목소리를 내는 이상엽이라는 사진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재미있는 결과를 낳았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오히려 그의 의도일지도 모르고.

그가 사랑한 것은 결코 사진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이라 할 수 있는 '사진가, 책에 미치다'를 통해 그는 본색을 드러낸다. 그가 사랑하는 것이 사진보다 오히려 책이라는 반전을 던져준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이나, 이 장에서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사진집, 혹은 관련 에세이집 등을 출간한 사진가를 통해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진가들이 심하게는 조연으로 느껴질 만큼이나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이었다. 물론 구본창, 김홍희, 윤광준, 한대수(나도 참 좋아하는 그가 사진가였다는 것은 정말 몰랐다. 조만간 올드 보이를 꼭 읽어볼 참이다) 를 비롯, 조연이라기엔 너무나 화려한 포진이긴 하지만. 오죽하면 이 장을 끝으로 이어지는 '에필로그' 부분은, '이게 정말 사진책의 에필로그일까?'라며 피식 웃어버릴 만큼이나 크게 드러났고. 뭐, 사진책도 분명 책이니까(하긴 그러니까 벌써 무려 11권의 책에 자신의 이름을 담을 수 있었겠지).


완벽보다는 알참으로


어쩌면 사진가란 참 복받은 직업이 아닐까 한다. 책 한 권을 아울러, 자신의 이야기와 사진들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한 사진가를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자기가 사랑한 사진책을 통해서 자신을 말할 수 있으며 그런 것들이 오롯이 보는 이, 혹은 읽는 이에게 전해진다는 것은. 이 책은 어쩌면 그런 복받은 '사진가'라는 직업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진가 이상엽의 마음이 가득 담긴 저작일지 모른다.
사진, 여행, 카메라, 사람, 도구, 사진 기술, 카메라 그리고 책. 책을 덮으며 떠오르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 책은 간만일 만큼이나 이 책 한 권은 참 많은 것을 담으려 했고, 그리고 그래서 참 알찬 책이라는 느낌이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결코 그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해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다양한 요소들을 담으려한 의욕, 그리고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득 느껴지기에 그것이 부족하기보단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며, 책 제목의 '재밌는'이라기 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땐 참 따뜻한 책이다. 애정이 가득 느껴지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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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5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광서방 2009-02-0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음 ^^;; 동감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솔직함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