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소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돕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그것이 금전적인 도움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을 떠나서 그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자체가 갖는 뿌듯함은 어느 다른 감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각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서만 해도 벌써 모 TV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하는 인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카페에 들러 기부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든가, 몇몇 친구들끼리 모여 부업을 하고, 그 부업에서 번 돈은 모두 누군가를 돕는 데 쓰겠다며 모으고 있는 사람이라든가 하는 등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그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뻐 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엄청난 부자들의 삶을 담은 로버트 프랭크의 '리치스탄'을 보면, 그런 엄청난 부자들이 꼭 하는 일 중 하나가 '성과적 박애주의'를 표방하는 자선 활동 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부분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만큼이나, 세상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직접 접해보진 못 했지만, 책, 다큐멘터리 등을 통한 간접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만큼이나 그 참혹함은 현실이다.



케냐의 참혹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사진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빌 아저씨의 유머는 빛난다.

여행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사람을 돕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 이 여행기,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그런 아픔과 참혹함을 담은, 8일간의 구호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과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아프리카 다이어리 역시 참 기대하고 책을 폈다. 그런데, 그 때의 발칙한 유럽 산책이 잘 사는 나라에서 고생하는 뚱보 아저씨의 좌충우돌 코믹 여행기였다면, 이번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케냐라는, 슬픈 현실의 나라에서 그가 몸소 겪는 그런, 좀 더 실감나지만 그 실감이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가슴 아픔 쪽에 가까운 그런 이야기랄까. 그런 덕분에 그의 또 하나의 여행기를 읽으며 킥킥거릴 기대를 하고 있던 나로서는 전혀 예상 밖이었지만, 그런 빗나간 예상도 절대 나쁘지 않았다.
분명 사람 냄새나는 여행기를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었으니까.
그 맛이 많이 달랐을 뿐.



참 작고 예쁜 책이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해도 속을 법한 예쁜 표지, 하지만 그 안에는 참 둔중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물론, 전작(국내 출시 기준으로)에서 느꼈던 그의 유머러스한 감각은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8일간의 그의 아프리카 이야기는 유머로 그려져 있음에도 그 안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안타까운 아프리카의 현실, 그리고 그를 돕는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갖는 훈훈함이랄까. 그리고 그런 손길이 닿은 책, 그런 손길을 가진 사람 중의 하나인 빌 브라이슨이 쓴 책이기 때문에, 그의 유머도, 또 책 자체의 훈훈함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일 테다.



아프리카의 더위 때문일까(설마, 겨우 8일인데)... 내 머릿 속의 이미지보다는 훨씬 슬림(?)했던 빌 아저씨의 실제 사진.


그리고 그와 함께 따뜻한 느낌의 그림들도 좋다.

8일간의 짧은 여행기간 때문일까, 텍스트량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프리카의 실상과 그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느껴진다는 부분에서는 충분한 편이고, 특히 꽤 많은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 케냐의 실제 모습들을 좀 더 잘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책 마지막을 장식하는, 국내 구호단체들의 소개는,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점을 찍는다.

CARE라는 이름의 구호 단체와 함께 한, 일종의 기획 도서라 할 수 있기에, 아프리카의 초원, 그리고 세렝게티의 아름다움같은 것들 보다는, 그 곳의 사람들 이야기(뭐 이건 빌 브라이슨의 전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그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실제 돕는 모습들을 위주로 그려져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만큼, 던지는 메시지가 더 절실히 다가오는 것은, 그리고 단번에 읽을 수 있던 것은, 보다 진실하고 담담하게 그 상황을 그려내는(농담과 유머도 잘 섞어서) 빌 브라이슨 특유의 달변 덕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도울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함께 말이다.

한 번쯤 누군가를 돕는 일은 해보고 볼 일이다.
기껏해야 한 달에 100원 내는 내가 하기에는 좀 부끄러운 말이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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