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아름다움 - 나와 다른 당신이 왜 소중한가
구본형.이우일 외 지음 / 고즈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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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 다름을 배우며 살아간다.
나와 어머니의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알아가며 나이에 따른 생각의 차이를 깨닫고, 자연이 못 견디게 아름다워진다.
사실 아름답다라는 느낌 자체가 그렇지 않은 것과의 다름을 인식해야 가질 수 있는 느낌일 테니까.

하지만, 왜 인간은 그렇게도 다름을 견뎌내지 못 하는 걸까. 다름으로 인한 언쟁과 스트레스, 질타와 언쟁. 대부분의 문제는 다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참 어리석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르다'와 '틀리다'가 굉장히 흔하게 혼용되는 최근의 세태를 보면 그런 현상들은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고.

종교가 다르다, 인종이 다르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라는 것이 틀린 것은 분명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같은 것에 기뻐하고, 또 같은 것의 편을 들게 되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모순이 아닐까.

이 책, '다름의 아름다움'을 꺼내들게 된 것은 순전히 '구본형'씨의 이름 때문이었다. 그의 글, 그의 책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그의 글을 참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다만 그의 책이 아니라, 총 8명의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다름'을 이야기하는 8개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예상치 못했던 수확을 건진 느낌이랄까.



생물종의 절멸 속도가 인간으로 인해 1천~1만배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대운하 사업에도 말이다.

철저히 '서양인'의 입장에서 이루어졌던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서의 '인디안'은 어떠했는지, 완바오산 사건이라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철저히 가해자가 되어야 했던 그 사건의 바탕에는 어떤 '다름'에 대한 미움들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그리고, 철저한 인간의 기준 속에서 생태계가 얼마나 망가져가고 있는지(얼마 전 보았던 '지구가 멈추는 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기도) , 왜 나와 다른 것은 불편하고 불안한지에 대한 분석 등 다름이나 이질적인 것이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들을 곱씹어보며 반성하게 되는 글들이 있는가 하면,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일씨의 이런 풍의 카툰을 만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재미 중 하나였다.

나와 꼭 같은 사람을 찾으러 떠났던 여행에서, 많이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깨닫는 카툰이나, 수도 없이 문제가 되는 종교 간의 갈등 속에서, 서로 다른 이름의 신을 부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풍경,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형을 분석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행복한 성공'에 이르자는 이야기, '나다운' 자유로운 나를 찾는 방법 등,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름의 아름다움을 말하긴 쉽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실천하긴 결코 쉽지 않다.

흔히 우리는 '개성'을 이야기하며,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있어, 개성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가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다름은 언제나 '사회가, 혹은 주위 사람들이 허용하는 한계 내의' 것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는 다름은 미워하거나 혹은 배척하기 마련이고.
하지만 과연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배척하고 싫어하는 것에서 오는 이익은 과연 무엇이 있나, 무엇때문에 그렇게도 다른 것, 다른 존재들을 싫어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덧없이 웃게 된다. 다름을 배척하게 되는 데서 오는 우월감? 정말 그런 것 때문에 이루어지는 행위라면 그저 우습지 않은가.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다보면, '다름'에 대한 덧없는 배척이 얼마나 추악한 결론을 낳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이 'Cold Case'에서는 더욱더 두드러지게 발견된다.

최근 Cold Case라는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과거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들을 다시 꺼내어 해결하는 수사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의 소재로 유독 자주 나오는 것이 바로 인종 문제, 동성애 문제, 그리고 여성 문제 등이다. 지금의 사회적 인식이라면 그다지 문제될 것 없는 '다름'에 의해 살인까지 당연하게 벌어졌던 이야기들. 겨우 수십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별것 아닌 '다름'에 대한 배척이 그런 참극을 일으켰음에 새삼스럽게 놀라곤 한다. 겨우 몇 십년이면 이해했을 그런 문제로 말이다. 어찌 보면 참 우습지 않은가.

분명 다름을 인정하는 곳에서 아름다움은 시작된다. 하지만 그 인정이라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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