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은 '행복'이다. 하지만 세상살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행복해지자고 하는 수작들이건만, 참 행복감 느끼기 힘들더라. 그런데 생각해보면 졸라 재수없는 몇몇 경우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크게 그런 행복감을 좌우한다는 것이 골때리는 거다.
분명 세상은 나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데, 왠지 누군가의 선택에 좌지우지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무쟈게 많다. 물론 지 맘대로만 살 수 있으면 그게 뭔 인생이겠냐마는.

딴지일보라는 독특한 컨셉의 웹진을 통해 엄청난 인기를 불러모았고, 그래서 '딴지 폐인'을 양산했던 김어준 씨는(사실 총수라고 불리는 경험 아무나 해 볼 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간 자신이 해왔던 '상담'을 모아 최근 책을 펴냈다. 참 의미심장한 제목과 함께. '건투를 빈다'니 말이다. 남의 인생에 배놔라 감놔라 하는 것만큼 머리 빠지게 고민스럽고 또 건방져보이는 일이 없을텐데, 그 일을 몇 년이나 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그리 쉽진 않았다. 뭐, 개안적으로는 딴지일보에 대해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한참 딴지일보 잘 나갈 시절, 누구나 거쳐가는 아나키즘으로 본 딴지일보는, 뭔가 '니네가 뭐 그리 잘 났어!'라는 욱함을 이끌어내는 곳이었다. 다른 데서 하지 못 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이야기들을 용감하게 내뱉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냈달까.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지 못 하는 나 자신이 투영되어 보였기에 더 싫어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 나이가 먹고 나서 선입견 없이 읽어본 그의 '상담집'은 굉장히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세상은, 같은 눈이라 해도 그 나이테에 따라 달리 보이는 법이다.




'한겨레 ESC', '그까이꺼 아나토미'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상담을 모은 이 책, 우선 골때리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주제는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인 이상 다섯. 그 주제를 통해, 실제 있을 법한(하지만 가끔은 한숨 나오는) 그런 솔직한 질문으로 가득해, 왠지 더 열중해서 읽게 된다. 나 자신조차 궁금할 법한 그런 질문들 가득하다.



그리고 어어지는 저자의 답변. 김어준식 '수작'이기에 우선 명쾌하고 통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 하나의 노선으로 일관적이다. 비록 그게 저자의 인생관으로 점철된 답변이기에, 가끔은 나와 맞지 않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주제, 모든 답변이 한 방향으로 일관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쉽게 나올 수 없기에 더욱 놀랍다. 그만큼이나 진지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론을 꼼꼼히 상담하고 있다는 이야기 되겠다.



그리고 각 답변에는, 그 답변에 대한 그의 경험, 혹은 질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첨삭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들을 가장 즐겁게 읽었다. 그의 직접적인 생각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경험들을 자세하게 들어볼 수 있는 부분들은 무엇보다 나의 공감을 가장 많이 이끌어냈다.



그리고 책의 전반을 장식하고 있는(김어준 캐릭터부터 말이다), 현태준의 일러스트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울 애인은 '정말 안 팔릴 책 표지'라며 좋지 않은 평가를 했지만). 김어준의 독특한 어투와 꽤 어울린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던지는 메시지도 팍팍 와닿고.


빠른 템포로 읽었지만, 담은 내용이 꽤 많기에 나름 오래 읽을 수 있었던 이 책(역시 몇 년 간의 상담집이란 두껍기 마련인가). 읽으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모두가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기 자신이 가질 자존감. 이 책의 골자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우선 나 자신의 자존감을 제대로 세워놓고, 거기서 출발하는 친구, 사랑, 직장 등의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이 그만큼이나 우뚝 서 있기에 일관적인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그런 식의 상담이랄까.
무엇보다, 그간 살아오면서 느끼고, 또 다양한 책들을 통해 쌓아온 나 자신의 인생관과 이렇게나 비슷한 색깔을 갖고 있는가... 라는 점에서 참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나중에 함께 술이나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그런 느낌(아니면 같이 술집 하나 내도 좋고).

그의 의견에 동감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그의 일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왠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진다. 나와 비슷한 색깔의 책이라서가 아니라, 김어준의 '수작'이 그만큼 진실되다는 이야기다. 행복, 그리고 인생에 관한 그의 수작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