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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석의 아이디어
최범석 지음 / 푸른숲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이유가 있다.
그것이 현명함이든 열정이든, 혹은 무모함이든. 그리고 거기에 세간의 잣대로는 재기 힘든 무언가가 하나 따라붙는다. 그리고 그게 과연 뭔지는 뭐 막상 당사자들도 표현하지 못 하는, 그래서 더 희귀하고 갖고 싶은 그런 것 말이다.
사실 열정이 넘치는 사람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무모한 사람들도 많고 엄청난 노력가들도 많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
최범석, 역시 그랬다. 그의 생각을 얼핏하게나마 읽을 수 있는 이 책, '최범석의 아이디어' 속의 그를 단번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시쳇말로 '동대문파 디자이너'가 파리에 매장을 오픈하고 교수가 되며, 뉴욕 입성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그것도 서른둘이라는 젊은 나이에) 분명 그런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참 예쁘게도 만들어진 이 책 속에는 그런 최범석의 취향, 생각, 그리고 그의 삶의 흔적들을 가득 담겨있다. 비록 책 제목처럼, 그리고 책 소개처럼 그의 Life 속에서 그가 가진 Idea의 장점을 취하는 일종의 자기계발서식의 깨달음을 얻기에는 좀 Life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그가 세상과 어떻게 만나며, 또 그 결과물인 디자인은 세상과 어떤 교차점에 있는가 등을 볼 수 있는 그런 흥미로운 접선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책이기 때문일까, 참 멋지게 디자인된 책이기도 하고, 그가 찍은듯, 다른 사람이 찍어준듯한 사진들 한 장 한 장이 멋지다.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그는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의 골드미스 유수연 강사와 닮은듯 닮지 않은 느낌이다. 비슷비슷한 삶보다는 자기만의 튀는 무대를 제대로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추진력과 열정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당찬 사람들, 하지만 유수연 강사가 세상 속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골라내는 여우같은 느낌이라면, 디자이너 최범석의 경우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발견하고 그 길에 대한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코뿔쏘같은 느낌이랄까.
그럼!
감각적인 그림들, 그리고 꾸밈없는 느낌의 문체로 그려진 한 젊은 디자이너의 그렇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된다. 사실 전문 작가가 아니기에 그리 뛰어난 문체도,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텍스트는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당차게 꺼내놓을 수 있는 그런 힘은 바로 그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친구 류승범의 이야기처럼.
그리고 그렇게 당찬 젊은 아티스트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의 길을 멋지게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가라. 그곳이 런웨이든 혹은 그가 선택한 또 다른 길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