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티엄 Vol.1 : 결혼
오스티엄 잡지 기획부 지음 / (주)바젤커뮤니케이션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한번도 열어보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것은 절반의 설레임과 절반의 두려움이 혼재하는 것이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에 대한 갖은 생각 속에서 우리는 망설이고 또 망설이기 일쑤다.

우리의 인생은 이런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문을 열어가는 일의 연속으로 이루어져있다. 두 번 살 수 없는 우리 인생 속에서 수많은 경험의 문들을 열고 또 연다.
그리고 그렇기에 수많은 실수와 후회가 잇따른다. 하지만 그 뿐. 이미 연 문, 이미 들어간 방에서 나올 방법은 없다.
왜 내가 그랬을까... 라고 결과론적인 후회가 가능할 뿐.
게다가 가끔은 무지할 정도로 용감하기도 하다. 크고 작은 실수와 후회를 반복해온 인생이라면 하나하나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순간적인 감정, 순간적인 판단으로 고민이나 참고 자료 없이 일단 문을 열고 보는 경우가 살다보면 참 많다.
그런 경향이 매우 큰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



과연 우리는 '결혼식'이 아닌 '결혼 생활'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최근 즐겨보는 전문지 중에 '유니타스 브랜드'라는 것이 있다. 격월간 마케팅&브랜드 전문지로 '참고서'를 표방할 정도로 내용이 충실한 전문지라 할 수 있는데, 이 유니타스 브랜드에서 '오스티엄'이라는 거창한 기획의 전문지를 하나 더 내놓았다. 주제는 무려 '인생'. 그리고 그 첫호의 주제가 바로 '결혼'이다.




개인적으로 곧 준비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그들이 말하는 결혼은 무엇일까라는 관심이 동해 읽게 된 이 책, 보통 결혼 잡지들과는 굉장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화려하고 멋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는 아예 없다. 쉽게 생각하면 돈 되고, 관심 많이 받을 '결혼식'에 어느 정도는 공간을 할애할 법도 한데, 아예 대놓고 무시해버린다. 그들은 결혼식이 아닌 '결혼 생활'을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반문한다. '20분짜리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결혼준비기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당신들, 과연 438,000시간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찔린다.


오스티엄의 문을 여는 첫 호, 결혼을 소재로 잡은 이번 호는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서문이자 결혼과 책의 성격을 말하고 있는 Knocking On a Door, 결혼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Pre Marriage, 결혼 후의 생활을 말하는 Post Marriage, 결혼으로 인한 구성원간의 감정에 대한 Finding Intimacy가 그 구성 요소들.
그리고 그 각 구성요소들을 채우고 있는 내용들을 뜯어보면 참 재미있다. 일반적인 잡지나 인터넷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벼운 것들, 체크 리스트나, 악플/리플, 결혼에 관련되어 읽어야 할 책이나 봐야 할 영화 같은 그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기사들부터 시작해서, 메리지 블루(혼전 우울증)나 아저씨로 산다는 것, 그리고 미래의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 본격적인 이혼에 대한 이야기 같은 조금은 무겁고 진한 그런 다양한 읽을거리들이 뒤섞여 전체적인 앞으로의 결혼 생활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그저 휘휘 넘겨가며 마음에 드는 기사를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잡지라기 보다, 한 꼭지, 한 꼭지를 꼼꼼히 읽고 한 번쯤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적용해보거나 나의 삶을 설계하는 그런 과정들을 겪게 되는 전문지의 성향을 확실히 갖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결혼 생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내용이 충실하고 읽을거리, 생각할거리가 많다 하더라도 이론의 정립이나 전체적인 맥락을 훑는 그런 '책'이라기 보단 전문지로서 하나 하나의 꼭지에 충실한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전문지로서의 완성도를 확실히 갖고 있다는 의미다.











심플한 것이 인기를 끌고, 쉬운 것이 인정받는 세상에서 이런 전문지들을 만나면 우선 반갑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오스티엄의 경우는 주제가 '인생'인 만큼 참 '전문가'라는 말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필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법 한데 이 자리를 빌어 응원의 주먹 한 번 불끈 쥐어본다)이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통한 그런 노하우들을 쏟아내는 그런 전문지들, 그저 쉽게 읽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그런 간편한 지식들의 모임이 아니라 머리 한 켠에 두었다가 필요할 떄 과월호를 뒤적이게 되는 그런 전문지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컨텐츠의 전문성이나 깊이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도 많이 들고 또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기도 쉽지 않다. 장르 문학 전문지인 '판타스틱'의 안타까운 휴간 소식도 이런 맥락에서라고 들었다. 그런 만큼 더 정이 간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된 컨텐츠를 만들어내려 하는 노력이 빛나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본전 생각 나지 않는 '돈값'을 하기 때문이다. 편집장의 말대로 "인생은 고달프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배우려 할 때 비로소 쉬워진다"에 공감하며, 다시 한 번 체크해 둔 몇몇 기사들을 읽는다.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할 45만 시간을 좀 더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




오스티엄이 열어줄 다음 문은 친구. 이미 열어둔 문이기에 더욱 기대된다. 나는 얼마나 잘 가고 있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