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해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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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의욕적이기도 하다.
십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네 권의 장편 소설과 열 권의 중단편집을 낸 작가, 게다가 얼마 전에는 농담하는 카메라라는, 그야말로 '웃기는' 세번째 산문집을 내기도 했던 성석제.
여러 권의 책을 눈 앞에 두고 이 책을 손에 들었던 것은, 그런 그의 정열적인 글쓰기 뿐 아니라, 읽기 편하면서도 묵직한 그의 글들이 갖는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소설집, '지금 행복해' 역시 그런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우선, 그의 책은 쉽게 읽힌다. 순수문학, 특히 한국문학들을 읽으면서 자주 느끼게 되는 꺼칠함이 별로 없다. 쉽게 읽으면서 그가 던져주고 싶은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소설들이 갖는 재미도 충분하고.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발표되었던 그의 작품들을 모았다.

총 9편의 소설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은 이번 소설집은 솔직히 읽으면서 참 기묘한 기분이었다. 처절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외인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인데다, 해피 엔딩이라 보기에 힘든 작품들도 그다지 없다. 그 덕분에 읽으면서 가슴이 아프다거나, 속이 상하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습거나 혹은 즐겁거나 애틋한 감정들이 솟아나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물론 작가 성석제가 내놓는 입담의 역할도 있겠지만, 결코 그 입담만으로 낼 수 있는 그런 기묘함은 아니었다. 읽으면서 킥킥거리다가도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를 곱씹어보면 분명 처절할 정도의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였거나 혹은 불편한 엔딩에 기분이 착찹해지는 그런 기묘한 경험을 한 편, 한 편을 읽으며 계속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작년 이 맘때 쯤에 읽었던 '라일락 피면' 에 담겨있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이번 소설집에도 이 작품이 수록되어 있기도)을 읽었을 때도 흡사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이번 책에서는 다른 작품들을 함께 하면서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오게 되었고.

다행이었던 것은 이런 기묘한 느낌이 결코 거부감이 생긴다거나 혹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중독되기 쉬우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의미에서 성석제의 소설, 특히 이번 '지금 행복해'같은 경우에는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한다. 그것도 매우 즐거운 중독 말이다. 마치 표제작인 '지금 행복해'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모든 중독들에서 벗어난 후, '눈물 중독자'라는 즐거운 중독에 빠져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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