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 Winery 와인 & 와이너리
송점종 글, 장영준 사진 / 생각의나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와인만큼 자연의 사랑을 담뿍 받는 술이 또 있을까.
물론, 다른 훌륭한 명주들도 많지만, 똑같은 품종의 포도라 하더라도 어떤 지역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다채로운 향과 맛을 내며(맛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매년 기후에 따라 그 맛이 달라 '빈티지'를 따진다. 게다가 자랄 수 있는 품종조차 그 땅과 기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오죽하면, 보졸레에선 포도 품종 중에서 가메 품종밖에 허락받지 못 해, '보졸레 누보'라는 마케팅의 와인을 만들었을까.





떼루아르. 와인 그리고 이 책 '와인 & 와이너리'는 바로 이 한 단어로 압축된다. 모든 포도밭에는 토양, 기후, 지형, 일조량과 관련해 각각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이 떼루아르로, 하늘과 땅, 즉 자연이 만들어낸 기반에 인간의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것이 좋은 와인이다.
그리고 와인 한 병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 책은 그렇기에 더윽 와인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큰 장정, 묵직한 페이지 구성으로 전 세계의 와이너리를 멋지게 찍은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들과 함께 그 떼루아르에서 자란 와인들의 맛과 특성을 설명하는 그런 구성은, 그만큼이나 와인을 꿰뚫고 있는 저자들이었기에 가능했던 기획이 아니었을까.



같은 포도밭임에도 어쩌면 이렇게 각양각색의 빛과 땅을 갖고 있을까. 그런 빛과 땅의 다채로움이, 와인의 맛과 향의 다채로움을 낳는 거겠지.


프랑스 보르도 경영 대학원에서 세계 최초로 와인 산업 경영학 석사(와인 MBA)를 받고,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에서 문화산업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송점종 교수(그가 경영하는 카사 JJ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도 참 좋았다. 그 때는 그의 가게인지 몰랐지만). 그리고 굉장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세계의 와이너리를 주제로 전국순회전시회를 가진 바 있는 저명한 사진작가 장영준. 이렇게,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면서도 와인에 대한 사랑에 닿아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모든 와인은 숙성에 다 오크통만 쓰는 줄 알았다.

여기에 와인을 만들고, 또 즐기는 또 하나의 요소 인간도 빼놓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제 2의 떼루아르라 할, 숙성 및 보관소부터, 실제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사진과 이야기,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낸 와인이 즐겨지고 유통되면서 생겨난 에피소드들까지, '하늘, 땅, 사람'. 와인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담긴 책, 그것이 바로 이 '와인&와이너리'다.



와인을 만드는 마지막 요소. 사람. 그들의 피와 땀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와인을 완성시킬 수 있다.

솔직히 광서방은 와인을 잘 알지도 못 하고, 마셔본 와인의 리스트도 일천하다. 하지만 와인을 참 좋아하고 즐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참 여러가지를 말해주었다. 스파클링 와인의 본산인 샹파뉴의 토질이 그야말로 샴페인처럼 하얀 백악질이라는 것을 비롯, 각각의 와이너리들은 신기하게도 내가 마신 와인이 왜 그런 맛과 향을 냈는지를 말해주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도 다양하고 다양한 와인의 맛과 향. 그 맛과 향은 바로 그렇게도 다양하고 다양한 떼루아르의 산물이었구나 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꼈달까.
그렇게도 각 나라, 각 지역의 땅이, 기후가, 빛이 다른 것이 사진을 잘 찍은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얼치기 와인 애호가인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와인은 포도와 흙을 섞어 만드는 것. 언젠가 꼭 한 번 그 곳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다 좋았지만 솔직히 마지막 장의 와인상식은 조금 아쉬웠다. 뭐랄까... 구색 맞추기 정도의 느낌이었달까?


전에 '반 고흐' 때도 그랬지만, 생각의 나무가 만드는 책은 여러 의미에서 성의있다는 느낌이 든다. 겉표지와 다른 속표지, 그것도 굉장히 신경쓴듯한.







이 땅과 이 빛을 담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