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의 심리학 -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후회의 재발견
닐 로즈 지음, 허태균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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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참 많은 후회의 혜택을 보고 있다.
수없은 산업들이 한 번, 한 번의 실패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기도 하고, 몇몇 회사에서는 '수업료'라는 이름을 붙여 후회가 주는 변화를 종용하기도 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시행착오(Trial and Error)'는 그런 후회를 통한 반성이 만들어가는 변화를 뜻한다.
비단 비즈니스 업계 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간접 경험, 혹은 벤치마킹을 통하더라도 쓰디쓴 실패를 맛보지 않은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그 후회의 끝은 상당히 달다. 물론, 그 후회를 제대로 활용한 경우에 한정되겠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뿐인 짧은 인생, 후회없이 살자'라고 다짐하며 산다. 분명 후회가 갖는 값짐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고, 후회할 일을 안 하는 인생은 소극적이고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조차도 '후회'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니까.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다. 뭐, 그런 것이 인간의 심리적 면역체계라는 것의 자연스러운 작동이겠지만.

이 책, IF의 심리학은, 멋지게 '아낌없이 후회하라!'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후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먼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 책이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후가정사고'와 흔히 말하는 '후회'의 차이를 먼저 이야기하고 넘어가면,
사후가정사고는 그 말 그대로, 이미 일어난 사실에 대해 반대 상황을 가정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 능력 중의 하나다. 그리고 후회는 그런 사후가정사고와 함께 일어나는 감정적인 형태를 일컫는다. 특히, 그런 감정 중에서도 '더 나은 가능성에 대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말한다.
이러한 사후가정사고와 후회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사후가정사고에는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부정적인 감정, 즉 후회를 동반하는 상향적 사후가정사고와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 혹은 행복감을 동반하는 하향적 사후가정사고 두 가지의 존재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찬란함의 요체는 어쩌면 이 감정일지 모른다. 그 감정이 바로 변화의 힘, 열정을 이끌어낼테니까.

이런 사후가정사고는 인간의 매우 기본적인 사고형태 중의 하나이며, 놀랍게도 물건을 살 때, 시험을 볼 때, 협상을 할 때, 종교적인 믿음부터 운명론, 심지어는 미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갖는 굉장히 다양한 방면의 사고에서 발견된다. 미신을 믿는 이유가 후회하기 싫어서라니.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미신에는 '~하지 마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니 이것 참 재미있는 일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현명하게 물건을 사는('잘 샀어!'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구매) 방법도 사후가정사고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나, 시험을 볼 때, 한 번 쓴 답안이 나중에 틀린 것 같다는 발견을 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실제로는 정 반대다) 것도 바로 이 사후가정사고 때문이라는 것 등이 참 재미있다.







이 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연구결과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문화를 아우른다. 그도 그럴것이 그런 문화들의 재미가 바로 사후가정사고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15년간의 연구를 통해 사후가정사고에 대해 실험과 고찰을 거듭한 저자, 닐 로즈는, 이런 사후가정사고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후회라는 감정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 것인가를 증명해낸다. 단지 싫은 감정,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우리가 피하고 있을 뿐, 그런 후회가 없다면 문제점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며, 그리고 변화와 통찰도 없을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아낌없이 후회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우리의 감정도 한계가 있는 것인데, 끊임없는 부정적인 감정의 유입은 정신을 붕괴시키고, 결국 우울증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 상향적 비교에 의한 후회를 통해 통찰과 자기 발전을 꾀하고, 하향적 비교에 의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적절한 선에서의 현명한 사후가정사고의 균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실패도 후회도 자랑스러운 내 인생의 한 조각이다. 물론 그런 후회의 감정을 발판삼아 멋지게 변화해낸 후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만.



미래를 위한 사후가정사고 전략
1. 즉각적으로 행동하라
2. 더 살펴보라
3. 하향적으로 생각하라
4.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 마라
5. 후회를 글로 옮겨라
6. 크게 보라

어쩌면 참 어렵고, 어쩌면 참 재미있는 책이다. 약간은 학술서나 논문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기에 좀 읽기 어렵기도 하고, 문학과 영화, TV 드라마, 게임 등을 넘나드는 인문학적인 실험과 예시들에 적용되는 사후 가정사고의 이야기들은 참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끌리는 것은, 나 자신부터 갖고 있던 어쩌면 참 이유없는 '후회에 대한 편견'을 참 잘도 풀어놓았고, 그래서 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후회는 좋은 것이다. 단 효율적으로 다루기만 한다면.

이제부터는 후회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 그래야만 순식간에 시작된 후회와 함께 다가올 예리한 통찰력을 좀 더 기꺼이 맛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후회, 그리고 사후가정사고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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