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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테라 1
후루야 미노루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만화를 뽑으라면 꼭 '이나중 탁구부'를 뽑는다.
후루야 미노루의 이름을 알린, 엄청난 인기의 만화지만, 개인적으로 '엽기', 그 중에서도 좀 당황스러울 정도의 엽기는 왠지 즐겁게 만화를 감상하는 나 자신의 감정 이입을 '팍삭' 깨버리는 그런 만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나중 탁구부'는 '멋지다 마사루'나, '괴짜 가족' 등과 함께 나 자신에게 바로 그런 만화였다.
하나 더 아쉬운 것은 작가인 후루야 미노루의 역량이다. 분명 스토리의 진행과 여러 사건들의 진행을 보고 있으면 분명 이 작가의 상당한 역량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이래서 팍삭, 저래서 팍삭. 참 괴로웠달까. 그래서 '싫다 싫다' 하면서도 결국 끝까지 읽게 된 조금은 야릇한 기억의 만화랄까. 물론 모든 것은 취향이겠지만.
그래서 사실, 그간 그의 작품들을 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가테라는 좀 달라'라는 지인의 이야기에 설마하며 집어들었고, 결국 전권을 다 읽고 말았다.
보통은 위와 같은 캐릭터가 주인공,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저 구석에서 밟히고 있는 녀석이다.
조금은 소외된 한 남자 아이... 아니 왕따에 학교 짱의 장난감이면서 인기도 없고, 공부도 못 하는 남자 아이라면 좀 많이 소외된 아이라 해야 할까? 그런 아이가 오토바이를 계기로 한 여자를 만난다. 그야말로 킹카. 그리고 그 킹카는 키도 작고 그리 뛰어난 것도 없는 그가 너무 좋단다(뭔가 억울하지만 사실, 이런 킹카와 평범남의 만남은 생각 외로 현실에도 많다).
대체 이런 소리하는 녀석이 뭐가 좋을까. 하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은 한 사람을 바꾸어놓는 역할을 한다. 사랑의 힘!!.
그렇게 시작된 이 조그만 소년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에 벌어질 수 있는 참 다양한, 그리고 솔직히 벌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추악하기 그지 없는 사건까지 다양한 사건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간다.
솔직히 말해, '자극적이기만 한' 몇몇 사건들과, '극히 오버스러운' 주인공의 몇몇 모습들은 그리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모습들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꽤 공감이 간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하는 연약함, 자기 자신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 같다는 그런 자기 혐오 등의 여러 갈등들의 연출과 전개는 타 만화들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또 공감이 간다.
어른이 된 주인공. 그런 그의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을 본다.
그리고 흔히 이런 성장 만화들이 갖는 해피 엔딩식의 그저그런 마무리가 아니라는 점도 꽤 마음에 들고. 읽는 이와 주인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인공 뿐 아니라, 읽는 나 자신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점이 참 좋다.
시가테라. 이 작품을 통해, '가장 싫어하는 작품'을 가진 작가지만, '앞으로 신작을 기다리게 되는' 그런 작가라는... 참 어쩌면 오묘하기 그지 없는 그런 작가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시가테라는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만화라는 생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