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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아버지에게 길을 묻다 - 꿈꾸는 30대를 위한 인생수업 53
윤영걸 지음 / 원앤원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삼십대. 10대의 꿈과 20대의 열정에 세상과의 경험이 덧붙여져, 여러 모양의 자신만의 1차적 완성물이 나오는 때. 광서방이 현재 겪고 있는 바로 그 시간. 그 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1차적 완성물이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니.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내가 정말 제대로 살아왔냐고. 그리고 나의 30대는 제대로 된 길이냐고.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을 제대로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2005.5.11 / 광릉)
'30 대가 아버지에게 길을 묻다'는 그런 광서방같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같은 책이다. 혹시 지쳤을 지 모를, 아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불안함과, 남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희망을 던져주기도 하고, 가족이 가져야 할 실질적인 가치나 소중함을 하나하나 던져주기도 하며, 세상을 더 따뜻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서른'이라는 왠지 모르게 '많이 살아버렸다 생각되는' 우리에게 '젊은 놈이!'라며 채근을 하거나, 앞으로의 노후에 대한 조언을 하고, 또 평생을 열정으로 살아가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이미 25년을 경제지 기자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읽고, 또 썼으며, 또 곱씹었을까. 그런 깊은 경험에서 오는 각 분야에 대한 조언들은 굉장히 농밀하고 또 진실하다. 물론 그 뒤를 받쳐주는 것은, 상당한 독서량을 말해주는 듯한 문.사.철(文.史.哲)의 인문학적 인용들이긴 하지만, 그저 그것들의 힘을 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것들을 기반으로 저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찰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기에 훨씬 더 와닿기도 하고.
그런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나 자신이 이미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 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일침을 날리기도 하고, 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긍정적인 마인드와 생활 태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꾀한다. 그래, 마치 아버지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30대라면 예전에는 어엿한 아버지로서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을 자식을 두고 있을 나이가 아닌가. 결혼이 늦어지고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왠지 지금의 30대는 조금 더 어려진 것만 같다. 의젓하게 보이려고만 하고, 나 자신에 대한 잣대를 이미 갖고 있음에도 그 잣대 자체가 부러지지 않을 제대로 된 것인지를 불안해 하기도 하고. 어쩌면 작금의 30대는 어른으로서의 무언가를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사로잡힌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나만 그런가?).
그리고 또 한 번 웃었다. 어려서는 그렇게도 듣기 싫었던 아버지의 잔소리, 왜 이제는 이렇게 달게 느껴지는 것일까. 신해철의 '아버지와 나'처럼, 내가 그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저자가 글을 쓴 이유는 바로 이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나 자신은 저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그 런 여러 생각 속에서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 책은 왕도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 맞게 재단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고. 그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으로서 30대라면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 아닐까 한다.
조금 성숙한 20대나, 조금 철 덜 든(?) 40대도.
아, 사족이지만, 단번에 읽으면 어렸을 때의 아버지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곱씹으며 읽는 방식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