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스탄 - 새로운 백만장자의 탄생과 부의 비밀
로버트 프랭크 지음, 권성희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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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스탄으로 가는 티켓은 얼마일까요?

청렴의 시기는 끝났다.
대쪽같은 청렴함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부를 물리고 독야청청 살아가던 과거 한국의 위인들을 존경하는 유교적 사고방식의 우리나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청렴함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을 인정하자. 탐욕의 노예같은 놀부 근성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음에도 그를 물리치는 사람을 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말이다. 이미 대한민국도 황희 정승의 청렴함보다 삼성, 네이버의 황태자들의 부유함을 더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도, '금전적 자유'(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이루는데 금전적인 것으로 한계가 생기지 않는 자유)만큼은 꼭 얻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더 이상 부자는 과거의 '탐욕스러운 돼지'의 이미지가 아닌, 성공한 '능력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그런 부자로의 길을 밟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부자의 생각, 부자의 행동방식을 아는 것'이 아닐까 한다. 흔히 '부자 친구 한 명 두는 것이 부자로의 지름길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서점에서 '부자학'에 관련된 책들이 그렇게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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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자는 엄청난 성장을 이룩해왔다. 그저 수치적인 증가가 아니라, 부의 크기가 아무리 커져도 모든 자산 규모별 부자의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났다. 바로 이것이 리치스탄의 시작이다.

그간 전세계의 경제는 미국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제 조금씩 경제의 흐름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그 집중되었던 유동성의 흐름은 미국에 수많은 부자들을 잉태했고, 그 부의 씨앗은 일정한 숙성을 거쳐 엄청난 수의 부자로 퍼져나갔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부자가 이렇게 빨리 큰 부자가 됐던 적은 없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말이다. 리치스탄(Rich-I-Stan : 부자를 의미하는 Rich와 국가명에 자주 붙는 어미 Stan을 붙인 신조어)이라는, 벨기에나 덴마크보다 국민이 더 많은 가상국가는 이런 부의 폭발적 증가에서 출발한다.

그런 리치스탄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중, 특히 새로 탄생한 신흥부자들은 굉장히 흥미롭다. 유명인 3%, 상속받은 운 좋은 부자가 1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30, 40대의 젊은 부자들이 넘쳐나고, 또 문화적 다양성도 갖고 있는 등 록펠러나 헌트, 게티, 듀폰 등의 과거 명문가 부자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전형적인 부자가 아니라는 의미랄까(배트맨의 브루스 웨인과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의 비유를 들면 조금 무리일까?).

이 책, 리치스탄은 그런 신흥부자들의 시작부터 사는 법, 그들의 생각과 행동 등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부자 전문 기자'로서 그들과의 지속적인 만남과 인터뷰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 덕분에 굉장히 생생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참 직접적으로 맛볼 수 있었다. 그렇게도 많은 유명인들의 이야기들, 리얼리티 쇼 등을 통해 부자들의 이야기를 접해왔으면서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말 그들에 대해 모르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실제적인 그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전형적인 부자들의 모습으로 그저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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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스탄의 삶 중 다른 것보다 가장 다가왔던 것은 그들의 이런 여행 방법. 캬~ 이런 여행이라면 정말 한 번 갈만 하단 말이지.

먼저 부자들의 탄생 과정과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들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신흥부자의 대부분의 경우는 '창업자'들이었다. 구글이나 델, 애플 등의 혁신적인 그룹들의 창업자들을 위시한 창업자들이 많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꽤 인상적이었고, 그들의 삶의 방식은 얼마간의 동떨어진 느낌(보통 부자여야 말이지), 그리고 얼마간의 부러움, 그리고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열정과 또 탐욕에 몸을 떨어야 했다. 그들의 삶의 현장은 참 매혹적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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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역시 걸리는 돌은 어디서든 걸린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물론 그늘은 있었다. 크나큰 풍요가 가져오는 어두운 면면 뿐만 아니라, 이전에 비해 주식성 자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데에서 오는 순간적인 몰락에의 두려움 등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그늘들은 생각보다 더 많았다. 예전에는 '별 걱정 다 해도 좋으니 우선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 사치스런 고민들이지'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공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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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핸콕의 '빈곤의 지배자들'. 꼭 한 번 읽어봐야할 책.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바로 '성과적 박애주의'에 대한 부분이었다. 사이버코프의 매각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척한 필립 버버로부터 시작된 '보다 능동적인 자선사업'이라는 부분은 그간 우리가 잘 못 생각해온(혹은 과거의 부자들이 범해왔을지 모를) 부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돈이 갖고 있는 힘을 자신의 명예욕이나 권력욕을 충족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변화를 위한 보다 능동적인 방향에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달까.
그간 거대 NGO들의 부패와 착취, 비효율성을 다룬 그레이엄 핸콕의 '빈곤의 지배자들'도 그렇지만, 실제 그가 에티오피아에 대한 사회사업을 벌이면서 겪었던 거대 NGO의 부패를 겪으면서 직접적인 자선사업을 펼치려는 노력을 시작했고, 또 다른 리치스탄들이 동참하면서 현재 이 분야는 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들이 가진 거대한 부는, 자본주의적인 전세계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을 보다 능동적으로, 바른 방향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는 부분에서 꽤 새롭고 긍정적인 길을 볼 수 있었다.

참 흥미로운 책이었다. 쉽게 알 수 없었던 리치스탄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부'가 가진 힘을 통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떤지를 읽으면서, 나 자신도 무언가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의 변화를 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닮고 싶은 무엇이라면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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