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김은주 지음, 김재연 그림 / 생각의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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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어딘가에 1cm를 더한다면 그 1cm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인생이 만약 긴 자라면, 우리에겐 1cm만큼의 무엇이 필요할까?

이 런 질문에서 출발한 책, 1cm. 저 두 줄만을 읽는다면, 뭔가 자기계발서같은 느낌이 가득 들지만, 막상 편 책은 누구 말마따나 '그림책'. 아주 편하게 볼 수 있는 한 권의 그림책이다. 그것도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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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나치게 친절한 이 책의 가이드에는 이 책을 보고 즐기는 법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꽤 의미심장하다.
사랑(Love), 자아성찰(Open), 사고(Think), 그녀(Her), 쉼(Relax), 자람(Grow).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소재, 하지만 워낙 다양한 곳에서 다루고 있기에 잘못하면 식상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떻게 다루느냐인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여성적인 섬세함'과 그 전달 방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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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든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그들의 직업 조합만 보더라도 이 책이 어떤 모습일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국 내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회사 중 하나인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를 하고 있는 두 아가씨(?)가 각각 책의 글과 그림을 맡아서 제작한 책이기에, 책 전반에 여성적인 섬세함과 재기발랄함이 가득 담겨있다. 사실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두 직업 모두 무척이나 창조적인 직업이고, 그런 직업적인 기반이 1cm라는 이 '그림책'을 그냥 그림책이 아닌, 한 번쯤, 혹은 두 번쯤 생각하면서 읽게 하는 그런 조금은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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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한 텍스트 한 문장을 곱씹던 도중 갑자기 이런 점선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접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피식 웃는다. 참 재미있다. 조그만 아이디어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리고 그런 재기발랄한 크리에이티브는 그 전달방식에서 먼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백지 위에 어떤 것을 해도 된다. 단 그것이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컨셉에서 시작한 책답게, 접거나(저 시무룩한 태양을 접으면 무엇이 나타날까?) 혹은 색을 칠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의 절단면 뒤를 궁금하게 하는 식의 편집 등 다양한 편집을 통해 전달력 뿐  아니라 책 자체를 읽는 재미와 신선함 덕분에 슬슬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책 전체를 읽게 되는 몰입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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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반의 다양한 풍의 그림들은 작가의 실력 뿐 아니라 그저 삽화가 아닌 책 전반에 대한 보다 큰 전달력을 위한 고민과 노력을 느끼게 한다.

그 뿐 아니라, 책 전반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의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그 스타일이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면서 김재연이라는, 작가의 실력에 놀라게 한다. 이 책의 글을 맡은 김은주는 '나의 낙서도 멋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재연 언니'라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 말에 동감하고 싶은 느낌이 절로 든달까(물론 이 책의 글 부분이 낙서 수준이라는 말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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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자의 큰 목소리보다 소녀의 작은 속삭임이 마음을 움직인다...는 이 페이지는 어쩌면 이 책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가랑비에 옷 젖듯, 한 페이지, 두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내 마음에 던져지는 파문의 크기는 점점 커져간다.

어 쩌면 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분명 책인데,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책의 구성이나 그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나를.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의 강점은 바로 그 곳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분명 글 자체도 뛰어나지만, 전체적인 텍스트가 상큼한 대신, 가벼운 것은 사실이고, 여성의 시각에서 맞춰져 있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이 그냥 텍스트로만 나왔다면 이 정도의 전달력과 느낌을 절대 살릴 수 없었을 것이고, 또 오히려 그다지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라는 둘의 조합, 그리고 이 책의 컨셉은 그야말로 천생연분, 찰떡궁합이다.


어쩌면 인간이란 참 재미있는 존재일지 모르겠다. 가끔은 지구 전체를 움직이려는 거창한 기획보다 사람의 마음을 1cm만 움직여보려는 조그만 노력이 더 와닿을 때가 있다. 책을 덮은 지금도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잠깐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스폰지에 살짝 스며드는 잉크처럼, 내 마음에 조그만 파문이 인다. 그리고 그 조그만 파문이 부드럽게 내 마음을 움직인다.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조금 더 사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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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다음 블로그를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카피를 맡은 김은주씨 블로그 1cm Story
아트디렉팅을 맡은 김재연씨 블로그 1cm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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