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X-1 - Flock
벨 엑스 원 (BellX-1) 노래 / 강앤뮤직 (Kang & Music)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려하기 그지 없는 선홍색 디자인이 꽤 눈길을 끈다

Radiohead를 좋아한다.
대학 시절, 기숙사에 살 때, 룸메이트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끔찍히 싫어했다. 3년쯤 선배였던 그는, 내가 문짝에 붙여놓은 Skid Raw의 세바스찬 바흐의 사진에 '약먹은 넘'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Nirvana는 '꽥꽥 소리만 지르는 소음제조기'이며, Metallica는 악마의 음악이라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하나뿐인 조그만 미니콤포에 테입을 넣을 때마다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심지어는 Camel도 싫어했다. 졸린 음악이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구박당하면서도 줄기차게 테입을 밀어넣었던 나 자신이 용하다.
그러던 어느 날, Radiohead의 Pablo Honey를 넣었다. 그런데 조용한거다. 한참을 들은 후,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이건 괜찮네. 그런데 조금 우울하잖냐?' 라고 던진 후 다시 보던 책을 잡았다.
...
그리고 줄기차게 난 Pablo Honey를 틀어댔다.
그들의 모든 앨범을 다 들어본 지금도 난 Pablo Honey가 가장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체적인 오픈케이스는 영문판에 한글 해설지를 넣었다는 느낌?

그리고 얼마 전 Bell X1의 'Flock'을 들었다.
분명 '아일랜드' 그룹이었고, 그랬기에 U2를 기대했다(실제 보컬리스트 폴 누난의 어린 시절에는 U2의 노래를 부르게 한 아버지가 계시기도 했고). 하지만 전혀 달랐다. the Corrs도, the Cranberries도, 그렇다고 Westlife도 아니었다, 아일랜드의 냄새는 그다지 맡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는 Suede나 Rialto, Maroon 5에 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Radiohead의 초기음악이 느껴졌다. 마치 Pablo Honey같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상 네 번째 앨범인 이번 'Flock'은 그들의 세 번째 앨범과 앨범 제목이 동일하다. 더 이상 아일랜드만이 아닌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2005년에 발매된 세 번째 앨범인 'Flock'을 기반으로 곡의 배열을 바꾸고,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세계의 예민한 리스너들을 자극했을 익숙한 노래 위주로 재편성한 앨범이다.

그래서일까, 타이틀곡인 Rocky Took A Lover나, 미국 드라마 'The O.C.'에 소개된 'Eve, The Apple Of My Eyes'가 특히 도드라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듣기 편하면서도 귀에 딱 들어오는 그런 음악들로 가득하다. 버릴 곡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특히 Radiohead의 경우, 우울하기 그지 없는 톰 요크의 보컬을 위시한 우울함의 매력을 과시했고 Maroon 5의 경우 극히 우울한 가사들을 즐거운 선율로 포장하는 매력을 발휘했다면, Bell X1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맛깔스러운 음악과 함께 가사 역시 따뜻한 느낌이라는 것이 가장 닮지 않은 점이라는 느낌.
전체적으로 참 만족하며 일주일 내내 귀에 달고 다니는 중이다. 지인들에게 들려준 결과도 꽤 좋고.
결론적으로는 '너무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듣고 싶다'까지는 아니지만, 아름답고 따뜻하며 귀에 감기는, 듣기 편한 그럼 앨범이라는 느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뜻하거나 혹은 엉뚱하거나. 그들의 가사를 본 느낌이다

아일랜드에서 날아온 초음속기 Bell X1. 간만에 신보를 확인하고 싶은 그룹 리스트가 하나 늘은 듯 흡족하다. 특히 현지 언론들이 밝혔듯 '계속 발전하는 밴드'인 만큼, 그들의 다음 앨범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때까지는 이 'Flock'을 들으면서. 특히 여성들에게 굉장히 어필할만한 'Eve, The Apple Of My Eyes'(오죽하면 레즈비언 커플이 키스하는 신에서 쓰였을까)는 한번 꼭 들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