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 야수들의 밤 밀리언셀러 클럽 80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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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라는 매력적인 소재는, 브람 스토커를 위시하여, 참 많은 작가들에 의해 구성되고, 또 변화되어 왔다. 작년 밀리언셀러 클럽을 이끌었던 '나는 전설이다'는 일종의 '전염병'으로서의 흡혈귀 이론을 통한 과학적 접근으로 '바이오 해저드', '새벽의 저주' 등의 수많은 작품들의 근원이 되었다. 찬반이 꽤 갈리지만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인랑', '공각기동대'(개인적으로는 TV판을 강추!)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2000년, 소니와 '블러드 프로젝트'를 발동, 프로덕션 I.G와 함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플레이스테이션 2 전용 게임을 제작한다. 그리고 그 후 '블러드 플러스'라는 이름의 TV 판 애니메이션과 동명의 플레이스테이션 2 전용 게임이 발매되는 등, 그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 특히, '풀 디지털' 방식이라는, 당시 애니메이션 계에서는 선구적인 방식으로 제작되었던 애니메이션의 경우 극장판임에도 불구하고 48분이라는 굉장히 짧은 분량에 우선 놀랐고, 세계관이고 뭐고 보여주지 않고, 교복입은 '오리지널' 사야의 일본도 액션이 너무나 강렬히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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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의 이름값으로 보았던 작품이지만, 강렬함 이외에는 실망이었다. 뭐 내용이 있어야지(...)(좌측)
'즐기는 드라마'라는, 당시 인기있던 형식으로 만들어진 두 편의 게임(솔직히 둘로 나눈 이유가 의심스럽다)(우측)

그리고 최근, 전지현 주연(사야 역), 우인태 감독의 실사 영화화가 결정되어, 다시 한 번 이 프로젝트는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전지현의 이름값으로 국내에는 더욱.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백발마녀전'으로 독특한 영상미를 끌어냈던 우인태 감독 때문에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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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영화판은 과거와 현세를 넘나드는 작품이 될 것인가? 교복과 어울리지 않는 시대의 사야.

이 책,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읽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이런 관심 때문이었다. 당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대체 이 세계관은 뭐지? 라는 의문을 강하게 가졌기 때문. 분명 제목처럼 마지막 남은 '오리지널'인 그녀가 일본식 여고생 교복을 입고, 일본도로 뱀파이어들을 베는 이유는 무엇이고, 함께 다니는 서양인 떡대들은 누구인 것인가.. 라는 등의 전체적인 세계관이 전혀 극장판에는 등장하지 않았고, 이번 우인태 감독의 영화화 이야기에 그 기반이 되는 세계관을 알고 나서 보고 싶다는 그런 구미가 당겼달까. 그리고 걸작 애니메이션, 특히 SF적 상상력으로 인정받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소설가적 역량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읽기 시작한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첫번째 의미에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실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이 '블러드' 시리즈의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있다. 서양 철학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속에서 만들어가는 흡혈귀에 대한 오시이 마모루식 접근은 '나는 전설이다'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신선했고, 또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마지막 흡혈귀'인 사야가 탄생했고, 그녀가 무기로 일본도를 선택했는지, '붉은 방패'라는 이름의 단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등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새로 개봉할 영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새로운 방식의 뱀파이어 가설(?)을 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고, 오시이 마모루식 흡혈귀 이야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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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TV판, 그리고 새로 만들어질 실사판 영화의 '사야'들. 인간계에 기생하는 흡혈귀들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서의 그녀의 매력은 굉장히 강하다

하 지만, 두 번째 의미에서는 역시 오시이 마모루는 소설가보다는 애니메이션 감독 쪽이 더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고 싶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줄기차게 전공투 세대의 이야기를 주입하고 있는 그의 소설답게 자신의 젊어서의 필명과 같은 '미와 레이'라는 '고등학생 활동가'의 눈으로 보는 '사야'의 이야기라는 점은 차처하고서라도(그래서 주인공 사야의 존재감이 매우 낮다), 후반부에 쏟아내는 형사(?) 고토다와 비밀 조직의 노인의 대화는 읽는 이를 배려한다기보다 저자 오시이 마모루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저 배설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월간 판타스틱 6월호에서 '오시이 마모루의 궤변(?)을 너끈히 참아넘길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이야기가 딱이라는 느낌? 브람 스토커를 망상가로, 스탠리 큐브릭을 공상가로 치부해버리는 오시이 마모루의 괴팍하고 거칠 것 없는 프라이드가 여실히 나타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그런 이야기들을 인내하고, 사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좀 더 살렸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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