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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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Class Hero.... 저 티셔츠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이...

공중그네인 더 풀을 통해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기억하고 있는 나의 경우였기에 이 책의 표지는 꽤 볼만스러웠다. 너무나 당당하게 Working Class Hero라 고 적힌 셔츠를 입고 있는 존.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그룹의 요절한 천재 뮤지션에게 붙인 소재가 '변비'라니. 왠지 죽은 사람에 대한 불경(?)인 듯 하기도 하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듯, 한 명의 팬으로서 불안감이 엄습했달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존 레논(John Ono Lennon)
출생 : 1940년 10월 9일
사망 : 1980년 12월 8일
출생지 : 영국
직업 : 외국가수
소속그룹 : 비틀즈

출처 : 네이버 인물검색
많 이 알려졌다시피, 그의 인생은 비틀즈의 다른 멤버들에 비해 꽤 많은 트라우마로 쌓여있었고, 왠지 오쿠다 히데오라면, 희화화를 통해 우스꽝스레 그의 인생을 치유한답시고 그의 삶을 이래저래 들춰가며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이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책,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기까지 했으니까. 어설픈 팬덤은 아닐까 하는 그런.

이 런 불안감은 아내 게이코(실제는 오노 요코)와 함께 일본에서 오봉이라는 휴가를 보내는 동안, 트라우마에 의한 악몽에 허우적대며 그 결과가 신경증에 의한 변비로 나타나는 상황 속에서 괴로워하는 존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하는 초반에도 지속되었다. 의아했던 것은 오쿠다 히데오의 장기인(혹은 라고 생각했던) 희화화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진행이었다는 것. 왕가슴의 간호사도, 우스꽝스러운 등장인물도 없음에 의아해하며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읽어가는 동안 차츰 나도 모르게 그의 책에 빠져들었다. 존의 우스꽝스런 고민을 기반으로 하나하나 쌓여가는 에피소드들이 매우 정교하게 쌓여나갔고, 그런 가운데 비틀즈의, 존 레논의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등장하면서 점점 더 재미를 느껴갔고.

특히, 아쉬운 죽음을 맞았던 비틀즈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나, 록계 최고의 그룹 중 하나인 The Who의 드러머 키스 문과의 만남, 그리고 공식적으로 비틀즈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널리 알려져있는 크리켓츠의 버디 홀리와의 만남 등은 그런 나의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내기에 충분했고, 그와 함께 더욱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얼마나 저자가 '존 레논'이라는 인물, 그리고 그의 음악과 주변의 이야기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를 차츰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이 한 편의 긴 이야기는 존 레논에게 바치는 한 편의 헌정시이자,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는 오쿠다 히데오의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치밀한 에피소드 구성과, '오봉'이라는, 일 년에 한 번 죽은 사람들의 성불을 위해 진수성찬을 준비하고 그들을 맞는다는 일본의 명절을 소재로 그의 트라우마를 죽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하나 해결하는 그런 과정들이 위화감 없이, 그리고 정교하게 풀어져 나간다. 그리고 존 레논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쓰여져 있고. 무엇보다 알고 보면 참 별 것 아니었던 그의 변비(...)와 문제 해결의 마리아주를 참 자연스럽게도 잘 처리했다는 점에서 참 놀랍다. 이 정도의 구성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을 솔직히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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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빠지게 웃긴다'라는 유머 작가로 국내에도 확실히 이름을 자리매김하고 있는 인기 작가 오쿠다 히데오. 하지만 이 책 만큼은 폭소보다는 다른 면에서 그의 뛰어남을


실 제로, 책 말미에 포함된 작가후기를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를 알 수 있다. 수많은 존 레논의 전기가 있지만, 그의 음악적 성향을 바뀌게 했던, 가족과의 삶을 위해 은둔을 택했던 4년간의 이야기가 제대로 저술된 것은 없다는 아쉬움에, 그 아쉬운 시간을 픽션으로 매우기 위한 소설이 바로 이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였다고.
'확실한 의도'와 '불타는 열정'이 만나면 그 결과는 항상 해피 엔딩인 법. 비틀즈, 혹은 존 레논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소설로서든, 그의 의도대로 '픽션을 통한 전기소설'로서든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한 인간의 아픈 과거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 그리고 그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해결책, 가족애가 주는 따스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니까.

솔직히 개인적으론, 공중그네보다 훨씬 낫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많이 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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