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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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려서 시 낭송회에 끌려간 적이 있다. 정말 '끌려갔다'. 읽어본 것은 교과서의 동시가 고작이었던 나, 그저 놀고만 싶었던 시절, 풀밭에서 빨리 뛰어놀고 싶어 초등학교 백일장 시간에 갈겨썼던 시가(순전히 분량이 적어서 시를 쓰겠다 했다) 입선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코찔찔이 저학년의 시가 좋아봤자 뭐가 좋았겠나)를 내게 되어 팔자에도 없는 시 낭송회에 끌려가게 되었던 것.

그 런데, 그렇게도 가시방석같았던 그 자리, 막상 낭송이 시작되자 웬걸, 퍽 좋은 게 아닌가.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고 음질도 좋지 않았던 테이프 레코더의 배경음악, 그리고 코찔찔이들이 써낸 시를 듣는 게 왜 좋았을까. 음표없는 음악, 시의 아름다움을 아마 그 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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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는 그 때의 그 기분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다. 컴퓨터에 동봉된 CD를 걸고, ''문학집배원' 안도현 시인의 선곡 아니, 선'시'를 한 편 한 편 듣는 게 왜 이리 좋은지. 1년간, '문학나눔사무국'의 문학집배원을 맡아 발송했던 저자의 고뇌가 담긴 선택이었기에 한 편, 한 편을 너무나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그 시를 지은 시인이 직접, 혹은 다른 시인의 시를 다른 시인이 낭송하기에 나올 수 있는 '시를 아는 사람이 낭송하는 시'의 전달력도 한 몪을 한다. 또, 국내 작곡가들의 배경음악 역시 참 어울렸고.


육성낭송시디트랙정보.html

동봉된 육성낭송시집 CD의 내용. 책에 실린 총 52편의 시 중, 35편이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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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저 즐겁게 읽을 뿐 시에 대해 우매하기 그지 없는 나같은 사람을 위해 친절하고 자세한 그의 설명이 시마다 따라온다.

누 구나 시의 아름다움은 안다. 하지만 솔직히 막상 접하기 쉽지만은 않은 것이 또한 시다. 그 함축적인 아름다움은 그렇기에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 참 아쉽게도. 나도 마찬가지. 가끔씩 시집을 손에 잡고 읽으며 나름 감상하곤 하지만, 막상 새로운 시집을 접하면 손에 잡기가 그리 쉽지 않다. 쉽게 읽고, 쉽게 다가오는 소설을, 혹은 실용서를 자꾸 잡게 된다.
그런 나같은 사람들에게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는 시의 아름다움을, 시를 듣고 읽는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한다.
부디 이런 즐거운 기회가 더 풍부하게 나올 수 있기를.
CD를 걸고, 시를 듣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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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를 읽고 들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문학집배원 안도현 시인께 꾸벅, 절을 올립니다. 2008년 한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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