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착한 부자가 될 테야 - 규철이의 좌충우돌 용돈 불리기
김양현 지음, 고영일 그림 / 다만북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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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유년 시절의 큰 딜레마 중 하나였다. 대체 왜 부자는 나쁜 이미지인 것일까? 책을 보더라도 착한 부자는 없고 온통 놀부나 스크루지같은 나쁜 부자들 일색이고, TV를 봐도 그랬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주위 어른들 역시 그랬다. 왠지 모를 적개심과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어려서 나름대로 유복했던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가끔씩 학교에서 운동회를 할라치면 먹을걸 사들고 와서 나눠주던 어머니가 싫었고, 친구들이 바라보는 눈길이 싫었다. 왜 싫은지도 모르는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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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대체 왜 부자가 나쁠까...라고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그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놀부의 탐욕과 스크루지의 인색함이 나쁜 것이지 부자가 나쁠까. 하지만 자꾸 '부자가 되면 그렇게 되는거야'라고 말하면서도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분명 있는 아이러니한 답변에 수긍하지 못 한 채 그저 아직까지도 내 마음 속에는 나쁜 이미지가 남아있다. 유년의 몇몇 기억은 쓴 것이 아니라 각인시킨 것이니까.

하지만 머리가 굵어버린, 그래서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능글맞은 30대가 되어버린 지금은 분명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왜 조금 더 이런 생각을 일찍 하지 못 했을까... 라는 생각에 후회가 들 뿐. 자동으로 부자되기를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부분이지만, 분명 경제 관념이란 조금이라도 일찍 가질수록 그 유리함의 차이가 엄청난 법이니까. 게다가 '건전한' 경제 관념이라면 더더욱 좋겠지.

'난 착한 부자가 될 테야'는 바로 그런 '건전한' 경제 관념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왜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부자는 나쁘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가. 제대로 벌어서, 제대로 쓸 수 있는 '건전한' 경제 관념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위대한 유산'은 없지 않을까. 분명 어떤 부모든 자기 자식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랄테고, 그런 의미에서 탐욕과 인색함이 없는 '착한 부자'가 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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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그려지는 규철이와 그 부모님들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그런 '착한 부자'를 만들어줄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 용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왜 나도 모르게 부모님의 지갑에 손을 넣게 되고, 또 그것이 왜 나쁜지, 왜 내 용돈이 다른 아이들보다 적은지, 저축은 왜 중요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착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와 부자가 나쁜 것이 아니라 '졸부 근성'이 나쁜 것이라는 것 등의 경제 원칙들을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어쩜 그렇게 아이들일 때는 똑같은지... 하나하나 내 유년시절에 경험했던 실수와 잘못들, 어머니께서 사지 말라고, 사지 말라고 했던 장난감을 사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집 근처를 서성이던 일이나, 동네 문방구 아저씨의 사탕발림에 혹해 뽑기에 빠져들었던 그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물론 배경과 내용은 21세기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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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중심적인 교육이 기반이었던 우리 사회, 청빈을 최고의 덕으로 삼았던 시기는 사실상 지나버렸다. 다양하게 경험하고, 또 그 속에서 삶의 기쁨을 좀 더 '자유롭게' 누리기 위해서는 분명 그러기 위한 비용이 필요한 시기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요즘 아이들조차 너무나 잘 알고 있기도 하고. 그런 아이들이기에 오히려 이런 '착한 부자'가 되는 그런 방법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더불어 마음이 함께 부자가 되는 것까지. 내 아이를 좀 더 현명한 부자가 되게 해주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에 있겠지만, 이 책과 함께 첫 용돈을 줘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책을 읽어본 독자로서, 책 표지에 큼지막하게 적어둔 용기는 절대 만용이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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